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생문제
0.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0. 참여정부 지난 4년간의 정책과 실적을 보고 드리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참여정부에 실적이라는 것도 있는가?’ 하고 의아스럽게 생각하실 것입니다.
저의 대답은 ‘예, 있습니다.’입니다. 언론에 안 나왔다고 실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도 실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 일을 보고 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참여정부 역시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전략을 가지고 일을 하였으니, 자연 미래를 향한 국가발전 전략 또한 자연스럽게 보고 드리게 될 것입니다.
0. 연설문을 읽어야 하는가? 강연처럼 자유롭게 할 것인가?
읽으면 지루할 것, 자유롭게 말로하면 대통령이 그렇게 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시비가 걱정됩니다.
민생이 어렵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습니다
0. 문제는 민생입니다. 민생이라는 말은 저에게 송곳입니다. 지난 4년 동안 저의 가슴을 아프게 찌르고 있습니다. 지금도 이 한마디는 저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민생이 어렵습니다. 4년 내내 어렵습니다. 보통사람들의 민생도 어렵고, 특별히 취약한 계층의 민생도 어렵습니다. 그냥 어려운 것이 아니고 보통 사람들의 살림은 더욱 어려워지고 어려운 사람들은 숫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후보시절 저는 국민 여러분에게 ‘서민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서민들이 저를 ‘서민을 위해 일한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민생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면목이 서지 않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습니다.
지금의 민생문제 새로운 현상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 있어
물론 민생문제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있었던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민생문제는 옛날의 민생문제와는 다른 새로운 현상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바로 양극화 현상입니다. 세계화, 정보화가 원인입니다.
세계화로 경쟁의 시장이 넓어지고, 지식기반 경제로 승자독식의 현상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고용이 따르지 않는 성장, 파급이 없는 소비시장 현상이 양극화를 더욱 심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것은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미국도, 유럽도 모두 겪고 있습니다. 일본은 특히 심각한 상태입니다. 한국도 90년대 초반부터 시작이 되었습니다.
97년 외환위기로 비정규직 급증, 양극화 심화
그 위에 한국은 태풍을 만났습니다. 97년 외환위기입니다.
97년 1만 7천개, 98년 2만3천 개의 기업이 부도가 났습니다. 요즈음 부도나는 기업이 1년에 3천개 정도이니 당시의 사정이 어떤 것인지 짐작이 갈 것입니다. 100만 명이 넘는 근로자들이 직장에서 밀려 났습니다. 98년에는 실업자가 무려 150만 명까지 늘어났습니다.
이들이 한꺼번에 택시, 화물차, 음식점 개업으로 몰렸습니다. 택시가 3만대, 화물차가 15만대 늘어났습니다.
일본은 인구 140명에 음식점 하나인데 우리나라는 인구 79명에 음식점 하나입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자동차 할부금도 낼 수가 없고 집세도 낼 수가 없습니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하고 음식점하는 사람들이 솥을 들고 과천 청사에 모인 사연입니다.
외환위기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으로 채용을 돌리면서 2001년 364만 명이던 비정규직이 작년에는 546만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2002년 신용위기로 가계부도 사태…소비 줄고 투자 안되는 악순환
97년 외환위기가 기업부도 사태라고 한다면, 2002년 신용위기는 가계부도 사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느 정도 회복되던 민생이 다시 한 번 무너진 것입니다. 가계가 무너지니 소비가 줄어들고 소비가 줄어드니 투자가 안 되고, 투자가 안 되니 다시 민생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진 것입니다.
수출 덕분에 기업이 깨어나고 경제도 점차 정상을 찾아가고 있으나 민생은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위에 부동산과 주택, 사교육비, 통신비 등의 지출은 늘어나니 서민들이 더욱 어렵습니다.
경제만 좋아진다고 민생 해결 안 돼…양극화 해결돼야 민생 해결
민생문제의 대책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경제가 중요합니다. 경제가 좋아지면 민생도 좋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경제는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나중에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양극화 문제가 해소되어야 합니다. 경제만 좋아진다고 민생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양극화 문제가 해결되어야 민생이 해결됩니다.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함께 가는 경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동반성장, 상생협력, 균형발전 이런 정책이 성공해야 합니다.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일자리의 숫자를 늘리고 품질을 향상시켜야 합니다.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부동산, 사교육비와 같이 격차를 더 벌리는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개인의 직업능력을 향상시키고, 어려운 사람, 낙오한 사람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어야 합니다. 정부가 이런 일을 하면 소득의 재분배가 일어나고 빈부 격차가 줄어들게 됩니다.
