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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사퇴' 고려대에 무엇을 남겼나?
'이전투구'로 변질되며 이미지 실추
갈등 표출·학내 혼란 상처 남겨
이필상 총장이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고려대 사태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장에게 심정적인 지지를 보내던 교수들도 학교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서 내린 용단이란 점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다만, 표절논란이 학내 갈등, 이전투구로 변질되면서 실추된 학교 명예에 대해서는 우려가 많다.

이 총장의 논문표절 의혹이 처음 불거진 것은 이 총장의 취임 닷새 뒤인 작년 12월26일이다. 이 총장이 1988년 교내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2편과 2005년 교외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1편이 제자들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기 때문.

이후 교수의회에서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는 등 이에 대한 학술적인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조사위 보고서가 최종 확정되기 전 일부 내용이 언론에 유출되면서 ‘이전투구’양상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일부 교수의회 의원들은 이때부터 의장단의 ‘언론 플레이’를 문제 삼았고, 의장단 해임 안이 발의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물론 조사위 보고서는 교수의회에서 채택되지 못했다. 교수사회에서 표절여부에 대한 공식적인 판단을 유보한 것이다.

이런 과정상의 문제는 이 총장의 자진 사퇴를 주장하는 쪽에서도 인정되는 대목이다. 취임식 전 이총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진 경영대 교수는 “핵심은 논문 표절 여부”라면서도,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던 것은 유감”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이 총장이 지난 1일 소명서와 같이 동봉해 교수의회 의원들 앞으로 보낸 서한은 이 같은 논란에 불을 지피는 촉매제가 됐다. 이 총장은 “취임식 직전인 지난달 17일 만난 경영대 교수 등으로부터 ‘논문 표절에 대한 조사를 했으니 총장직을 사퇴하라’는 압력을 받았다”는 내용의 서한을 제출했다. 이 내용은 이 총장의 서한이 교수의회 회의 직전 한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잡히면서 알려졌다.

이후 사태는 표절에 관한 학술적인 논란보다는 교수들간의 심각한 권력다툼으로 비쳐지기 시작했다. 학생 사회에서는 처음으로 입장을 피력한 ‘다함께 고대모임’은 “많은 교수들이 이 사태가 이필상 총장의 ‘공대 출신’, ‘서울대 출신’, ‘NGO출신’ 경력에 반대하는 경영대 교수들의 ‘공격’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며 “이러한 음모론이 설득력을 얻는 현실은 교수들이 학문적 업적과 리더쉽 등 객관적 근거가 아니라 학벌과 출신성분에 따라 동료 교수를 평가하고 파벌을 형성하며 권력을 둘러싸고 더러운 싸움을 벌인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고려대가 국내외 평가에서 상승국면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표절 문제가 학내 갈등으로 변질돼 걱정"이라며 “고려대의 대외 이미지가 실추되고 대학평가에서도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 보직교수도 “(이 총장이) 열심히 일하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이런 사태가 벌어져 안타깝다”며 “만약 새로운 총장이 오더라도 이번 일은 당분간 고려대의 상처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려대 교수는 "이번 일은 20년 전의 것을 문제삼아 마녀사냥 식으로 이루어진 측면이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법과대 교수는 "총장께서 용단을 내렸으니까 모든 일이 잘 수습돼 학교가 제자리를 찾기 바란다"며 "그간 실추된 학교 이미지와 학내 혼란, 이후 예상되는 행정 공백 등은 고려대에는 커다란 타격"이라고 말했다.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07-02-15 오후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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