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졸업과 더불어 취업이 쉽게 이루어지며, 대학이 정치적으로 왜곡된 사회구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탐탁지 않게 여겨졌던 시절에는 ‘상아탑’으로서의 대학과 ‘학문의 수장’으로서의 총장은 알맞은 궁합을 이루면서 사회적으로 높은 권위를 인정받았다. 그러한 시대에는 전체 구성원들로부터 모나지 않은 평가를 받으면서 학문적으로 업적이 있거나 정권이나 재단과 직간접으로 연관이 있는 대학 내부의 교수가 총장으로 선임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뿐만 아니라 총장에 대한 ‘평가’라는 개념은 존재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글로벌화와 더불어 국경을 넘어 경쟁해야 하고, 대학 졸업자가 직장을 얻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로 나타나는 상황에서는 대학이라는 조직의 생산성이 관심의 수면위로 떠오르게 되었다. 해당 대학이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기업이 쓸 만하다고 평가하는 졸업생을 얼마나 배출하는지, 교수들은 연구를 얼마나 하는지, 또 그 내용은 얼마나 실용성이 있는지, 대학의 재정은 어떻게 조달되고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사용되는지 등에 관한 관심이 그 주요 내용이다.
대학의 생산성과 경쟁력에 대한 이러한 사회적 관심은 곧바로 교육, 연구, 사회봉사라는 대학의 기능을 수행함에 있어서 총장이 교수, 직원, 학생이라는 인적 자원과 재정을 얼마나 생산적으로 움직여 가는지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되었다. 최고책임자인 총장의 경영능력에 대학의 생산성과 경쟁력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총장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시각이 변할 때 총장에 대한 평가기준도 달라져야 함은 당연한 이치다.
총장이 전체 교수의 교육과 연구 시스템을 얼마만큼 조직화하고 긴장감 있게 작동하게 하는지, 인사제도의 수정과 행정조직의 장악을 통해 행정 업무의 생산성을 얼마나 증대시키는지, 부족한 재원을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그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얼마나 다양한 재원조달 창구를 확보하는지 등이 그러한 평가기준이 될 수 있다.
총장에 대한 평가기준이 달라지면서 내부 교수가 총장이 되던 관례에도 변화가 생겼다. 반드시 내부 교수가 총장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낡은 것으로 밀려나고 외부인도 게다가 교수 출신이 아닌 사람도 총장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수용되었다. '학문의 수장’에서 ‘최고경영자’로서의 ‘총장론’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총장의 역할에 대한 대학 내부의 인식이 이처럼 변하면서 외부인이 총장으로 영입되는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출신 배경도 다양하다. 관료, 기업인, 타 대학 교수, 정치인 출신 등 과거에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대학 경영의 최고 책임자로 선택되고 있다.
외부인 출신 총장들의 배경이 이처럼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공통점이 있다면 ‘대학 경영’의 필요성으로 인해 구성원들이 원해서 총장으로 선임된 분들이라는 점이다.
대학 내부의 필요성과 구성원들의 희망에 따라 외부인을 총장으로 영입한다면 그것은 결코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겉으로 나타나는 그들의 출신 배경이나 그 숫자에 근거하여 왈가왈부하는 세평은 해당 대학 구성원들의 희망이나 고뇌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