경제정책뿐 아니라 사회정책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정책 동원해야
결국 양극화를 해소하자면 경제정책만이 아니라 사회정책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정책이 동원되어야 합니다. 지금부터 이들 정책을 하나하나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그 동안에 참여정부가 한 노력과 성과도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정책을 말씀드리기 전에, 민생문제와 관련하여 몇 가지 오해와 무리한 논리에 관한 의견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민생문제 해결 못한 책임 통감하지만 만든 책임은 없어
‘민생파탄’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나친 표현입니다. 소득, 소비, 실업률 등 어느 지표를 보아도 지금은 97년 외환위기 때나 2003년 가계부도 때와는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을 ‘파탄’이라고 말하면 그 당시의 상황은 표현할 말이 없게 됩니다.
정치적인 이유로 우리의 삶을 그렇게 깎아 내려 우리 모두의 기를 죽이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냥 민생이 어렵다는 표현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민생의 어려움이 오로지 참여정부의 책임이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에 그치지 않고 심판하자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책임을 회피하지는 않겠습니다. 민생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책임은 통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듭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계는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민생문제를 만든 책임은 없습니다. 참여정부의 민생문제는 물려받은 것입니다. 문민정부 시절에 생긴 것을 물려받은 것입니다.
원인 만든 사람들이 책임 묻는 것엔 승복할 수 없어
국민이 책임을 묻는다면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원인을 만든 사람들이 ‘민생 파탄’이라는 말까지 동원하여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 데는 승복할 수가 없습니다. 적반하장, 후안무치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경제만 좋아지면 민생문제는 모두 해결되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양극화까지도 경제만 좋아지면 해결된다는 주장인 것 같습니다. 참 단순하고 속편한 논리입니다. 그렇게만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그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대형 유통업이 발전할수록 재래시장이나 동네가게는 어려워집니다. 영세자영업자들의 민생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인건비가 올라갑니다. 인건비가 올라가면 기업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자리를 줄이고 비정규직을 늘립니다. 그래도 버티지 못하면 해외로 나가거나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하여 실업자와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영세자영업도 늘어납니다. 세계화, 지식정보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이런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소득의 차이도 더 커집니다. 이른바 양극화 현상이 생기는 것입니다.
전체 경제가 성장할수록, 어느 한 쪽의 소득이 늘어날수록, 생활수준, 소비수준은 높아지고 집값도 교육비도 통신비도 늘어납니다. 모든 소비가 늘어납니다. 그에 비해 보통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은 늘어나지 않으니 민생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이치가 이러하니 오로지 경제가 민생문제의 원인이고, 경제만 풀리면 민생문제도 다 풀릴 것처럼 말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양극화를 해소해야 합니다. 그래야 민생이 풀립니다.
민생문제, 한두 개 정책으로 간단하게 풀 수 있는 것 아니야
민생문제를 너무 쉽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입만 열면 민생파탄을 외치면서 자기들이 집권만 하면 금방이라도 민생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입니다. 당장 민생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고 국정실패로 몰아붙이는 언론들도 비슷한 사람들입니다.
옛날에도 많이 들어본 이야기들이지요. 그런데 언제 대통령이 바뀌어서 국민들의 민생이 금방 달라졌던 기억이 있습니까? 앞에서 말씀 드렸듯이 민생문제라는 것이 한두 개의 정책으로 간단하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여러 정부의 정책이 쌓여서 오늘의 민생이 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양극화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문제이고 미국도 일본도 아직 풀지 못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멀리 내다보고 여러 가지 정책을 종합하여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그 동안 참여정부가 추진해 온 경제전반, 일자리, 동반성장, 균형발전, 사회안전망, 고용지원, 비정규직, 교육, 부동산, 이런 모든 정책이 성공해야 해결이 가능한 문제입니다. 참여정부는 이 모든 정책을 체계적으로 구성하여 ‘함께 가는 희망한국 비전 2030’으로 엮어서 국민 앞에 내놓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정치도 언론도 달라져야 합니다. 대안도 없이 비방만 하고 정책도 없이 큰소리만 하는 풍토는 이제 달라져야 합니다. 대안을 말하고 이치를 따지고 합리적으로 토론하는 책임 있는 사회 풍토가 만들어져야 진정한 민생대책이 채택되고 실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