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장은 "본인의 논문 문제로 고려대 구성원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운을 뗀 뒤, "전체 교수들을 상대로 본인의 신임을 묻는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논문의혹이 제기되고 사태가 진행되면서 본인은 과거에 대해 많은 반성을 했다"며 "특히 과거 본인 전공분야의 학문도입기에 이뤄졌던 일들이 10~20여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문제가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곤혹스러웠다"는 심경을 밝혔다.
이 총장은 "구성원의 총의를 모아 선출되는 총장직과 관련한 진퇴 문제는 구성원 총의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문제는 본인의 논문과 관련된 사안이므로 학내 구성원 중에서 특히 교수님 전체를 대상으로 본인의 신임을 묻는 투표를 실시해 그 결과에 따라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필상 총장은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가 공정하지 못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교수의회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본인의 논문의혹 문제가 모든 구성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공정하고 신속하게 해결되기를 기원했다"며 "그러나 문제가 해결되기 보다는 진행과정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학내외의 불안이 큰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이 총장은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불복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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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총장 주재의 전체 교수회의와 기자회견, 이사회가 열린 9일 고려대에는 방송중계차가 동원되는 등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한명섭 기자 |
재단 이사회의 결정에 앞서, '신임투표 실시' 결정을 내린 것이 절차적으로 맞느냐는 질문에는 "저로서는 이번 결정을 재단에서 수용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교수들의 판단에 따라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학교측은 "이 총장에 대한 교수 신임투표가 학칙에 명시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총장이 향후 4년간 지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교수들의 신임여부를 알아보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전자투표는 일종의 여론조사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석우 기획예산처장은 "교수의회에서 전체 교원 2/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해임권고안이 발의될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며 "전자투표를 통해 학문적인 영역인 표절여부에 대한 판단을 전체 교수사회에 맡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필상 총장이 지금 상황으로 학교를 이끌기에는 지도력을 유지하기가 힘들 것으로 예측해 이번 (신임 투표)결정을 한 것으로 안다"며 "신임 여부는 투표 참가자의 과반수가 넘는 쪽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임 투표에 그간 이 총장에 대한 불신임을 표명한 교수들의 참여가 어느정도 될지는 미지수다.
정석우 기획처장은 "교수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겠다"고 했지만, 교수의회 의장단은 불참을 예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종대 의장은 "교수의회는 재단에 이총장의 거취문제를 맡겨놓은 상황이니 만큼 일단 오후에 열리는 이사회 결과를 지켜보겠다"면서도, "현재로서는 학교 규정에도 나와있지 않은 재신임 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행위로 보이기 때문에 불참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총장의 표절 문제가 교수들의 재신임 의견이 많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생명과학대 교수는 "투표에 참여할 것"이라며 "과거의 논문을 지금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무리이며,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으로 끌고 가선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법과대 교수는 "학교 규정에 근거가 있어야 절차상의 정당성이 인정받을 수 있겠지만, 만약 재단과 구성원이 동의해 준다면 합의를 통한 비상수단으로서는 인정할 수 있다"며 "재단의 결정과 투표참여율을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장의 재신임 투표는 오는 12일 오후 5시까지 교내 포탈사이트와 교수들의 개별 전자우편을 통해 공지될 예정이다. 투표일시는 13일 오전 9시부터 14일 오후 18시까지 실시된다. 결과는 투표마감 직후 교원윤리위원장인 공과대 김병호 교수가 발표할 예정이다.
김창헌 정보통신대학장은 "오늘 오후 교원윤리위원장과 교수 등 4인이 참여하는 전자정보기술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투표방식을 논의할 것"이라며 "투표는 철저한 암호화를 통해 비밀 보장을 원칙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석우 처장은 "정보통신대 교수의원들이 추천한 인사가 투표관리를 맡고 교원윤리위원장과 위원들이 전과정을 참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 총장과의 일문일답.
- 재신임 투표는 재단 이사회와 조율이 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사전 조율 없이) 내 결정으로 재신임 투표를 발의했다.
- 재신임을 묻는다는 것은 표절을 인정한다는 의미인가.
△아니다. 이런 일로 학교가 불안을 겪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학교가 빨리 안정돼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내린 결정이다. 교수들에게 신임 여부를 물어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 오후에 이사회가 있는데, 이사회의 결정 전에 재신임 투표를 결정한 이유는 뭔가.
△지금까지 한 달여 동안 이 문제가 계속돼 학교가 안정 되지 않고 있다. 교수 전체회의가 열리도록 한 것은 내가 스스로 내린 결단이다.
-재단 이사회가 총장의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한 마당에 신임투표 결정을 내린 것을 보면 이사회와 사전 조율된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전체 교수회의와 재단 이사회일정은 오래 전부터 잡혀있었다. 우연히 날짜가 잡힌 것이다.
-오늘 재단 이사회에서 해임 결정이 내려진다면 투표 자체가 불가능하게 될 것 아닌가.
△나로서는 재단이 나의 결정을 수용하길 기대한다. 나중에 교수님들의 판단에 따라 거취가 결정된다면 의미 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조사위원회의 결론에 불복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나
△그렇다. 나는 표절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