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대학가 현실은 어둡다. 기업을 비롯한 사회 기부는 일부 대학에 쏠려 있고, 동문 중심의 소액기부 역시 녹록치 못한 실정이다.
발전기금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발전기금을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발전기금 모금에 마케팅 방법이 동원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외부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받거나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명분(상품)을 만들고 고객(잠재 기부자)관리에 나선다면 '발전기금 10배 늘리기'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잠재적 기부자를 고객으로 생각하라=동문이라는 '끈'에 기대는 안이한 생각은 금물. 기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우선 동문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나서야 한다. 상품을 파는 데 있어, 기본은 고객정보에 있다.
기부컨설팅 업체인 <도움과 나눔>의 최영우 대표는 "한국 대학이 가장 취약한 부분은 동문 관리, 기부자 관리다. 모금기술의 핵심인 고객관리가 엉망인 대학들이 많다. 기부자와의 지속적 관계 형성과 관리를 소홀히 하며 기금을 유치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감리교신학대 발전기금팀 김은하 과장은 "시장조사 없이 진행한 모금은 실패하면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잠재 기부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기부시장 진입의 첫 걸음"이라고 강조한다. 김 과장은 프랜차이즈 컨설팅을 하다 미국 MBA과정을 밟은 뒤 감리교신학대 발전기금팀에 영입된 마케팅 전문가.
감리교신학대의 경우, 동문 기부액은 전체 기부금액의 90%를 차지한다. 이 대학은 최근 전체 동문 DB작업화를 마무리했다. DB화 작업에 소요된 기간은 1여년.
이와 함께 지난 10년 동안 학교에 기부한 기록이 남아 있는 전체 기부자의 인적 사항을 정리한 '은인명부'를 작성, 이들에 대한 사후 관리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기부를 위한 전담 부서를 둘 것을 조언하고 있다. 단순히 안부를 묻는 차원이 아닌 대학차원의 발전전략 마련에 동문을 참여시켜, 이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고객에게 유망 상품을 보여줘야 한다=많은 대학들이 발전기금 유치를 위해 명분으로 내세운 건 장학금 확충과 교수 확보, 건물 신축 등. 하지만 기부자들은 학교가 제시한 이같은 이유에 대해 감동하지 않는다. "저런 건 굳이 발전기금으로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라는 것.
발전기금을 유인할 만한 구체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기부상품'이 모금의 핵심이다. 이를테면 장학금의 경우, 장학금 몇 억을 몇 명의 학생에게 주겠다는 내용은 '명분'면에서 약하다. 학교 특성화 부분과 맞춰, "우리 대학이 강점을 가지는 이런 분야의 우수 학생을 지원하기 위해 얼마가 필요하다"는 구체적 내용이 기부자의 기부행위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대학 예산 수립단계에 잠재 기부고객을 참여시켜라=적극적 기부 행위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자금 집행과정뿐 아니라 대학의 예산편성 과정에 이들을 동참시키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학교의 비전을 논의하고 발전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 기부자를 참여시킴으로써 기부자의 저항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다.
김은하 과장은 "건물신축 등을 위한 모금은 한계에 달했다"며 "학교발전에 대한 비전을 기부자와 얼마나 공유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부시스템 구축 시급=성공적인 발전기금을 위해서는 '기부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발전기금이 들어와 어떻게 쓰였는지, 그리고 기부자에 대한 예우는 무엇으로 할지, 더 많은 기부를 유도하기 위한 관계형성은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한 '총괄적인 기부흐름도' 구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