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공개변론에서 청구인 측과 정부 측은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다.
◆“개방이사는 헌법정신 흔드는 조항”= 청구인 측 대리인으로 나온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소속의 이석연 변호사는 헌법소원을 제기한 9개 조항 14개 조문 가운데 특히 개방형 이사와 임시이사 관련 조항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이 변호사는 공개변론이 시작되기 전 “개방형 이사는 헌법 정신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조항이다. 나머지 13개 조항에 대해 위헌판결이 나도 개방형 이사가 빠지면 의미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공개변론에서도 “개방형 이사는 사학의 존립근거를 흔드는 것이며 나아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사적 자치의 기본 가치의 기본을 흔드는 조항”이라며 “개정 사학법은 전 사학을 비리사학으로 몰아가고 개혁을 빙자해 원칙과 본질을 훼손하는 정권 차원의 ‘편 가르기’식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지배구조 변경을 통해 건학이념과 상관없는 외부세력이 이사회를 장악하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사학의 국·공립화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개정 사학법은 헌법 정신을 벗어난 과잉입법으로 채워져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투명성 위한 최소한의 장치”= 반면 정부 측을 대리해 나온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의 가재환 변호사는 “개정 사학법은 학교 설립자의 경영권을 침해하거나 건학이념을 단절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높여 올바른 인재양성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개정 사학법은 사학의 공공성과 투명성, 민주성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라고 맞섰다.
가 변호사는 특히 “사학 재정을 보면 법인전입금이 초등학교 17.3%, 중학 교 2.1%, 고등학교 2.6%, 전문대 1.8%, 대학 8.5%에 불과하고, 등록금과 수강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문대가 83.5%, 대학이 70%에 달하고 있다”며 “학교 재정에 대한 국가 부담이 크기 때문에 사립학교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제한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측 대리인 중 한 명인 곽태철 변호사는 “취향에 맞는 사람들과 학교를 운영해 오다가 제3자의 감시를 받아야 하는 부분이 굉장히 아플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학교 행정도 과거처럼 밀실행정이 되어서는 안 되고 교육 소비자들이 감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재, 선고 절차만 남겨 놔= 사학법 위헌 여부는 선고 절차만 남게 됐다. 청구인과 피청구인 모두 추가로 신청할 참고인이나 제출할 자료가 없다며 더 이상의 공개변론을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선회 헌재소장 대행은 “변론은 이것으로 마치고, 선고일은 추후 결정해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통상 공개변론이 열리고 1~2개월 뒤 선고가 이뤄진 점에 비춰볼 때 이르면 내년 초 사학법 위한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공개변론을 한 번으로 마치고 선고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헌재 결정에 대해 정부 측 대리인인 곽태철 변호사는 “이미 충분히 검토한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헌재는 공개변론에 앞서 재판관 전체 회의인 평의를 두 차례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회적 갈등을 불러올 만큼 중요한 사건을 헌재 소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처리하기에는 부담이 될 수 있어 소장 임명 시기에 따라 선고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헌재 소장대항을 맡고 있는 주선회 재판관의 임기(내년 3월 22일까지)에 맞춰 새 소장을 임명할 경우 내년 4월 이후로 넘어갈 수도 있다. 정치권의 사학법 재개정 움직임도 변수이다.
헌재 관계자는 “공개변론이 끝나도 재판관들이 평의를 열어 논의하면서 추가로 자료를 요청할 수도 있는 등 정확한 선고 시기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