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오늘날 대학의 경쟁력을 가로막고 대학위기를 초래한 바탕에는 우리나라 대학재정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대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대학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다.”라고 역대 정부가 지속적으로 외쳐왔던 것과는 달리 교육인적자원부의 예산은 과거 30여년간 초․중등교육에 집중됐다. 2006년 교육예산을 살펴보면 초․중등교육이 87.1%인데 비해 고등교육은 12.4%에 그친다. 교육인적자원부를 비롯한 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를 합하면 GDP의 5% 정도가 교육예산으로 할당되고 있지만, 대학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에도 못 미치는 0.43%에 불과하다.
초․중․고등학교 예산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의해 내국세에 연계, 매년 높은 예산을 확보하면서 국가재정 한계와 부처간 균형을 이유로 예산당국이 대학예산을 매년 삭감 조정했다. 때문에 지난 30년간 대학예산은 해를 거듭할수록 구조적으로 점점 더 위기에 몰리게 된 것이다.
참여정부의 예산제도는 과거 Bottom-up방식에서 Top-down방식으로 변경되어, 각 부처 장관에게 미리 Ceiling을 정해주고 해당부처의 재량으로 예산을 편성하도록 전환했다. 특히 예산당국에서는 초․중․고 교육 예산을 뒷받침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의 교부율이 잦은 법개정으로 늘어남(19.4→20.0%)에 따라 대학예산은 앞으로도 삭감될 전망이다.
지난 2월14일 행정자치부의 발표에 의하면, 과거 4년간 공무원이 4만8499명 증가되었는데, 그중 3만6384명이 교육공무원인 초․중․고 교사로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고 영양교사 등 특수직을 교사로 충원한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대학은 예산이 부족하여 초․중․고등학교의 2배가 넘는 콩나물 교실인데 반하여, 초․중․고등학교는 교부금법에 의하여 풍족하게 예산을 확보하는데서 비롯된 기현상이다. 이제 초․중․고등학교도 과감한 구조조정과 통폐합 등을 통하여 교원과 예산을 줄여나가야 한다. 소규모학교를 통합하고 잘 정비된 도로망과 학교버스를 활용하여 인근의 학교로 통학하는 것이 예산절감이나 교육효과 측면에서 더욱 바람직하다.
2005년 7월1일 세계적으로 명문인 미국의 예일대학 법과대학원 학장으로 부임한 헤럴드 고 박사(고 고광림 박사 3남, 1998년 클린턴대통령 시절 미국 국무부 인사담당 차관보)는 “미국의 힘은 군사력과 경제력이 아니라 탁월한 교육기관에서 나온다.”라고 역설한 바 있다.
오늘날 인도가 미국, 일본, 중국 다음으로 과학이 발달하고 경제대국으로 도약할 것이 예견되고 있는데, 이는 그동안 모든 국가재정을 대학에 전폭적으로 투자한데서 기인한다. 대학교육은 가장 훌륭한 미래 투자이며, 사람과 지식의 산실인 대학의 경쟁력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여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그러나 우리의 대학교육은 초라하기만 하다. 2005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보고서에 의하면 세계 60개국을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경쟁력은 52위로 나타났다. 또한 교육여건을 살펴보면, 초․중등학교의 교원1인당 학생수는 25.1~15.1명인데 비하여, 대학의 교수1인당 학생수는 32.2명으로 OECD회원국 평균인 14.9명의 2배를 넘고 있다. 2000년대 교육부총리를 지내신 분 중의 한 분은 전국의 교육시설을 둘러본 다음 소감으로 도서벽지와 낙도라 할지라도 초․중․고등학교의 과학기자재를 포함한 교육시설이 서울의 명문대학보다 더 훌륭하다고 증언한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은 대학인들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통감하지만, 무엇보다 대학교육을 사학에 의존하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않은 결과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교육의 질적 수준은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능가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대학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임을 부인하지 않는다면, 이제부터 대학에 대한 투자수준을 실질적으로 높여야만 한다.
이러한 점에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의 제정이 시급하다. ‘한국지방대학총․학장협의회’에서는 4년 전부터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추진하였다. 고등교육도 보통교육과 같이 교부금의 교부율을 법률로 정하여, 정부와 정치권이 공약한 바와 같이 OECD국가 평균수준인 GDP 대비 1%정도의 고등교육재정 확보를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은 현재 여야의원 공동발의로 국회에 계류 중에 있으며, 교육위원회에서 공청회까지 마친 상태이다. 공청회에서도 예산처나 한국개발연구원(KDI) 모두 대학재정이 어렵다는 것에 공감하면서도 일시에 많은 예산을 늘리는 어려움 때문에 주저하고 있어서 순차적으로 증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GDP 대비 1%에 해당하는 내국세의 비율은 7.6%이며, 현재 대학지원 전체예산은 3.4%수준이므로 추가로 4.1%가 증가되어야 한다. 따라서 2008년 또는 2009년부터 매년 5천억원 정도씩 연차적으로 증액하면 7년 후에는 대학예산 GDP 1%수준이 가능하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의 제정이 어렵다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초․중등교육)을 ‘한국교육재정교부금법’으로 확대 개편하여 고등교육재정까지 포함시키고, 우선 1차년도인 2008년 또는 2009년에는 내국세의 24~25%수준(현 지방교육재정교부율 : 내국세의 20%)으로 하되, 매년 상향조정할 수 있도록 개정할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배경의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이 17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거나 선거공약으로 채택되도록 전국 360여개 대학의 총․학장을 비롯한, 12만 명의 교직원, 250만 명의 재학생, 950만 명의 졸업생 등 전체 1,300만 명의 대학인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