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법학교육 및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책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은 지난 21일 독자적인 ‘법학교육 및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법안 4개를 국회에 제출했다. 조만간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현행 사법시험제도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게 골자이다. TF팀 위원장인 김기현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로스쿨 제도는 도입하지 않는다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마련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대신 △사시 합격자 단계적 증원 △사시 응시횟수 5회로 제한 △사법연수원 폐지 대신 변호사사무실 등에서 2년간 수습교육 △3년 이상 변호사 경력자 가운데 판·검사 선발 △사시 2차 시험을 사례해결 중심의 논술 형태로 변경하자는 등의 개선책을 담았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당 내에도 로스쿨을 찬성하는 의원이 있기 때문에 당론으로 확정한 것은 아니고, TF팀에서 대안을 마련해 (당에) 보고한 것일 뿐”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지만 정부·여당과 법학단체 등은 반대를 위한 명분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법학교수회와 전국법과대학학장협의회 등이 참여해 만든 ‘로스쿨법 비대위’는 지난 22일 논평을 내고 “정원제 사법시험 제도의 폐해는 그대로 두고 법조인이 되는 길은 더욱 좁혔다”며 “한나라당은 더 이상 당내 TF를 근거로 한 시간 끌기를 중단하고 지난 1월 김형오 원내대표의 대국민 약속대로 즉각 2월 국회 로스쿨법 처리를 위해 교육위 심의에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열린우리당 이기우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많은 대학들이 예정된 일정에 맞추기 위해 수많은 투자를 해왔다. 무책임하고 치졸한 전략”이라며 “한나라당이 다른 개정안을 내겠다는 것이 또 다시 로스쿨과 사법개혁안 처리를 지연하기 위한 방패막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법안 처리를 위한 첫 관문인 교육위원회의 상황도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교육위는 지난 21일 후반기 원 구성 8개월여 만에 ‘3(우리당):3(한나라당)’으로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꾸렸는데, 대표적인 로스쿨 반대론자인 율사 출신 주호영 의원이 소위에 합류했다. 주 의원은 “사립학교법 재개정과는 별개로 로스쿨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여기다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면서 ‘정책 추진 동력’도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당정 협의’를 통한 정책조율이 없어지면서 법안 처리를 위해 열린우리당뿐 아니라 한나라당 등에도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도 로스쿨 법안 처리 지연에 따른 부담감을 안고 있어 사학법 재개정과 로스쿨 법안의 ‘빅딜’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사학법 재개정안 처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면서 “열린우리당이나 3당이 협조해준다면 로스쿨 법안에 협조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교육위 소속의 한 여당 보좌관은 “27일 전체회의 이후에라도 소위에서 합의가 이뤄지면 남은 회기 동안 추가로 전체회의를 열 순 있지만 이번 국회에서 결론이 나기에는 시간이 촉박한 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10여일밖에 남지 않은 회기 동안 막판 뒤집기가 이뤄질지에 대학가 눈길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