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심드렁하다. 큰 문제 아닌가? 이는 분명 인생에 있어서의 달관은 아닐 터. 삶의 켜에 눌어 앉은 몹쓸 게으름이나, 쓰러져 피 흘려 본 패배자의 비굴함 아마도 뭐 이런 것은 아닐까…. 아니면 어느 순간 예측 가능해지고, 익숙해져 버린 인생에 대한 턱없는 여유인가.
그러나 정작 정신 차리고 돌아보는 현실은 여유를 찾고 시시해 하기에는 매일 매일이 정신없는 전쟁터다. 대충 꼽아도 피해갈 수 없는 역할이 대여섯 가지. 이 생각 저 생각 접고 오로지 각각의 역할에 대한 기본만 하더라도 슈퍼우먼 수준으로 처리해야 겨우 낙제점을 면한다.
냉철하게 정신 차리고 돌아보는 지난해는 보여지는 결과야 어떠하든 마음가짐만은 슈퍼우먼의 위용으로 세상과 진지하게 맞섰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살아낸 날들이 왜 문득 문득 시시하고 재미없게 느껴지는 걸까.
내평생의 화두 ‘성실함의 본질’은 늘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열심히 살아가고는 있으나 부족함이 상존하는 이 허허로움, 그것이 지적 공허이든 사람과의 관계속에 빚어지는 허탈함이든, 이상과 현실사이의 괴리든 모호한 실체로 사람을 맥 빠지게 하는 상실감.
365일 하루하루 참으로 짧다 싶더니, 한해가 또 가고 새해다. 치열한 실천이야말로 소망의 다른 이름인 것을 불혹의 나이를 앞두고야 겨우 알아차리지만, 올 한해 실천과 소망 사이의 간극을 메우고 인생의 참 맛을 느낄 수 있게 될런지는 또 다시 한번 힘차게 살아 볼 일이다. ‘내 성실함의 본질’을 밝혀 무언가 명쾌해질 때까지.
귀한 지면 사변적인 넋두리로 채워버린 죄. 그 죄에 대한 엄중한 책임으로 올 한해 감사하며 겸손하게 살아볼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