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훌륭한 연구를 많이 한 뛰어난 연구자라서 국내인명사전도 아닌 세계인명사전에 등재되었을까, 어떻게 한 개도 아니고 세계 3대 인명사전에 동시에 오를 수 있을까라고 놀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세계인명사전 등재라는 화려한 쾌거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크게 다른 경우가 많다.
평생을 과학자로 살아온 한 지인으로부터 최근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해외에서 무수히 많은 편지를 받았는데 세계적인 인명사전으로 꼽히는 ABI(미국인명연구소), IBC(캠브리지국제인명센터) 등으로부터 온 편지였다고 한다. 그는 ‘ABI로부터는 ‘ABI가 선정하는 21세기 위대한 지성‘에 공식 선정되었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고, 같은 기관으로부터 ’올해의 과학자‘로 선정되었다는 편지와 미국 명예의 전당 등재 수락을 요청하는 편지도 받았다. 캠브리지 국제인명센터(IBC), 국제인명협회(IBA)도 비슷한 내용의 편지를 차례로 받았다. 하지만 이런 선정소식에 대한 기쁨은 잠깐이었다는데, 이유는 그 편지에 과학자로서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불편한 내용들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수북하게 쌓여있는 편지들을 보여주었다. 선정소식을 알리는 편지의 뒷면이나 별지에는 ‘인명사전등재를 위해서는 약400달러를 내야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게다가 ‘결제는 비자, 마스터 또는 아멕스카드로 가능하다’는 친절한 안내까지 붙어있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인명사전등재만 하면 얼마고, 이를 동판에 새긴 것을 함께 주문하면 얼마고, 모두를 패키지로 하면 얼마’라는 상세한 설명까지 나온다.
그것은 선정통보라기보다는 선정을 돈으로 사라는 ‘주문요청’이었다. 연구업적을 인정해 위대한 지성으로 선정하고 세계 100대과학자에 선정할 거라면 그냥 선정하고 축하편지를 발송하면 되지, 왜 돈을 달라고 하는 걸까. 돈을 내고 주문하지 않으면 등재되지 않음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선정이 아니라 상업적 거래가 아닌가. IBC의 편지 뒤에는 다른 사람을 추천해 달라는 내용도 있었다. 추천자의 이름, 남녀성별, 직업, 주소만 적게 되어 있지, 그 사람이 어떤 업적을 이루었고 왜 훌륭한 연구자인가에 대한 추천사유를 적는 란은 아예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런 추천을 통해 편지를 받은 또 다른 연구자들 중 다수는 아마도 허탈함을 느꼈을 것이다. 게 중에는 돈 얼마를 내고 세계3대 인명사전에 등재되는 기쁨을 누릴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직한 연구자로 살아온 사람들에게 이런 식의 제안편지는 장사속으로만 비칠 뿐이다. 돈 몇 백 달러, 몇 백 파운드 내고 세계인명사전에 등재된다는 것은 훌륭한 과학자에 대한 우롱이며, 성실한 연구자에 대한 모욕일 것이다.
진정한 과학자는 정직한 연구성과를 통해 인정받고 사회에 기여한다. 인명사전 등재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연구업적 인정에 따르는 자연스런 결과가 돼야만 한다. 이런 세계인명사전 등재의 허상에는 그 내막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언론의 책임도 있고 이를 진지하게 문제 삼지 않는 연구자들의 잘못도 있다. 언론은 더 이상 세계인명사전 등재 놀음에 부하뇌동해서는 안될 것이다.
<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