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회장 이진강, 이하 대한변협)는 지난 28일 로스쿨의 대안으로 ‘학부 강화론’을 새로 띄웠다. 그러자 로스쿨법 비대위 등 시민사회단체는 이를 발목잡기 또는 시간끌기로 규정, 6월 임시국회 처리를 촉구하는 긴급 토론회를 30일 개최키로 하는 등 두 단체가 장외 여론몰이에 들어갔다.
대한변협은 28일 ‘바람직한 로스쿨 방안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진강 회장은 인사말에서 “이미 지난 4월 로스쿨과 관련된 몇 가지 법률을 입법청원했고, 6월 임시국회가 얼마 안 남은 이 시점에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자 심포지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제 발표를 맡은 이정한 대한변협 기획이사는 “현재의 로스쿨 법안으로는 전문성과 다양성, 국제경쟁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할 수 없고 오히려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며 로스쿨을 반대했다.
이 이사는 대신 “사법시험 응시자격을 법과대학 졸업자로 한정해 법과대학 교육과 사법시험 제도를 연계하고, 사법시험 응시횟수를 제한해 사회적 인력 낭비를 최소화하는 등의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제발표자인 정종섭 서울대 교수와 이관희 경찰대 교수는 ‘학부 로스쿨’ 내지 ‘학부 강화’를 대안으로 제기했다. 사법시험을 변호사 자격시험으로 바꾸고, 법학교육과 법률가 자격을 연계하자는 주장은 같았지만 내용은 조금 다르다.
정 교수는 현재 정부안에서 규정한 로스쿨 설립 기준을 그대로 학부에 적용해 로스쿨을 설립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면 로스쿨을 설립할 수 있게 하되(준칙주의), 학생정원은 현행 150명에서 200명 이상 자율로 정할 수 있으며 전임교수는 40명 이상 되어야 한다. 편입학 제도를 이용해 타 전공 학생을 받아들여 다양성을 추구한다.
정 교수는 “법학계의 학부 개혁 요구를 수용하면서 제도 변경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현 단계에서 합의 가능한 현실적 방안”이라며 “학부 설치 방법이 성공하면 그대로 유지하고, 대학원에 설치하는 것이 옳다는 결론이 나면 그대로 대학원 과정으로 올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법과대학 졸업 이수학점을 현행 130점에서 과거처럼 160학점 이상으로 하고, 전국 동일의 상대평가 기준에 의해 총 평균 C학점 이상인 졸업생에 한해 변호사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변호사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법과대학의 최소 요건은 △한 학년 당 학생 수80명 △교수 대 학생 비율 1대 25 △교수 20% 이상 변호사 자격소지자 △독립된 법학도서관 구비 등이다.
하지만 김형두 대법원 부장판사는 현행 학부제와 맞지 않고,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진로를 고교 졸업 때 정해야 하는 점, 사법시험 응시 과열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하기 힘들다는 이유 등을 들어 이 같은 ‘학부 로스쿨’안을 반대했다. 김 부장판사는 현재의 정부안을 만든 사개추위에서 활동했다.
김창록 경북대 교수는 “지금 대안을 내놓으려면 그에 버금가는 심층적인 논의에 기초한 구체적인 법률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학부 로스쿨’은 기본 틀은 유지한 채 조금만 바꾸어 그냥 가자는 것으로 구체성이 현저하게 결여되어 있다”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나아가 “학부 로스쿨 내지 학부 강화를 주장하는 것은 자칫 시간 끌기 내지는 발목 잡기가 아닌가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크다”며 “법학교육과 법률가 자격의 연계라는 방향에 동의한다면 굳이 정책적으로 문제가 있는 학부 강화론에 매달릴 이유가 없으며 정부안의 수정·보완에 힘을 모으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김 교수의 주장은 전국 2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잇는다. 로스쿨법 비대위 등 전국 182개 시민사회단체는 오는 30일 오전 10시 30분 국가인권위원회 11층에서 ‘국민을 위한 올바른 로스쿨법의 과제와 원칙’을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개최한다.
‘6월 국회 로스쿨법 통과에 즈음한 전국 시민사회단체 긴급토론회’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6월 임시국회에서는 로스쿨법이 반드시 처리되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토론회이다. 사법개혁과 법률서비스 향상을 위해 변호사 수 확대를 바탕에 깐 로스쿨을 도입해야 하는데 현 정부안은 문제가 많으니 수정해서 통과시켜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대부분 발표자와 토론자로 나선다. 강성구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이 ‘특권법조 개혁을 위한 로스쿨’을 발표하고,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가 ‘국가 책임과 공공성 강화를 위한 로스쿨’을, 최우용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시정의감시센터소장이 ‘지역균형발전과 교육기회균등을 위한 로스쿨’을 주제로 각각 발표할 예정이다.
이창수 새사회연대 대표는 “로스쿨법은 단순히 대학과 법조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국민의 이슈이자 지역 현안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시민사회단체 위주로 토론회를 꾸렸다”며 “변협이 ‘학부 강화’를 내세우며 사실상 발목 잡기에 나섰는데 6월 국회에서는 제대로 된 로스쿨법이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