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직업능력개발원(원장 이원덕, 이하 직능원)이 18일 미국과학재단의 박사학위취득자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이다. 2004년 현재 공학, 자연과학, 생명과학 등 이공계 분야의 한국 출신 박사학위 취득자 가운데 미국에 체류할 계획을 갖고 있는 비율은 73.9%로 나타났다. 20년 전인 1984년의 50%에 비해 23.9%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미국과학재단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 박사의 미국 체류계획 비율은 2002년 82.2%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03년 75.4%, 2004년 73.9% 등 일시적 감소세를 보였지만 전체적으로는 1984년 이래 계속 증가해왔다.
연구책임자인 진미석 선임연구위원은 “박사학위 취득자의 3분의 2는 박사후과정을 위해 귀국시기를 늦추고 있으며 귀국하지 않고 실제 미국에 정착하고자 하는 비율은 20% 정도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사후과정 등을 마치고도 미국에 잔류하는 비율이 귀국하는 비율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국내 이공계 분야의 미래연구경쟁력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직능원이 미국과학재단과 국내 학술진흥재단의 해외박사DB를 비교분석한 결과 2002년 박사학위 취득자 중 현재 국내에 복귀한 비율은 48.7%로, 1995년 학위 취득자의 복귀비율 69.5%에 비해 20%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미국 박사학위취득자의 국내 복귀비율은 지난 85년 이후 해마다 감소해 지난 2000년(49.1%) 처음으로 미국 잔류비율을 밑돈 데 이어 2002년에는 복귀비율이 더 떨어졌다. 2003년 이후 박사취득자의 경우 현재 박사후과정을 밟고 있는 사람이 많아 통계에서 제외됐다.
국내에 돌아온 이공계 박사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언제든지 미국으로 나가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 직능원이 2001년 이후 미국 박사학위취득자 454명(귀국 199명, 현지잔류 255명)을 대상으로 지난 6~9월 설문조사한 결과 귀국한 199명 가운데 37.7%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출국하겠다’고 답했다.
미국박사들이 미국에 잔류하고, 귀국박사들도 재 출국 계획을 갖는 것은 근무여건과 자녀교육이 가장 큰 이유였다. 국내거주 미국박사의 재 출국 이유를 물은 결과 근무여건(연구환경)이 좋아서란 응답이 46.2%로 가장 높았다. 자녀교육이 19.2%로 뒤를 이었다. 전문성 신장에 도움이 되어서(14.2%), 일자리가 많아서(10.3%)란 응답이 뒤를 이었으나 임금수준이 높아서란 응답은 3.8%에 머물렀다.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박사들도 다르지 않았다. 71.4%가 한국에 원하는 직장이 있으면 귀국하겠다고 밝혔으며, 장기체류할 예정이라는 응답은 28.6%였다. 미국에 체류하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연구 환경 등 근무여건이었다. 51.4%가 이렇게 답했다. 자녀교육이 16.2%로 뒤를 이었다. 전문성 신장에 도움이 되어서라는 응답도 10.8%였으나 임금수준이 높아서라는 응답은 6.8%에 머물렀다.
특히 귀국자 가운데 민간기업 취업자의 직무만족도가 낮았다. 국내에 취업한 미국박사는 37%가 민간기업에 취업하고 있었는데, 이들의 61.7%는 ‘자신의 학위보다 낮은 수준의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여기에는 미국 대학의 박사과정에 진학한 이유와 박사학위 취득 후 취업한 기관 사이에 존재하는 ‘간격’도 한몫 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박사의 80%는 교수가 되기 위해서, 63%는 연구원이 되기 위해 박사과정에 진학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귀국한 미국박사의 취업기관은 민간기업(37%)-대학(36%)-정부출연연구기관(27%) 순이었다. 반면 미국 체류박사(2004년 학위취득자 기준)들의 현지 취업분야는 68.3%가 고등교육기관이었으며 민간기업 또는 개인사업 23.2%, 정부기관 4.0%였다.
진미석 선임연구위원은 “두뇌유출이 심각하다고 얘기하다고 하는데, 고급인력을 유치하기에는 국내 기업 여건이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이 많다”며 “기업에서 핵심연구인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전문성과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연구개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업에서의 R&D문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