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1949년의「교육법」 제73조에 교원은 ‘학생을 직접 지도·교육하는 자’였고, 제75조에 ‘대학 교원으로 총·학장, 교수, 부교수, 강사, 조교를 둔다’고 되어 있어 강사는 교육공무원에 다름 없었다. 그러나 군부정권이 언로를 통제하는 ‘절대반지’를 손에 쥐자 강사의 지위는 급락, 전임교원과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1960년대 군부정권은 강사 노동에 대한 대가를 ‘강의시간’에 국한시켜 지급하는 「국·공립대및전문대강사료지급규정」을 도입했다. 또 1970년대에는 「교육법」 제75조의 ‘강사’를 ‘전임강사’로 바꿔 대학강사들의 법적 교원지위를 박탈했다. 지식인 통제의 야욕이 오늘날의 대학강사 문제를 야기시킨 것은 분명하지만, 더 놀라운 점은 문민·국민·참여의 외피를 덮어쓴 민간정부조차 대학의 편법을 방치해 교육의 공공성을 포기한 것이다. 그 결과 대학강사들은 처참한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교원에서 배제된 대학강사들의 실태
대부분의 대학강사들은 석사 이상의 학력을 소지했고, 박사 이상 학력 소지자도 35~40%에 이른다. 또 연령별로는 30대와 40대가 전체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다. 또 전체의 75% 정도가 기혼으로 과반수 이상이 ‘전업’으로 대학강사 생활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녀를 둔 40대 이상의 기혼 대학강사’를 통상적 모습이라고 가정한다면, 일반적인 수준에서 40대 이상의 박사학위 소지자가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큰 박탈감을 겪을 것으로 추측된다.
대학강사의 생활 실태를 알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제공되는 자원의 양을 파악하는 것이다. 2006년 국공립대 평균 강의료는 약 4만원, 사립대는 약 3만원이었다. 전임교원의 법정강의 시수인 주당 9시간, 15주 강의를 한다고 가정하면 국공립대 강의료는 1,080만원, 사립대는 810만원이다. 연간 강의료만 따질 경우 1,000만원을 넘기기 쉽지 않은 것이다. 이는 단신가구 표준생계비나 3인 가구 최저생계비보다 적은 소득이다. 특히 4대 보험 중 부담이 큰 직장건강보험과 직장국민연금 혜택을 받는 대학강사는 거의 없으며, 사용자 부담액이 적은 산재보험의 경우 약 52%, 고용보험은 약 40%가 보장받고 있을 뿐이다.
강의 준비 공간인 휴게실은 국공립대의 경우 강사 104명당 1개, 사립대는 69명당 1개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공동연구실은 각각 116명당 1개(국공립대), 136명당 1개(사립대) 제공에 불과했다. 반면 대학강사 업무의 비교준거집단인 전임강사의 경우, 개인 연구실 제공과 4대 보험 보장은 물론 4,000만원~4,500만원 수준의 평균 연봉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학강사문제의 해법, 고등교육법 개정과 국가 재원 투여
대학 내에서 비슷한 노동을 수행하는 교육자에 대한 차별의 자의성과 그 정도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한 국가인권위원회는 비정규교수노조의 진정을 받아들여, 2004년 6월 교육부 장관에게 시간강사 처우개선 권고문을 보냈다. 최근 들어 한국비정규교수노조와 여러 지원단체들의 노력이 반영돼 민주노동당·열린우리당·한나라당 소속 일부 국회의원들은 강사의 교원 지위 회복을 위한 법안을 발의했거나 발의 준비 중이다. 이들과 노조의 노력으로 2007년부터 국공립대 강의료는 이전보다 비교적 큰 폭으로 인상될 가능성도 높다.
최순영·이상민·이주호 세 의원이 발의 또는 발의 준비 중인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취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첫째, 대학강사에게 나름의 적절한 명칭을 부여해 고등교육법상 교원의 범주에 포함시킨다. 둘째, 대학강사에게 교원에 걸맞은 대우를 함으로써 고등교육의 질을 향상시킨다. 이러한 입장은 국민의 교육권 수호에 대한 열정이 드러난 것으로, 그간에 비춰볼 때 혁신적인 제의라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상황을 개선하는 데 어느 정도의 재원이 필요한가? 2월 22일 열린 비정규교수노조 제3차 정책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국공립대 전임강사 평균연봉 대비 2/3(연봉 약 3,050만원 수준)이나 민주노총 3인 가구 표준생계비(연봉 약 3,560만원 수준)를 제공할 경우, 매년 약 1조 3,800억원 또는 약 1조 6,100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매주 9시간을 강의하는 전국 필요강사 수(약 3만8천명)를 추산, 각각 연봉과 4대 보험 제공시 부담해야 할 금액을 합산해 추정한 금액이다.
소요비용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헌법 및 교육법의 정신에 비추어봤을 때 비용은 국가가 직접 부담하는 것이 합당하다. 고등교육부문 예산을 OECD 평균 수준에 맞춰 종부세를 비롯한 각종 세원을 고등교육부문에 투여하면 재원 확보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사립대의 비중이 큰 점을 감안해 불합리하게 축적되거나 사용되고 있는 재단전입금을 활용하거나, 고등교육발전에 뜻이 있는 사람들을 통해 고등교육기금을 조성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개혁은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에서부터!
그런데 어떤 이들은 이런 제안에 대해 ‘대규모 실업사태’ 운운하며 공포심을 조장하고 있다. 비용 부담이 증가하면 시간강사를 쓰지 않겠다는 사학 재단의 주장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제발 시간강사가 아닌, 전임교원을 더 뽑아 교원 법정충원률 100%를 달성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작금의 대학강사 문제는 필요한 전임교원 대신 값싸게 부릴 수 있는 시간강사를 확대 채용해 발생한 측면이 많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대학강사 대책을 논할 때 ‘돈’과 ‘기존의 규정’에만 집착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잃어버린 교육철학의 가치를 되찾아 교육정책의 우선 순위를 조정하자. 기존 예산을 재편성하고 추가 재원을 확보하자. 고등교육 종사자에게 강사든 교수든 적절한 명칭을 부여해 ‘교원 법정주의’를 실현하자. 그것이 문제 해결의 첫 단추다. 인식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은 정규직 ·비정규직 교수를 비익조(比翼鳥)로 만들어 진정한 학문 발전의 길로 안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