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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교우회, 총장 자진사퇴 '압박'
"현 상태에서 총장 직무 수행 불가능하다"
고려대 교우회가 이필상 총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고대 교우회(http://www.kuaa.or.kr)는 15일 사설에서 "이번 사태의 본질이 논문 표절 의혹이었지만 표절 여부와 무관하게 이 총장은 물론이고 전체 고대사회가 입은 상처가 깊다. 이런 상황에서 이총장이 대내외적으로 총장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학교 운영의 핵심으로 떠오른 대외적인 모금에는 치명상을 입었음은 물론이고 교수와 직원, 그리고 학생들의 존경은 커녕, 조직의 장(長)으로서의 영(令)도 제대로 서지 않을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5년전 K 전 총장의 연임 건과 관련한 해프닝을 언급하며, 이 총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다음은 고대 교우회가 밝힌 '이필상 총장의 논문 표절 의혹 사태에 대하여' 전문.

이필상 총장의 논문 표절 의혹 사태에 대하여

두 달 가까이 계속되던 이필상 총장의 논문 표절 의혹 사태가 파국(破局)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의혹이 처음 제기된 것은 지난해 12월 26일, 모교 16대 총장에 취임한 지 5일 째 되는 날이었다. 국민일보(12월 26일자 1면 TOP 기사)는 1988년 말 이 총장이 제자들의 논문과 거의 같은 논문 두 편을 잇달아 교내 학술지에 기고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모교 교수의회는 다음날(27일) 바로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를 결성했으며 1월 18일 조사 결과를 총장과 재단에 통보했다. 일부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조사위는 이 총장이 논문 6편을 표절했으며, 다른 두 편의 중복 게재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총장 표절의혹 사태는 2월 2일 이 총장이 교수의회에 서한을 보내 사퇴압력설을 제기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또 교수의회가 이 날 논문의 표절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부터 이 총장의 표절의혹 사태는 ‘표절’이라는 사건의 본질보다 각종 ‘음모론’과 ‘협박론’, ‘조사위 명단의 공개’ 등 지엽말단에 매달리는 형국이 됐다.

지난 2월 9일 오후 3시에 총장의 인사문제를 포함한 각종 안건을 다룰 학교법인의 정기이사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총장은 이사회를 불과 4시간 앞둔 당일 오전 11시, 표절의혹 사태를 돌파하기 위해 전 교수들을 상대로 한 전자투표 실시를 통해 재신임을 받겠다고 공표했고, 지난 13(화), 14(수)일 이를 강행했다.

재단으로선 한편 곤혹스럽고, 또 한편 괘씸했을 것이다. 교수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12일 이후 이미 문과대학, 정경대학, 이과대학, 언론학부 그리고 서창캠퍼스 등 많은 교수들은 신임 투표의 거부와 총장의 용퇴를 골자로 한 성명서를 발표했으며, 다른 여러 단대에서도 동일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연구윤리로 야기된 문제가 어떻게 다수결의 투표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냐는 것이다.

투표 결과 전임교원 1219명 중에서 478명이 투표에 참여하였고, 그중에서 찬성 424명, 반대가 54명으로 나왔다. 이총장 측은 ‘과반수 신임’으로 해석했다. 전체 재적인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인원 과반수 찬성이 가장 일반적이면서 연성(軟性)의 기준임을 감안할 때, 재적과반수에 훨씬 미달하는 39.2%만이 투표에 참가한 것은 ‘사실상 불신임’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신임투표 자체에 대한 원천적인 반대가 엄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나온 이총장 측의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의 투표결과 해석은 마지막 동정여론 마저 거두게 하고 폭발 직전의 여론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결자해지(結者解之)를 요구하는 대내외의 중론에 ‘나 몰라라’, 오불관언(吾不關焉)해오던 이총장 측의 태도에 대다수 국민들조차 의아해 하던 차에, 신임투표의 건은 "장고(長考)끝의 악수(惡手)" 였다. 이총장은 폭우처럼 쏟아지는 교내외 여론의 화살을 맞고 있다.

이총장의 표절의혹이 제기된 두 어 달 동안 모교가 입은 유, 무형의 타격은 실로 엄청나다. 100년 역사를 가진 모교는 80년만인 1985년에야 비로소 첫 모교 출신 총장을 맞았다. 역대 12명의 총장 중 모교출신은 5명이고, 서울대 출신(경성제대 포함)이 4명, 외국대학 출신이 3명이다. 또한 자교 출신 교수가 8,90%를 상회하는 등 폐쇄적인 전통을 고수해오던 S대나 Y대와는 달리, 고대는 개교 이래 모교 출신 교수비율이 50%를 약간 넘은데 불과할 만큼 개방적인 학풍을 유지해 오고 있다.

