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불 정책 폐기’ 요구 확산= OECD가 단초를 제공했다. OECD는 지난 19일 한국의 규제개혁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3불 정책이 대학의 본질적 자율권을 명백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정책제언 검토보고서에 이어 두 번째이다.
서울대가 불을 댕겼다. 장호완 서울대 장기발전위원장은 지난 21일 장기발전계획안을 발표하면서 “71명의 발전위원 모두 3불 정책이 대학 성장과 경쟁력 확보에 암초 같은 존재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뒤이어 22일 손병두 서강대 총장이 회장으로 있는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는 ‘3불 정책 폐지’를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나섰다. 손 총장은 이날 회장단 회의를 마친 후 “3불 정책은 대학경쟁력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규제”라며 “학생선발권을 대학에 돌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사립대총장협의회는 5월4일 전체회의를 거친 후 ‘3불 정책 폐지’를 포함한 규제 완화 내용을 정식 건의하겠다고 압박했다.
◆정부, “절대 불가” 쇄기 박아= 3불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될 조짐이 보이자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 긴급진화에 나섰다. 노 대통령은 이날 낮 대전에서 열린 과학기술 분야 업무보고 및 오찬 간담회에서 “몇몇 대학이 잘 가르치는 경쟁을 하지 않고 잘 뽑기 경쟁만 하려 한다”며 대학을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몇몇 대학이 정부의 대학입시 정책을 포함해 3불 정책을 마구 공격하고 있는데, 무엇이 어떻게 되더라도 입시제도로 인해 학생을 획일적인 입시경쟁으로 내몰고 학원으로 내쫒아 버리는 정책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광조 교육부 차관보도 이날 오후 늦게 긴급 브리핑을 열어 “3불 정책을 유지한다는 것이 교육부의 확고한 입장”이라며 일부 대학의 3불정책 폐지 주장을 일축했다. 김 차관보는 “3불 정책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학벌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규약”이라며 “3불 정책을 어길 때에는 법령에서 허용한 모든 제재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3불, 정치권 쟁점으로 떠오르나= 그러나 여권의 영입 ‘0순위’로 거론되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3불 폐지 주장에 가세하면서 대선 주자들도 논쟁에 가세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손병두 총장은 이미 “3불 정책 폐지를 대통령 선거 공약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표적인 3불 정책 폐지론자인 정 총장도 지난 22일 서울대 국제대학원 주최로 열린 강연에서 “교육부는 고등교육에서 손을 떼라”며 “기여입학제는 아직 도입하지 않는 게 좋지만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는 허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논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3불 정책은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 실정 중 하나”라고 말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3불 정책은 불신과 불편, 불만이라는 ‘3불’만 초래한 채 실패하고 말았다”며 “대학의 자율권 확대를 통한 교육의 질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3불 정책의 근본적인 재수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3불, 2불 ?= 3불 정책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져가면서 3불 정책 중 한 가지라도 폐지될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여입학제와 고교등급제는 한 번도 공식적으로 실시된 적이 없지만 ‘본고사’의 경우 지난 1981년 대입 학력고사가 도입되기 전까지 실시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선택적 폐지도 고려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 교육부 관계자는 “3불 정책 전체는 아니더라도 개별적으로 논의하자는 주장에도 전혀 참여할 의향이 없다”면서도 “3불 정책 법제화 추진을 언급하는 것도 현재로선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이 문제가 이슈화되는 것 자체를 피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야의 대선주자들 사이에서도 3불 정책 전체나 개별 사안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 들어갈 경우, 3불정책 논란은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