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당 원내대표가 오는 25일까지 교육위에서 로스쿨 법안을 처리키로 합의했지만 사립학교법 재개정과 맞물려 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 일부 법조 출신 의원들의 반대도 거세다. 이번 국회에서 로스쿨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사실상 도입 자체가 무산될 공산이 크다.
교육위, 23일에도 로스쿨은 논의조차 못해
교육위원회는 23일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로스쿨 법안은 논의조차 못했다. 6당 원내대표가 25일까지 사학법과 로스쿨 법안을 교육위에서 처리키로 합의한 데 이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교육위 간사 및 정조위원장이 지난 20~21일 잇달아 만나면서 이날 통과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정상적인 절차대로라면 이날 교육위를 통과해야 30일 본회의에 로스쿨 법안을 상정할 수 있다.
하지만 사학법의 핵심 쟁점인 개방형 이사 추천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국회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개방형 이사를 추천하는 외부 추천위원회를 대학평의원회와 재단·종단 측이 각각 동수로 구성, 이 위원회에서 2배수로 추천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열린우리당은 대학평의원회 측 추천 인사가 더 많아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교육위 법안소위 위원장을 누가 맡느냐 하는 문제까지 얽혀들었다. 한나라당은 교육위 위원 수가 바뀌면서 다수당인 한나라당 몫이라고 주장하지만 열린우리당은 계속 맡는 게 정상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법안소위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사학법이 로스쿨 법안뿐 아니라 법안소위 위원장 자리와도 연계된 모양새다.
유기홍 의원은 “로스쿨에 이어 법안소위 위원장까지 사학법을 처리하면 해 줄 수 있다고 연계하는 한나라당의 태도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지만,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은 “사학법 처리에 성의 있게 협조하면 로스쿨은 물론 법안소위 위원장까지 양보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지 연계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법사위, 25일 ‘반 로스쿨’ 법안 공청회 개최
한나라당 내 일부 의원들의 반대도 여전하다.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안상수)는 오는 25일 오전 10시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제1정조위원장)이 발의한 사법개혁 4대 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한다. 사법연수원 폐지, 사법시혐 합격자 수 증원 등을 골자로 한 이 법안은 로스쿨을 도입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발의됐다. 로스쿨 도입에 반대하는 대한변협의 입장과 거의 유사하다.
안상수 법사위원장은 지난 18일 의원 정족수도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사후 추인 형식으로 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해 제1법안소위로 넘겼다. 안 위원장은 김 의원 등과 더불어 한나라당 내 대표적 로스쿨 반대론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김민배 인하대 법대학장은 “6당 원내대표가 25일까지 로스쿨 법안을 처리키로 합의했는데 4개 법안을 법사위에 기습 상정해 공청회까지 연다는 것 자체가 로스쿨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한 ‘물 타기’ 시도”라고 비판했다.
두 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도 이날 회의를 열어 관련 법안 처리에 대해 막판 합의를 시도한다. 이 자리는 통합신당모임까지 참석해 ‘6인 회담’ 형식으로 진행된다. 교육위 전체회의가 다음날인 26일로 잡혀 있어 로스쿨 법안 처리는 25~26일 이틀이 최대 고비처가 될 전망이다.
법대학장들 “로스쿨 조속 처리” 릴레이 단식 들어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한국법학교수회와 전국법과대학학장협의회 등 로스쿨법 비대위 소속 법대 학장들은 ‘단식 농성’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로스쿨법 비대위는 이날 오전 로스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릴레이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한국법학교수회 석종현 수석부회장(단국대 법대학장)과 정용상 사무총장(부산외대), 조병윤 명지대 법대학장, 최행식 원광대 법대학장, 이상수 민주사법 개혁을 위한 국민연대 상임집행위원장(한남대 교수) 등을 시작으로 김영철(건국대), 이상정(경희대), 이상영(동국대), 김민배(인하대), 양동석(조선대), 장대옥(중앙대), 변해철(한국외대) 학장 등 12명이 돌아가며 참여한다. 최행식 학장은 4월 국회가 끝나는 30일까지 일주일 내내 단식할 예정이다.
정용상 한국법학교수회 사무총장은 “특권법조를 옹호하는 일부 국회의원들은 법학계와 법조계의 질적이고 양적인 발전을 가로막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며 “우리는 단식을 통해서 국회에 국민을 위한 올바른 로스쿨법을 즉시 제정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밝혔다.
학장들은 정부안이 그대로 통과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영철 전국법과대학학장협의회장(건국대 법대학장)은 “로스쿨의 본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연간 변호사 3,000명 이상 배출과 사회적 배려계층을 위한 국가 장학금 지원 등의 정신이 담겨야 한다”며 “4월 임시국회에서는 반드시 ‘올바른’ 로스쿨 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