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행정 혁신을 위해 대학 내 각 행정부서의 최고 의사 결정권자인 처장을 교수가 아닌 직원이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2년 임기의 교수 처장이 바뀔 때마다 주요 정책이 덩달아 바뀌면서 행정의 일관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주요 이유다.
이에 따른 직원들의 업무 스트레스와“아무리 노력해도 행정직 최고 자리에 오르지 못한다”는‘허무주의’가 사기저하는 물론 전문 행정직원의 양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교수처장에 대한 우려는 교수들도 공감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보직을 맡아 강의시간이 줄고 연구에 소홀하다 보면 교수로 복귀 했을 때 연구와 육의 맥을 잇기 힘들다는 것이 그것이다.
대학측의 입장에서도 보직 교수의 빈자리를 시간강사로 메우는데 중복 비용이 들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강의의 질 저하 문제가 지적된다.
한 대학 관계자는“교수들이 연구와 교육에서 역량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며“향후 대학평가나 교원평가에서 연구와 강의 부분이 강화되는 추세인데, 교수 스스로에게도 행정 업무를 맡는다는 것이 결코 도움이 되지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수처장일 경우 행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책임경영’도 요원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보직 기간 중 업무상의 과실이 있더라도 교수직에 대한 징계나 제재로 이어지는 장치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일만 벌여 놓고 교수로 돌아가면 그만”이라는 것이 대학 직원들이 교수 처장을 보는 시각이다.
직원들의 이러한 정서는 학내 분규의 불씨를 안고 있다. 처장 임명이 총장 고유의 권한이라는 점 때문에 직원들도 적극적인 주장이 쉽지 않아 안으로 곪아있다.
6개월째 접어들고 있는 한국외대 직원노조의 파업도 직원 처장 자리에 교수가 임명된 것이 불씨가 됐다. 지난 2월 취임한 박철 총장이 그동안 직원이 맡아왔던 서울과 용인캠퍼스 총무처장에 교수를 발령한 것에 대해 이 대학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측은 박 총장의 보직 인사에 대해“신의성실을 파기하는 파렴치한 행위이며, 명백한 직원 탄압이며 노조 탄압”이라고 강하게 반발, 파업에 돌입했다.
한양대는 올해 노사 단체협상이 7월이 넘어서야 합의안이 돌출되는 산고를 겪었다. 핵심 쟁점은 내년 7월 말까지가 임기인 안산 캠퍼스 총무관리처장 후임으로 직원을 임명해달라는 것. 5개월여의 협상 끝에 1명의직원 처장을 약속받았다.
이 대학 서울캠퍼스의 경우는 기존의 사무처를 관리처와 총무처로 쪼개 관리처는 직원 처장이 총무처는 교수 처장이 각각 맡는 처방을 내렸다.
이에 대해 이 대학 관계자는“총무처는 인사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교수 처장이 임명된 것으로 생각한다”며“이는 교수사회가 직원을 통제하는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각 대학의 정관에 따르면 보통 부교수 이상이거나 2~3급 직원이 처장을 맡을 수 있지만, 3급 직원이면서 과장직인 경우도 많았다. 광운대의 경우는 3급 이상 직원 5명 가운데 2명이 아직 과장에 머무르고 있다. 처장 보직을 맡아야 승진이 가능한 경희대는 7명의 3급 직원이 처장 자리가 없어 승진을 못하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30년 가까이 학교에 기여한 2~3급 직원에 대해 단순히 예우 차원에서 퇴임 직전 처장급에 임명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며“행정직 최고 수장을 행정 경험이 전무한 교수나 고위 직원에게 나눠주는 식의 행태는 대학 행정의 혁신과 전문성 확보에 큰 걸림돌”이라고 비난했다.
| |
| ▲ 대학별 직원처장 현황 |
대학별로 총무처와 관리처를 위주로 1~3명의 직원처장이 있으며 그 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연세대는 총무처장에 이어 지난 6월 관재처장에 직원이 첫 임명돼 직원처장이 2명으로 늘었다. 인하대는 지난 3월 사무처장에 재단인 한진그룹 직원이 처장으로 들어와 총 3명이 직원 처장이다.
반면 이화여대는 직원이 오를 수 있는 최고위직을 부처장으로 제한해 직원 처장은 없으며, 교무·기획·총무처 3곳에 직원 부처장과 부처장급인 도서관사서장, 총장비서실장 등 2자리를 직원이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