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대학이 2개 이상의 거점연구소나 지역학연구소에 신청할 수 있지만 종전의 ‘중점연구소’사업에 참여하는 대학 부설 연구소는 기존 사업을 포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이사장 허상만, 이하 학진)은 21일 오후 인문학 관련 연구소장 등을 대상으로 ‘인문학 진흥 사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설명회는 22일 영남·제주권(계명대), 23일 호남·충청권(충남대)으로 이어지며 지난 18일 교육부가 발표한 기본계획에 따라 세부사업계획을 확정하기 위해 마련됐다. 교육부와 학진은 6월 중순 세부사업계획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아직 세부사업계획이 발표되지 않아 참석 인원은 100명을 밑돌았지만 예정 시간을 30분이나 넘길 정도로 참석자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특히 인문학 진흥 사업 중 가장 덩치가 큰 ‘인문한국’ 사업의 중복 참여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다. 인문학 진흥사업의 핵심인 인문한국사업은 대학거점연구소(단)와 지역학연구소로 나뉘며, 대학거점연구소는 매년 10~15억원, 지역학연구소는 5~8억원을 최장 10년 동안 지원한다.
거점·지역학연구소 중복 지원 제한은 없어
결론부터 말하면 한 대학이 여러 개의 연구소를 신청하거나 거점연구소와 지역학연구소에 동시에 지원해도 된다. 올초까지 학진 인문학단장을 지내며 기본계획 마련에 참여했던 조성택 고려대 교수(철학)는 설명회에서 “학진에서 하는 중점연구소사업은 학교 당 2개의 제한이 있지만 인문한국사업은 기본적으로 그런 제한은 없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그러나 “기존의 중점연구소에 선정된 대학 부설 연구소가 지원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며 “중복 여부를 떠나 앞으로 지원 기간이 7~8년 정도 남았는데 선정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남은 지원을 포기하고 신청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BK21 등 타 사업 중복 참여 여부는 아직 미정
성태용 학진 인문학단장은 “중점연구소나 기초연구과제, BK21, 누리사업 등 재단의 다른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관들에게 인문한국 사업에 신청하는 것을 허용할 것인가는 의견 수렴을 통해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문한국사업은 연구인력 확보가 기본적인 목적이다. BK21이나 다른 사업과 달리 전임 연구인력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성 단장은 “적어도 10명 안팎의 전임 연구인력을 확보하고 사업이 끝난 뒤에도 계속 그 수준의 연구인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그렇게 확보된 400여명의 연구인력이 장차 인문학 연구의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인력 확보 외에 거점연구소는 연구성과 축적이, 지역학연구소는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더해진다. 조 교수는 “지역학연구소는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지역학 전문가 양성이 목표이니 만큼 과제 설정이나 보고서 제출 의무도 없다”며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임 연구인력 전임강사 수준 임금 보장해야
연구소에 확보해야 할 전임인력의 임금 수준은 최소한 전임강사 이상의 수준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 교수는 “전임 연구인력은 전임강사에 준하는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며 “총액제한제로 예산이 지급되기 때문에 그 안에서 대학이 자유롭게 전임 연구인력의 보수를 책정할 수 있지만 최소한 해당 대학의 전임강사에 해당하는 보수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임 연구인력의 임금 수준과 관련해 조 교수는 해당 대학의 교수급으로 지급하는 방안과 교육에 대한 부담이 없는 점을 간암해 80%만 보장하는 방안, 80%를 기본으로 하고 외부 연구비 수주 때 인센티브를 120%까지 가져다 줄 수 있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선택과 집중’에 따라 선정…‘지역 안배’ 아직 결정되지 않아
‘거점’연구소는 지역 중심의 거점이 아니라 연구 아젠다 중심의 개념이다. 성 단장은 “애초 설계 때는 지역을 생각하는 ‘거점’의 의미가 담겨 있었지만 ‘학문적’ 또는 ‘연구 아젠다’의 거점으로 봐야 한다”며 “지역 안배는 아직 정확한 방점이 서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기본계획 설계에 참여했던 조 교수는 “인문학이 공멸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유일한 정책 방향이라 생각한다”며 “인문한국 사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균형육성’보다 ‘선택과 집중’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실성 있는 계획과 단계적 연구인력 확보 중요
사업 신청은 1·2단계로 나눠 실시한다. 1차로 연구 아젠다와 기존 연구실적 및 연구소 운영실적을 바탕으로 최종 지원 건수의 150~200%를 선정한다. 하지만 신설 연구소라도 신청할 수 있다. 성 단장은 “기존 연구실적이나 확보된 인력을 감안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그것 때문이 선정이 갈리지는 않도록 심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차 선정된 연구소를 대상으로 약 두 달 동안 아젠다별 세부연구계획서, 단계별 인력 구성 계획 등을 검토해 최종 지원 연구소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성 단장은 “1차 선정은 아젠다 중심으로 하고 연구인력 확보 등은 2단계 심사 때 제출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2차 평가 때 중요한 점은 현실성 있는 계획과 연구인력의 단계적 확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학진의 관심은 제대로 된 연구환경 조성에 있다”며 “애초에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아 연구자들이 개인연구에 투자할 시간도 없게 만드는, ‘연구자 착취 계획’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개인적 생각은 연구인력 확보에는 좀 욕심을 내고, 연구계획은 좀 욕심을 덜 내는 방향으로 갔으면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