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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기 칼럼
교수강의법-가르침의 본질

'유머특강' 'ㅇㅇ교수법' 등 교수법 특강이 대학가에 확산되고 있다. 아무리 어려운 학습내용이더라도 좋은 교수가 '잘만(?)' 가르칠 수 있다면 학생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본지는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의 '교수강의법: 가르침의 본질'을 연재한다.

박 교수는 현재 미국 피츠버그대학에 교환교수로 나가 강의 하고있고, 「대학 강의의 본질」을 주제로 삼아 연구를 진행 중이다.

서울대 학부와 대학원을 거쳐 미국 피츠버그대 교육행정학과(Ph.D.)를 졸업했고. 전세계비교교육학회(WCCES) 부회장과 교육부평가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교육혁신위원회 전문위원과 본지 전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남기 칼럼] 광주교대 교수
'좋은' 가르침과 '훌륭한 가르침'-13
교수강의법-가르침의 본질
‘법구경’에 보면 아이 잃은 여인이 슬픔을 극복하고 새로운 깨달음에 이르도록 인도하는 부처의 이야기가 나온다.

젖먹이 아이가 갑자기 숨을 거둔 여인이 슬피 울며 아이를 살리는 약을 가르쳐 달라고 애원하자 부처는 사람이 죽은 적이 없는 집에 가서 겨자씨 한 줌을 얻어 오라고 말씀하신다. 온 마을을 다 돌았으나 사람이 죽지 않은 집은 없었다. 죽은 적이 없는 집의 겨자씨를 얻기 위해 발버둥치는 과정에서 그녀는 마침내 자기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가정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녀가 다시 찾아오자 부처는 모든 생명에게는 반드시 죽음이 따르고, 죽음은 중생이 자기 욕망을 다 채우기 전에 그를 데려간다는 설법을 하신다. 만일 자식 잃은 슬픔과 충격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여인에게 곧바로 가르침을 주고자 했더라면 저주를 받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가르침을 주고자 할 때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좋은 일화이다.

온스타인(Ornstein)도 ‘교육의 기초’에서 훌륭한(best) 선생이 보여주는 행동을 열거하면서 유사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훌륭한 선생은 첫째, 학생들의 질문에 대해 많은 답을 해주기보다는 학생 스스로 답을 찾도록 이끄는 사람이다. 둘째, 정열적으로 강의하는 능력보다는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완성하기 위해 애쓰는 동안 조용히 인내를 가지고 지켜볼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셋째, 축적된 지식보다는 학생들의 느낌을 더욱 존중하는 사람이다. 넷째, 학생들에게 책임감과 정직성 등의 시민의식을 말을 통해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강의와 삶 속에서 직접 보여주고 깨닫도록 하는 사람이다.

최근 서울대가 학부생 1천1백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통해 학생들이 선호하는 ‘좋은 강의’라고 밝힌 것을 보면 첫째, 교수의 전문성이 돋보이는 강의, 둘째, 수업 내용이 알찬 강의, 셋째, 교수의 열의가 높고 학생과 상호 작용이 활발한 강의, 넷째, 적절한 과제가 부과되고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는 강의, 다섯째, 교수의 수업운영 기술이 돋보이는 강의 등을 들었다.

서울대생들이 바라본 좋은 강의와 온스타인이 열거한 훌륭한 강의 조건 사이에는 어떠한 연관이 있을까? 학생들이 바라본 것은 말 그대로 ‘좋은(good)' 강의이다. 이는 최선의 모습이 아니라 가르침을 본업으로 삼고 있는 좋은 선생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모습이다. 서울대생들이 새로운 관점에서 현상을 바라보게 하는 강의, 인터넷에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수업 이외의 토론장을 만들어 준 강의 등을 명강의로 꼽고 있는 것에서도 훌륭한 강의의 속성을 엿볼 수 있다.

훌륭한 강의는 좋은 강의를 넘어서는 그 곳에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소위 훌륭한 강의라고 하는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가르침의 본질을 찾아 끝없는 여행을 할 때 비로소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그 곳에….(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본지 전문위원)

박남기 칼럼 | 입력 : 05-10-24 오전 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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