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이 행사에 자극을 받은 다른 대학들도 고교 교사들을 초대하여 논술 설명회를 개최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뭔가 뒤바뀌어도 한참 뒤바뀐 것이다. 많은 대학들이 서로 자기 대학의 논술 유형을 발표하고, 전국의 고등학교 교사와 학생, 학부모를 초대하여 설명회를 한다는 것은 자기들 입맛에 맞춰 춤을 추라는 식이다.
우리 고등학교가 대학의 입맛에 맞춰 학생을 교육해야 하는가? 아니면, 대학들이 우리 고등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를 찾아와 보고 그에 맞춰 문제를 내야하는가? 왜, 당신들은 항상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가? 또는 정상적으로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이라면 쉽게 쓸 수 있다고 말하는가?
대학들이여! 고교 교사들을 학교로 초대해서 설명하지 말고, 당신들이 고등학교로 찾아가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 살펴봐라.
대학만 탓할 일도 아니다. 대학이 좋은 학생을 뽑으려고 노력한다고 해서 탓할 일은 아니다. 대학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정말 큰 문제는 교육부에 있다. 교육부는 대학의 자율성을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이미 수능과 내신은 학생선발도구로써의 변별력을 상실했다. 대학들이 논술을 크게 강화하자 교육부는 ‘문제는 있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가 내놓은 정책은 교사 연수다. 교사들을 재교육시켜 논술을 학교에서도 지도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교직 사회 안에도 우수한 교사들이 많다. 생각해보라. 교사가 인기 직업이 된 지 오래다. 교사들 중에는 석박사 학위를 지닌 이도 상당수다. 석박사 학위를 딴 고교 교사들이 고등학생을 가르칠 수 없다고? 새로 다시 배워야 가르칠 수 있다고? 이미 중․고교 교사의 1/3 이상이 논술 연수를 마쳤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쯤 학교에서 문제없이 논술 지도가 이뤄지고 있어야 하지 않나?
학교에서 논술지도가 잘 되지 않는 이유는 교사의 능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논술을 지도하기에는 환경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이다. 연수를 받은 교사들도 학교로 돌아가서 너무나 높은 현실의 장벽에 그만 포기하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논술지도는 교사의 사명감을 과도하게 요구하기 때문이다. 논술을 효과적으로 지도하기 위해서는 1:1로 대면 지도를 해야 한다. 논술지도를 위해서 첨삭지도를 하기 위해 주말을 반납해야하는 경우도 많다. 수업 준비하고, 수업하고, 첨삭지도 혹은 개인지도 하고 받는 대가는 무엇인가? 이러한 일들이 교사의 사명감을 요구한다.
교육부가 엉뚱한 곳에 가서 남의 다리를 긁적이고 있는 꼴이다. 학교에서 논술지도가 잘 되지 않는 이유를 학교 가서 물어봐라. 왜? 대학 교수들에게 물어보고서는 남의 다리를 긁고 있는 것인가?
대학이나, 교육부가 그 답을 고등학교에 가서 찾기 바란다. 그리고 우리나라 교육환경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좋아지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논술지도를 잘 하기위한 지름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