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신설하는 대학이니 반대는커녕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었다. 교육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울산과기대법’의 통과가 “대학구조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해 온 국립대학 법인화 사업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대학경영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혁신적인 시스템을 대거 도입하여, 국립대학 운영모델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자찬하였다.
하지만 ‘특별법(안)’이나 ‘울산과기대법’을 보면, 현재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립대학 법인화 정책을 개혁이라고 규정하기 어렵다. 법인화를 옹호할 때 흔히 일본이 개혁을 이뤘다는 점을 내세운다. 동경대가 특수법인화하고 일본의 국·공립대학이 큰 구조조정을 겪었음은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만 유의해서 보면, 큰 차이가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일본에서 ‘주식회사’ 형태의 법인화안을 먼저 제시한 것은 경제부처였고 문부성은 처음에는 반대하다가 ‘국립대학협의회’와의 논의를 통해 대학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대폭 수정하는데 앞장섰다. 그 결과 대학의 자치권은 물론이요 교육과 연구의 표준을 제시하는 국립대학의 존재성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반면에 우리의 교육부는 재계나 언론 그리고 경제부처의 요구를 여과없이 받아들여 비판의 목소리를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하면서 대학을 ‘기업’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대학의 고유성을 깡그리 무시하니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대학인들조차 ‘특별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그것은 근본적으로 교육부가 우리의 학문연구와 고등교육에 대한 전망, 곧 ‘학문정책’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는 우리가 일본과는 달리 자립적인 학문생산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했음을 말해주는 것인데, 학문정책을 입안할 능력이 없는 교육부가 입시정책에만 매달리다가 국가경쟁력의 강화가 새 국시로 되면서 경제논리에 휘둘리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교육부는 대학사회를 설득하지 못하고, 또 대학인들은 교육부를 믿지 못한다. 정책의 철학적 전망이 없으니 관료적 편의주의와 이기주의, 그리고 행정적 조작주의가 맹위를 떨치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의 왜곡된 대학체제가 법인화의 졸속 추진을 부추기고 있다. 우리의 고등교육은 전세계에서 사립대학의 비율이 가장 높은, 결코 자랑하고 싶지 않은 특수성을 보인다. 국가가 고등교육을 사실상 방기해왔다는 방증이다. 더욱이 그 사립대학의 대부분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천민적인 소유관에 입각해 있어서 ‘사립학교법’의 개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저열한 줄다리기가 보여주듯이 최소한의 개혁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폐쇄적이고 부패해 있다.
재벌보다도 강력한 토호세력인 사학재단의 전방위 로비로부터 교육부도 자유롭지 못하니, 학문정책은 고사하고 대학의 자치와 공공성을 보듬어낼 수 있는 방안이 나올 리 없다. 국립대학을 통해 고등교육과 연구의 질을 끌어올리기보다는 아예 그것을 사립대학의 수준으로 끌어내리겠다는 속내가 법인화의 추진에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의심스런 것이다.
‘울산과기대법’은 이런 우려가 결코 기우가 아님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대학경영의 자율성을 운위하면서도 실제로는 교육부의 통제권이 관철되고 있으며, 기업이나 국가와는 다른 조직원리를 가진 대학의 존재성은 철저하게 무시한다. 대학구성원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장치는 원천적으로 봉쇄하면서 교육부 관료와 재계인사가 장악한 이사회를 “학내·외 인사가 참여하는 개방형 의사결정구조”라고 강변한다. 또 놀라운 점은 “울산의 산업클러스터 구축 전략에 부합하는 대학을 만든다”고 하면서 교육전문대학원을 설치한 것이나 이공계 전문대학이기에 교양교육에 더욱 유의해야 할 터인데 그런 고려가 매우 빈약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대학도 개혁되어야 하지만, 참으로 혁파되어야 할 것이 교육부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