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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홍 칼럼
박규홍
본지 전문위원, 경희대 교수
[박규홍 칼럼] 본지 전문위원, 경희대 교수
대학의 선택-수능과 내신
박규홍 (서원대 교수/본지 전문위원)
내년 입시를 두고서 지금 대학들은 우수 신입생 유치를 위한 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양대 명문 사학인 연세대와 고려대는 내년 입시에서 정시 모집 신입생의 50%를 수능 성적만으로 뽑겠다고 했다. 다른 대학들도 두 대학을 따라 그와 비슷한 입시전형 안을 내놓고 있다.

교육부가 장차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지만 3년 동안 교육부의 말만 믿고 열심히 내신관리를 해온 고3 수험생들에겐 별로 좋은 소식은 아닌 것 같다.

3년 전, 당시 교육부총리는 특목고에 진학하면 오히려 불리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했다. 입시에서 내신 반영비율을 높이고 수능을 9단계로 단순화하기 때문에 내신이 좋아야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다는 취지로 그렇게 말을 한 것이다. 특목고에 가면 좋은 내신등급을 받기가 쉽지 않으니 내신 반영비율을 올리면 대학가기가 쉽지 않다는 취지의 말이었던 것이다.

애초에 교육부 당국이 수능에서 전국석차를 지우고 단순 9등급으로 고친 것은 학생 선발에서 대학들이 내신반영 비율을 높이도록 강제하기 위함이었다. 속된 말로 물 타기 수법으로 수능 성적의 변별력을 떨어뜨리면 대학들이 내신 반영률을 높이지 않고는 배겨내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만든 입시 지침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능 등급만으로는 우수학생을 변별하여 뽑을 수 없게 될 것은 분명하므로 대학들은 신뢰도가 떨어지는 고교 내신보다는 논술로 신입생을 뽑으려 했다. 그러자 교육부는 대학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다시 간섭을 시작하였다.

신입생을 논술 위주로 뽑겠다던 대학들은 결국 교육부 닦달에 내신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이고 논술 같은 대학별 전형부분은 최소로 반영하겠다는 합의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 후에 대학들이 내신 성적을 믿을 수 없으니 학교를 차별화 하여 내신을 반영하겠다고 하자 교육부는 다시 대학에다 으름장을 놓으면서 내신을 반영할 때 학교간의 차이를 두지 말고 평등하게 적용할 것을 요구하였다.

상황이 이러니 대학들은 교육부의 간섭에 끊임없이 궁여지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학생 선발 방법이 연세대와 고려대의 내년도 입시안 같은 것일 게다.

교육부 당국은 내신 위주로 학생을 뽑으라는데도 두 대학이 내년에 신입생의 절반을 수능으로만 뽑겠다고 발표한 것은, 내신을 믿을 수 없으니 비록 교육부가 물 타기 수법으로 수능을 흔들어 놓았지만 나름대로 변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수능만으로라도 좋은 학생을 뽑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그게 신뢰도가 떨어지는 내신 성적으로 학생을 뽑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꿩 대신 닭이지만 그래도 그 방법이 최선이라는 판단에서 일 것이다.

이렇게 학생을 뽑는 입시안을 두고서 대학과 교육부 간에 이렇게 숨바꼭질하듯 하는 풍경은 아마도 한국에서나 볼 수 있는 진풍경일 것이다. 교육부와 대학이 입시 안을 두고 이렇게 옥신각신하는 동안 수험생들만 혼란스럽게 골탕을 먹고 있다. 고래 싸움에 등터지는 새우가 된 격이다.

입시제도가 3-4년 단위로 자주 바뀌는 바람에 수험생이 고달픈 것은 말할 나위없고 대학 교육의 품질이 떨어지고 하향평준화가 되어서 대학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미적분을 아예 배우지 않고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이 늘어나면서 대학들은 저학력 학생들에게 고등학교 과정을 다시 지도해야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내신관리만 잘하고 기본 이수 영역만 배우면 되니까 생긴 부작용이고,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지니까 생긴 학력저하 현상인 것이다.

자라나는 아이에게 간섭을 많이 할수록 자립능력이 떨어지고 창의력이 생기지 않듯이, 정부와 교육부가 대학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고 대학에 대하여 간섭만 한다면 대학도 자립능력이 떨어지고 창의적 교육을 할 수 없게 될 것은 분명한 일이다.

수능성적만으로 입학정원의 절반을 뽑겠다는 교육부에 대한 연세대와 고려대의 반란적 시도가 고등학교 교육과 입시 제도를 어느 방향으로 몰고 갈 지 그것도 적지 않게 우려되지만 교육부의 대학 간섭이 더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교육부가 없어져야 우리 교육이 살 수 있다.’는 시중의 목소리가 요즘 들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박규홍 칼럼 | 입력 : 07-03-16 오전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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