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연세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상상력의 표현방식과 21세기 사회’ 강좌 참석자들은 인문학의 나아갈 길은 새로운 상상력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모색이라는 데 뜻을 함께 했다.
연세대 인문학 특성화사업단(단장 박진배)이 주최하는 ‘소통적 인문학’ 연속강좌는 수도권 특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1차년도 기획 주제였던 ‘인문학의 효용’에 이어 2차년도인 올해에는 ‘상상력’을 대주제로 연속강좌를 개최하고 있다.
발제자로 초청된 김탁환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새로운 영역 찾기’를 강조했다. 김 교수가 KAIST에서 맡고 있는 ‘스토리 디자인’·‘디지털 서사학’ 수업은 이공계·인문사회계·예체능계 학생을 1/3씩 뽑아 강의하는 매우 실험적인 교과과정. 학제간 융합·통섭을 통해 창의성과 다양성을 겸비한 인재를 배출한다는 의도다.
‘불멸의 이순신’·‘황진이’ 등 인기 드라마의 원작자인 김 교수는 상상력을 ‘조직화’하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인문학은 영감에 기반한 예술에만 치중해왔다”고 지적하고,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키는 실제적·기술적 과정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소재의 발견 ▲기존 고정관념의 재해석 ▲독특한 장르·스타일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화여대에서 주제통합형 강의를 맡고 있는 조윤경 씨는 21세기를 ‘하이브리드(혼종)와 마이크로미디어의 시대’로 정의했다. 그는 “에듀테인먼트·글로컬리즘·디지로그·팩션 등 이질적 개념들이 서로 섞이는 추세 속에서 ‘문화 생산의 개인화’가 진행됐다”고 진단하며 “인문학은 양자택일이 아닌, 소통과 어울림의 융합을 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씨는 인문학의 변화 방향을 ▲미래 지향적 인문학 ▲현장 기반 인문학 ▲소통의 인문학으로 정리했다. 창조적인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실험적 수업 양식을 통한 ‘세렌디피티(serendipity)’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렌디피티’란 뜻밖의 보물을 발견하려는 노력이란 뜻으로, 새로운 텍스트에서 긍정적 의미를 발견·창출하는 자세를 의미한다.
한편 철학자 탁석산 씨는 “상상력도 결국 현실적인 염원·메시지의 반영”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문학의 새로운 활로로 거론되는 상상력이나 학제간 융합 또한 시대적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다.
사업단 실행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백영서 연세대 교수(사학)는 “21세기 문화의 대표 키워드인 ‘상상력’은 오늘날의 인문학에도 꼭 필요한 활력소”라며 “1차년도 주제였던 인문학의 효용과도 이어진다”고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인문학 특성화사업단은 5월중 국제회의를 개최해 2차년도 사업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백 교수는 “인문학적 상상력에 대한 논의를 학교 내외의 경계를 넘어 펼쳐갈 계획”이라며 “향후 4차년도까지의 사업 방향에 일관성을 갖고 특성화를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