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내용을 여러 곳에 중복 게재해야 했던 대학 측의 불편을 줄인다는 정부 정책이 학생과 학부모 등 교육 소비자의 권한을 침해, 빈축을 사고 있다.
21일 박거용 한국대학연구소장(상명대 교수)은 "개별 대학들이 대차대조표 등 (공개해야 할) 예결산 관련 자료 내에 자신만의 운영 노하우 또는 비결이 담겨있다며 정보공개를 꺼리고 있다"며 "대학들의 예결산 자료 공개에 대해, 교육부가 보다 더 철저히 감독,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영리법인도 결산 사항을 언론 등에 공개하는데 비영리법인이 왜 못하냐"며 "국회의 사학법 재개정 논의 때 이 부분이 보완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도 결산 자료를 회사 홈페이지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http://dart.fss.or.kr/) 게재에 더해 일간지에 공고함으로써 주주와 소비자 이익을 크게 신장시키고 있는데 반해 비영리기업인 학교가 경영 정보 공개에 인색하고, 주무부처인 교육부가 이를 방조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사)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의 이경자 사무국장은 "학부모들은 인터넷에 익숙한 세대가 못 된다"며 "학교도 기업처럼 회계자료를 언론에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학교 경영 사항이 신문에 게재돼야 학부모도 '돈만 내는 학부모 역할'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정보 공시 확대를 통한 학부모의 학교 경영 참여가 보장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행위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생들도 학교 측의 경영 정보 공시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등록금 투쟁에 나섰던 서울의 A대 재학생은 "학교 측이 등록금 협상에서조차 학교의 회계 정보 열람을 극히 꺼리고 있다"며 "해마다 지속되는 등록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차원에서라도, 학교의 예결산 관련 사항의 정보 공시가 지금보다 오히려 확대돼야 한다"며 정보 공시 확대 요구에 힘을 보탰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교육부 지침으로 예결산 자료를 학보 등 대학신문에 게재토록 지도했으나 개정된 사학법 시행으로 올해부터는 신문에 게재할 의무가 없어졌다"며 "이는 대학 측의 중복보고 등 업무상 불편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7월부터 효력을 발휘한 사립학교법(이하 '사학법')은 '예산과 결산의 보고 및 공시'(14조)와 관련해, 예산의 경우에는 매 회계연도 개시 5일 이전에, 결산의 경우에는 매 회계연도 종료 후 3월 이내에 당해 학교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관련사항을 게재하여 1년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