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전 총장은 이날 오후 3시 공주대에서 '2007 한국경제의 전망과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특강을 통해 "과거 한국주식회사라고까지 불렸던 '정부-대기업-금융' 삼각 조정메커니즘이 더이상 제대로 기능을 할 수도 없고 더이상 존재하지도 않는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새로운 조정 메커니즘의 부재로 풀리지 않고 있는 한국경제의 주요 현안으로 ▲투자부진 ▲양극화 ▲한미FTA를 꼽았다.
정 전 총장은 "한국 경제가 지나치게 안전, 축소 지향적으로 변한데다 투자수익률의 저하와 왜곡된 투자구조, 이윤기회에 대한 불확실성, 금융의 위험기피로 투자부진이 나타나고 있다"며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정부정책의 불확실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공정거래법 개정 논란이 대표적 사례로 대기업들이 규제환경이 어떤 방향으로 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투자를 미루는 대안을 택했다"며 "단기적인 고통이 따르더라도 기본원칙에 충실해 정부정책의 불확실성을 줄여줘야한다"고 강조했다.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는 "분배가 악화되고 사회통합이 약화될수록 기술혁신을 저해해 성장동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커진다"며 "양극화를 고착화시키는 동태적 구조를 개선하기위해서는 교육정책을 포함한 사회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공정거래 보장,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분단현상 해소 등을 추진해야할 것"이라며 "특히 금융자산과 부동산간의 예상 수익률 격차를 줄여 부동산 투자의 매력을 근본적으로 감소시켜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재 진행중인 한미FTA 협상과 관련 "지구화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다만 세계경제 흐름과 국내경제 역량을 고려해가면서 개방 폭과 시점을 잘 조절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엄청난 시스템 리스크를 불러왔던 1990년대 종금사 사태나 2003년 신용카드사 사태가 성급한 개방과 규제완화를 추진한 결과"라며 "또한 현재 협상의 추진속도와 개방범위는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되는 속도와 균형을 맞춰야할 것"이라고 정 총장은 조언했다.
이같은 한국경제의 현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삼각 조정메카니즘을 대신할 우리의 새로운 조정장치로 사회 구성원이 공유하는 기준(norm), 규칙(rule), 신뢰와 같은 '사회적 자본'을 구축해야한다"며 "사회적 자본이 풍부하게 축적되면 이해관계가 충돌될 때 주어진 룰에 따라 직접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인적자본과 기술의 축진도 촉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려면 1980년대 중국의 덩샤오핑과 같은 큰 비전을 명확히 보여주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지도자의 리더십과 사회적 합의를 위반했을 때 단호한 페널티로 사회적 규칙에 대한 구성원의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고도 말했다.
정 전 총장은 "아무리 가벼운 깃털도 쌓이면 배를 가라앉힐 수 있다"며 "기업가 정신이 충만한 경제를 건설하기 위한 사회적 자본 구축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가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