김 교수는 강연문에서 "대학은 독자성을 인정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평등주의와 계급주의가 공존하는 모순적 조직"이라며 "'잘난' 사람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조화와 융화가 어렵다"고 포문을 열었다.
김 교수는 "무능한 인물을 교수로 채용하는가 하면 우수한 연구 인력을 교수로 충원하지 않는 등 교수 채용 방식도 엉망"이라며 "기업 같으면 생존을 위해 어떻게든 우수 인력을 받아들이려 하겠지만 우수인력 없이도 당분간 유지될 수 있는 대학은 그렇지 않은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서울대 교수 채용의 문제점으로 ▲ 가까운 제자나 조교 출신을 뽑으려는 '동종교배' ▲ 자기보다 나이 많은 교수의 채용을 꺼리는 경향 ▲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식의 외부 기고 ▲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교수를 뽑지 않으려는 모습 등을 꼽았다.
그는 채용 단계의 평가 방식에 관해서도 "미국에선 교수 1명을 뽑으려면 평가위원이 700∼800쪽에 달하는 논문을 읽고 토론을 벌이며 심도 있는 개별 인터뷰를 진행한다"며 "서울대는 논문 2∼3편 읽고 평가서 예닐곱 줄 정도 쓰는 식으로 점수를 매겨 교수를 뽑으니 '일류 대학'이 되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관료화하는 대학을 구출하고 해외로 뻗어나가려면 수평적인 조직을 지향하면서 인력 채용 방식을 바꿔야 한다. 인지과학대학ㆍ생명과학대학ㆍ인간생활정보과학대학ㆍ융합공과대학ㆍ우주과학대학 등으로 학문 편제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던 3년간의 공직생활을 회고하며 "정부는 낭비의 온상이고 비능률을 반복하며 정작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필요 없는 일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다"고 정부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쓴소리'를 했다.
그는 "어느 조직에나 무능한 사람은 섞여 있기 마련이지만 정부엔 특히 인력이 남아돌고 불필요한 조직이 상존하며 중복되는 기능이 많다. 그러면서도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 미치는 영향력을 줄이려고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대기업 입사시험은 놔두면서 사립대 입학시험을 간섭하려 든다'는 어윤대 고려대 총장의 발언을 상기시키면서 "정부는 서울대에 교수 및 학생 정원 결정 권한을 내줘야 우수 인재를 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직은 '내 것'이 아니라 '남의 것'이고 남을 위할 때 존재가치가 있다"며 "심판과 관중이 경기에 참여하지 않듯 참여정부도 참여 할 때와 안 할 때를 가려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학문 융ㆍ통합을 위한 대학 편제 개편을 언급했듯 정부에 대해서도 '대국(大局)주의, 대부처주의를 지향해 부처를 과감히 통폐합하고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명예교수 심사가 진행중인 김 교수는 "서울대 리더십 센터 준비위원으로 계속 활동하는 한편 내년 1월 발족하는 '미래 학문, 미래 대학을 위한 범대학 콜로키엄'을 통해 미래 대학의 청사진을 그려보는 등 지속적으로 활동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