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대학가에서는 이필상 총장의 논문 표절 문제와는 별개로 고려대가 향후 총장 선출제도를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려대의 총장선출제도는 직선제를 가미한 간선제 형태를 띠고 있다. 교수, 직원, 학생, 재단 대표가 총장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를 구성하고 총장 후보자 2~3인을 추천하면 이사회가 이중 1명을 총장으로 최종 선임하는 방식이다. 총추위는 단과대 대표 교수 15명, 재단인사 4명, 교우회 5명, 교직원 노조 3명, 학생(안암ㆍ서창ㆍ대학원 총학생회장) 3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다만, 총추위에서 후보자를 선출하기 전에 교수의회가 네거티브 방식의 예비심사를 실시해 부적격자를 걸려낸다. 이는 간선제 방식에 교수 직선제를 가미시킨 형태로 볼 수 있다.
고려대의 이러한 총장선출제도는 지난 2002년 총장 선출을 둘러싼 내홍을 겪으며 마련됐다. 당시 김정배 14대 총장을 연임시키려는 재단의 의도가 구성원 반발에 직면해 좌절됐고, 같은 해 6월 김 총장이 사임한 뒤 '총장선출제도 개정위원회'를 구성, 6개월간의 논의 끝에 지금과 같은 총장선출제도를 마련했다.
교수의회 예비심사제도는 당시 총장선출제도가 논의 끝에 간선제에 가까운 방식으로 바뀌면서 재단과 교수협의회가 타협안 결과물이다. 한 고려대 교수는 "교수의회 예비심사제도는 교수 직선제를 폐지되면서, (교수들이) 최소한의 부분을 확보하기 위해 제시된 타협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수의회 예비심사 제도는 고려대 총장선임 규칙에 명문화된 절차는 아니다. 특히 부적격자를 골라내는 네거티브 방식이 후보자의 인격을 모독하고, 적격자를 선택해야 하는 투표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 점에서 논란이 계속돼 왔다. 지난해 11월 어윤대 총장이 낙마할 당시에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총장이 되는데 장애물이 될 수 있는 후보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따라서 고려대 이사회가 지난 9일, 총장선출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히자, 재단이 현재의 총장선출제도에서 직선제 성격을 가진 예비심사 부분을 줄이고, 간선제나 임명제 성격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 실제로 법인사무국 관계자는 "선출과정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것을 줄이거나 예방하는 쪽으로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해, 직선제의 소산인 예비심사의 개선을 암시했다. 한 고려대 교수는 "재단이 이번 일을 계기로 총장선출제도를 이사회 임명방식으로 바꿀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의견도 있다. 현재의 총장선출방식을 그대로 두고,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지지 않도록 사전 검증절차를 강화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법과대 교수는 "이번과 같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각 후보별 사전 검증을 철저히 하는 쪽으로 개선될 것으로 본다"며 "예비심사제도는 교수뿐만 아니라 재단과 교우회 등이 논의기구에 들어가 만들어낸 제도라 폐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사전 검증절차 강화는 9일 이사회에 참석했던 한 이사도 1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확인한 부분. 그는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한 이사들이 있었고,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부문이라 자세히 논의하진 못했지만, 사전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많았다"고 밝혔다.
고려대의 총장 선출방식은 교수협의회가 설립된 1985년까지 재단 이사회가 총장을 선임하는 방식을 택해왔지만, 교수협의회 설립 후 부터는 사실상 교수 직선제 형태를 띠어왔다.
13대 홍일식 총장 선출부터는 교수협의회 총추위를 통해 선출된 후보 2~3명 중 1명을 재단에서 선임하는 방식이 채택됐지만, 사실상 14대 총장 선출 시까지는 교수 직선에 의한 총장선출 방식을 택해왔다고 볼 수 있다.
15대 총장선출 때부터 교수의회 예비심사와 총추위를 통한 간선제를 혼합, 총장을 선출해 온 고려대가 이필상 총장 표절 논란 이후 어떤 개선 안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