또한 취임 전부터 이필상 당선자를 교우회 회장단 송년모임에 초대해 성대하게 만찬을 가졌을 정도로 교우회 차원에서도 새 총장 취임을 전폭적으로 환영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100주년을 맞이해 욱일승천하던 모교의 상승세에 부러움과 질시를 동시에 느꼈는지, 마치 이총장이 첫 번째 非고대출신 총장이나 되는 양, 그리하여 마치 고대가 이번에야 ‘고대 순혈주의(純血主義)’를 깬 폐쇄적인 집단이나 되는 양 매도하는 소설쓰기에 주저함이 없었다. 특히 이 총장이나 표절의혹을 제기한 교수들 전원이 고대 출신이 아님에도 마치 고대 출신들끼리 혹은 고대와 비고대 출신들이 얽혀 총장직을 놓고 암투를 벌이는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고, 교우회가 비고대 출신의 이총장에게 덜 우호적이라는 등 터무니없는 추측과 유언비어도 난무했다.

비단 언론의 문제만은 아니다. 교수의회는 압력단체로서의 자신들 기구의 명시적 인정여부 등 정치적 문제에만 골몰한 나머지, 총장선출 과정에서 이미 지지난 선거에서부터 쟁점이 되어온 표절문제 등 실질적인 총장 후보자의 검증은 근본적으로 안중에 없었다. 비전문가도 할 수 있는 피상적인 후보자 질의응답에만 그쳤다가, 표절사건이 터지고서야 부랴부랴 조사위를 구성하는 등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존립의의를 의심할 정도로 무능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번에도 마지막까지 판단을 재단에 넘기는 우유부단한 모습이었다.

바통을 받은 재단이사회 또한 8시간의 격론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정리하지 않은 채, 외부인사 등을 통해 다시 한 번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심사하겠다는 유보적 입장을 내놓는데 그쳤다. 교육부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BK 자금 등 대학지원을 볼모로 전횡을 휘두르면서도 정작 논문심사 등에는 소홀하다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사태의 본질은 표절 의혹인데도, 표절 여부와는 무관하게 이 총장은 물론이고 전체 고대사회가 입은 상처는 깊다. 문자 그대로 만신창이(滿身瘡痍)다. 이런 상황에서 이총장이 대내외적으로 총장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 같다. 학교 운영의 핵심으로 떠오른 대외적인 모금에는 치명상을 입었음은 물론이고 교수와 직원, 그리고 학생들의 존경은 커녕, 조직의 장(長)으로서의 영(令)도 제대로 서지 않을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모교는 이미 5년 전에도 K 전 총장의 연임 건으로 내홍을 겪은바 있다. K 전 총장은 학교 구성원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퇴하지 않아 학내분규를 야기한 바 있다. 마침내 고대 개교 이래 사상 처음으로 자신이 사장이자 발행인으로 있는 고대신문 기사에서 발행인을 직접 거명한〈만고의 처량한 신세가 되지 말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000총장 물러나시오”라는 소리를 들을 때까지 버티다 결국 물러난 일화가 있다. 지금 이총장은 K전 총장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당시 일로 새로 제정된 게 현행 총장선출제도다. 그러나 이 제도로 선출된 첫 총장은 커다란 성과에도 불구하고 재임에 실패했고, 두 번째 총장은 임기를 시작한지 한 주가 지나기 전에 탈이 났다. 철저한 검증과 여과 시스템이 결여된, 왜곡된 의사표현을 유도하는 듯한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네거티브 선거를 핵심으로 하는 기형적인 선출제도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났다.(《고대교우회보》2006년 11월 7일자 17면〈自鳴鼓:올바른 차차기 총장선거 위한 다소 성급한 제안〉참조)

이번 사태를 계기로 100주년을 전후로 지속되고 있는 모교의 상승세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25만 교우와 고대를 사랑하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고대 구성원들의 뼈를 깎는 냉철한 자기성찰이 있어야할 것이다. 그러한 전제하에서라야만 이번 사태 역시 우리 고대인 특유의 단결과 화합을 해치지 않고 대승적인 견지에서 원만하게 해결될 것이라 보여진다. 또한 고대 내부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학계 전체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논문 저작권의 경계를 확고히 하기 위한 기준의 확보가 시급하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미래이지 과거가 아니다. 새로운 백년의 역사를 쓰는 역사적 장도에서 우리는 다시금 들메끈을 고쳐 맬 때다. (고대교우회보 2월15일자 10면에 실림)

관리자 기자 (news@unn.net) | 입력 : 07-02-15 오전 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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