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경향신문 경제부장, 편집국장, 주필
문화일보 주필, 전무이사 / 문화일보 대표이사 사장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현재) 상지컨경영설팅(주) 회장, 인터넷신문 프레시안 고문
* 주요 저서
- 한국의 경제관료(공저), 1979 / 거탑의 내막(공저), 1983 / 한국의 이너서클, 2002
이 제도의 선창에 가장 먼저 화답을 하고 나선 재벌총수는 H그룹의 C회장이었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기업은 사외이사제도를 통해 투명성을 높이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새 대통령이 아직 취임도 하기 전이었다. 그로부터 5년여가 흐른 뒤 C 회장은 기업자금 유용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감옥에 갇혔다.
그가 말한 사외 이사제도란 정치적 면죄부나 새로운 권력에 접근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다. 진짜 사외 이사제를 통해 기업투명성을 확보했었더라면 그런 불행은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정치적 해석이 몰아 온 비극이다. 그러나 한 가지 유의해 둘 것이 있다. 기업의 사외 이사제도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느냐 여부는 시스템이 아니라 바로 그 이사회를 구성하는 "사람"에 있다는 사실이다.
조폐공사의 노사가 이를테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협상"의 결과물에 합의한 적이 있었다. 노조와 경영진의 갈등이 치열해 거의 매일 노사격돌이 보도되던 때였다. 정치권 출신인 Y사장은 경영적 차원이 아닌 "정치적 해결"을 본 것이다.
그러나 이 "누이 좋고 매부 좋고"의 협상안은 N이라는 사외 이사에 의해 거부되었다. 그의 판단은 이랬다.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면 경영적자의 구조는 엄청나다. 사장이 그런 요구를 들어 줄 수 밖에 없는 입장도 이해는 간다. 격렬한 시위로 밀려날지도 모르고 노사문제가 경영을 압도하고 있는 사회적 기류도 있다. 그러나 조폐공사 라는 공기업의 경영구조와 장래를 위해 결코 이롭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협의안에 노사가 눈을 감고 넘어가려는것은 집단적 배임에 틀림 없다. 사장이 오케이 하고 노조가 화답한 협상안이지만 채택되지 못했다. 그 험악한 분위기 속에 고군분투한 N씨등 사외 이사들의 반대 결의가 경영위기를 몰아 올 결정을 뒤엎은 것이다.
조폐공사의 사외 이사제도가 있었기에 이 일은 가능했다. 사외 이사의 명함과 거마비 그리고 사장의 권위와 기업 관행에 타협하는 게 보통 이사회의 문화라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지극히 예외적이다. 그런데 실은 이런 사외 이사의 역할이야말로 예외 아닌 바로 이 제도의 본질인 것이다.
국회의 두 정파가 사학법 개정에 합의하고 개방형 이사 선임에 대한 규정을 마련했다.예의 논평들은 간섭과 자율의 논리를 들어 반대다. 전교조가 들어오고 "이상한" 이사들이 진을 치고 앉아 있으면 사학재단과 사학은 황폐화 될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도 계속된다. 그렇지 않다면 개방 이사제도야 말로 기업의 사외 이사제도와 다름이 없다. 사학재단의 부패와 전횡을 막을 수 있고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개방형 이사가 누구냐에 있다. "불온 세력"이나 "야합부패 세력"이 진입하는 것을 막고 제대로 된 사람들을 뽑는 길은 역시 투명성에 있다. 사회적 청문 시스템과 공개성이 보장된다면 가능한 일이다. 기업의 사외 이사는 전담 조사 추천기관도 있고 교육과정도 있지만 객관적 검증으로 사외 이사에 들어가는 사람은 없다. 연고를 따라 줄이 연결되어 있다. 제도의 생명력이 없는 이유이다.
어쩌면 사학법 개정은 논의의 본질을 잃고 부패 문제이건 전교조문제이건 과거의 행태만을 저울대로 삼고 있는 유사 정치논쟁 같다. 세상이 바뀌어가고 있고 또 바뀔 수 밖에 없는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