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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로스쿨’ 대안인가, 발목잡기인가
대한변협, “학부 로스쿨 동의, 대안 내놓겠다”
“지금 제기하는 건 발목 잡겠다는 것” 비판도
‘학부 로스쿨’은 새로운 대안인가,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한 발목 잡기인가? 6월 임시국회에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설립 법안의 통과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법조계와 법학계 일부에서 로스쿨을 대학원이 아닌 학부에 설치하는 ‘학부 로스쿨’을 들고나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종섭 서울대 교수는 지난달 28일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이진강, 이하 대한변협)가 개최한 ‘바람직한 로스쿨 방안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변호사 배출 숫자를 놓고 싸우다 보니 십몇년간 도입 여부조차 결론짓지 못하고 있다”며 “학부 과정에 로스쿨 기준을 적용해서 법과대학 전체를 개혁해 나가는 게 현실적으로 합의하기 쉽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정부가 제출한 안은 로스쿨의 본래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 저항이 크다”고 비판한 뒤 ‘학부 로스쿨’은 일정요건만 충족하면 누구나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사법시험은 변호사 자격시험으로 대체해 연간 배출되는 변호사 수를 로스쿨 입학정원에 비례하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대신, 교수 대 학생 비율을 1대 12이하로 하고 최소 40명 이상의 전임교원을 확보하도록 하는 등 설립·인가 기준은 현행 정부안을 적용, 엄격하게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부에 설치하는 것이라 ‘고비용’ ‘귀족학교’ 등의 부작용을 막는 효과도 있다.

정 교수는 “법학계의 학부 개혁 요구를 수용하면서 제도 변경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현 단계에서 합의 가능한 현실적 방안”이라며 “학부 설치 방법이 성공하면 그대로 유지하고, 대학원에 설치하는 것이 옳다는 결론이 나면 그대로 대학원 과정으로 올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관희 경찰대 교수도 “현재의 사법시험 제도를 법과대학을 나온 자만이 응시할 수 있도록 바꾸고, 그 법과대학을 인원과 시설 등의 일정요건을 갖춘 경우로 한정해 우리 현실에 맞는 로스쿨인 ‘학부 로스쿨’을 도입해야 한다”고 이에 찬성했다.

이정한 대한변협 기획이사는 “사법시험을 자격시험으로 바꾸고, 사법시험 응시자격을 일정 수준으로 인증 받은 법과대학 졸업자로 한정하는 ‘학부 로스쿨’안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조만간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판의견도 만만찮았다. 정병석 전남대 교수는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를 로스쿨에 받아들이자는 사법개혁의 목적에 맞지 않다”며 “로스쿨 설치는 10년 이상 충분히 논의된 문제로 6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마무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창록 경북대 교수는 나아가 “‘학부 로스쿨’ 내지 학부 강화를 주장하는 것은 자칫 시간 끌기 내지는 발목 잡기가 아닌가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지금 대안을 내놓으려면 구체적인 법률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학부 로스쿨’은 기본 틀은 유지한 채 조금만 바꾸어 그냥 가자는 것으로 구체성이 현저하게 결여되어 있다”라며“법학 교육과 법률가 자격의 연계라는 방향에 동의한다면 굳이 정책적으로 문제가 있는 학부 강화론에 매달릴 이유가 없으며 정부안의 수정·보완에 힘을 모으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특히 “‘학부 로스쿨’ 안대로라면 4년차에 배출되는 변호사 숫자가 5,000명을 넘게 되는데 대한변협이 이에 찬성한다면 변호사 수 확대에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태형 대한변협 대변인은 “발목 잡기할 생각 같으면 그런 비판이 나올 걸 알면서 굳이 심포지엄을 개최했겠느냐”며 “법안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기 때문에 수정·보완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최 대변인은 총 입학정원 확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협의를 거쳐 대한변협 산하 로스쿨대책위원회에서 안을 내놓을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최소한 1년 전에만 나왔더라도 검토할 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법안 통과가 막판까지 몰린 현재는 대안이 못 된다”며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이 시점에서 꺼내는 것은 로스쿨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형진 기자 (news@unn.net) | 입력 : 07-06-01 오후 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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