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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기 칼럼
교수강의법-가르침의 본질

'유머특강' 'ㅇㅇ교수법' 등 교수법 특강이 대학가에 확산되고 있다. 아무리 어려운 학습내용이더라도 좋은 교수가 '잘만(?)' 가르칠 수 있다면 학생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본지는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의 '교수강의법: 가르침의 본질'을 연재한다.

박 교수는 현재 미국 피츠버그대학에 교환교수로 나가 강의 하고있고, 「대학 강의의 본질」을 주제로 삼아 연구를 진행 중이다.

서울대 학부와 대학원을 거쳐 미국 피츠버그대 교육행정학과(Ph.D.)를 졸업했고. 전세계비교교육학회(WCCES) 부회장과 교육부평가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교육혁신위원회 전문위원과 본지 전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남기 칼럼] 광주교대 교수
강신무와 세습무 (지난 12년간의 강의를 회고하며)-11
교수강의법-가르침의 본질
대학에 부임하여 첫 학기 강의를 마치던 학부 2학년 대상 강의 종강 날이었다. 20년간 배운 것을 한 학기에 다 가르치고 싶어 하는 신임 교수 신드롬 때문에 한 학기 동안 여러분이 고생했다는 말을 하고 나서려 하자 “학생 중 한 명이 선생님 저희가 준비한 것이 있어요.” 라며 일어섰다. 이 학생이 일어서자 남학생들이 주섬주섬 일어서 강의실 뒤로 나가고 여학생들은 한군데로 모여 앉았다. 그러더니 이별의 노래와 또 한곡을 화음까지 넣어 아름답게 불러주었다. 오늘 이 노래를 불러주기 위해 지난 일요일 특별히 학교에 모여 연습을 했노라는 말을 해주었다. 신임교수인 나로서는 그저 감격할 뿐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답가로 통일선봉대가 부른 ‘엉겅퀴’라는 노래를 불렀다. 그 슬픈 곡조 때문인지 앞줄에 앉아 있던 한 여학생이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 여학생을 보다가 나는 그만 노래 가사를 잊고 말았다.

이 일이 1993년 겨울 대학의 강의실에서 일어난 사건임을 누가 믿을까? 1960년대 대학의 강의실에서나 일어남직한 일을 우리가 신세대라고 일컫는 학생들이 연출해주었다. 그 이후로 나는 매 강좌의 마지막 시간에 종강파티 계획을 세워 운영했다. 지난 해 겨울 종강파티에서는 나에게 또다른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영어과 종강파티 운영 자원자 학생이 두어 가지 게임을 한 후, 학급경영 강의에 대한 자신의 소감을 다섯 글자로 이야기하는 순서를 마련했다. 모두 돌려가면서 자신의 생각을 다섯 글자로 이야기하는데 한 학생이 자기 순서가 되자 얼굴을 붉히며 일어서서 “아?빠?사?랑?해”라고 이야기했다. 갑자기 모든 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다른 아이들도 한 마디씩 거들었다. “가희가 평소에도 자기가 교수님 딸이라고 그래요.”

그 시간 이후로 나는 내 청춘을 접었다. 학생들에게 늘 농담처럼 던지던 말이 있었다. 여러분이 나이를 먹어 40대 중년의 뱃살공주가 되어 나를 찾아와도 나는 여전히 갓 스물을 넘긴 또다른 너희와 미소를 주고받으며 강의를 하고 있을 것이다. 내 제자들이 그 나이가 되면 내가 늙는다는 것은 생각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제 스무살 아이들의 눈에 내가 아빠로 보이나보다. 하긴 내 아이도 2년만 있으면 대학을 가는데 뭐 그리 놀랄만한 일일까마는...

아빠, 사랑해라는 말을 되뇌이며 지난 12년의 세월을 돌이켜보았다. 대학에 발을 디딘 둘째해인 94년 가을에는 학생회 주관 설문 조사에서 ‘명강의’로 뽑혀 가을 축제 기간에 특강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강의를 아주 잘 한다고 생각했다. 그 때 노교수들께서 그건 인기투표라는 말씀을 하셨어도 잘 믿지 않았다. 그런데 학생들의 감동어린 눈은 학기가 지남에 따라 조금씩 줄어들어 감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아주 열심히 강의 준비를 해야만 겨우 몇몇 학생들의 감동어린 눈빛을 만날 수 있을 정도이다.

강의를 시작한지 4년 가까이 되자 내 스스로도 강의가 서서히 지겹게 느껴졌다. 그 때 ‘이 시대의 진정한 광대를 꿈꾸는 이에게’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광대는 남과의 비교 평가가 어려워 자만에 빠지기 쉽다. 자신이 최고라는 자만감 속에서 상당한 시간을 지낸 후에 비로소 자신도 남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그것을 깨닫는 순간 심리적인 디프레스 상태에 빠지게 된다. 훌륭한 그리고 진정한 광대가 될 수 있는가가 결정되는 중요한 시점은 바로 이때이다.

무당에는 강신무와 세습무가 있다. 강신무는 어느 날 갑자기 신이 내려 운명적으로 무당이 된 경우를 일컫는데 신통력이 뛰어나다고들 한다. 반면 세습무는 부모가 무당이어서 직업을 세습하듯 몇 가지 춤사위와 기능을 배워 무당이 된 경우인데 효험은 적다고들 한다. 대학에 발을 디뎠던 초기에는 새로 신이 내린 강신무의 신통력을 통해 사람들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듯이 신임 교수의 강의를 통해 여러분이 가장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며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강신무도 늘 자신을 정갈하게 하며 갈고 닦지 않으면 초라한 세습무로 전락할 수 있다. 새 학기를 시작하며 나에게 다시 자문한다. 나는 아직 강신무의 신통력을 그리고 열정을 유지하고 있는가?(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본지 전문위원)

박남기 칼럼 | 입력 : 05-02-28 오전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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