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의 한 교직원은 서남표(71) 총장의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이렇게 표현했다.
서총장은 지난해 7월 취임 뒤 불과 9개월 남짓 동안 굵직굵직한 개혁 정책들을 쉼 없이 쏟아내고 있다.
우수한 연구성과를 낸 교수는 '정년 이후까지 보장', 그렇지 못하면 '퇴출'이라는 '영년직 교수제'(New tenure system)와 '특훈교수제'(Distinguished Professor), 공부 잘하는 학생은 돈을 받고 못하는 학생은 내는 '수업료 납부제', 신입생 담임제, '전 과목 영어수업', 책임과 권한을 학과에 대폭 이양한 '학과장 중심제', 그리고 대학발전을 위한 '1천억원 차입 추진'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들 개혁정책의 목표는 'KAIST를 세계 초일류 이공계 대학으로 만든다'는데 있다.
이를 향한 KAIST의 내부개혁은 조직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협력속에 조용하지만 아주 힘있게 추진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계의 히딩크'로 불리며 KAIST 개혁을 추진하려다 내부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결국 실패한 전임 로버트 러플린(Robert B. Laughlin.노벨물리학상 수상자)총장 때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이런 개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서총장이 지난 26일에는 한국사회에 입시개혁의 화두를 던졌다.
대표적 영재집단인 KAIST가 먼저 '공부만 잘하는 학생은 뽑지 않겠다'고 나선 것이다.
KAIST는 2008학년도부터 성적 중심에서 탈피, 종합적인 인성, 창의성, 리더십까지 평가, 신입생을 선발키로 했다.
이를 통해 20년 후 글로벌 리더로 성공할 자질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고 고등학교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번 KAIST 발(發) 입시개혁안은 입시학원으로 전락한 과학고 등 고교 교육과정 운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과학고 학생들은 KAIST 입학생들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KAIST 이광형 교무처장은 "아침 5시 30분에서 6시 기상. 오전부터 오후 내내 정규수업 및 보충수업, 야간 자율학습. 그리고 학생들이 기숙사로 다시 들어오는 시간은 밤 12시... 서남표 총장은 과학고 학생들의 이런 모습을 직접 보고 큰 충격에 빠졌다"고 전했다.
오랫동안 미국에서 생활했던 그가 한국의 입시 위주 교육에 대해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과학영재 육성'을 목표로 하는 과학고의 학생들까지 이렇게 혹독한 입시지옥에 내몰리고 있는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어렵게 KAIST에 들어온 학생들 역시 입시경쟁에서 힘이 빠져 막상 입학 후에는 창의성 등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내린 판단이 입시 개혁. KAIST가 26일 발표한 신입생 입시 개혁안에는 이러한 배경이 깔려 있다.
KAIST의 이러한 새로운 입시정책에 대해 전국 과학고의 교장들도 '환영'의 뜻을 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 총장은 미국 출장을 끝내고 27일 귀국했다. 그가 또 어떤 '개혁 아이디어'를 갖고 한국 과학계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서 총장은 美 MIT 기계공학과(학사), Carnegie Mellon대 기계공학과(박사)를 나와 사우스 캐롤리나 대 교수, MIT 기계공학과 교수, MIT 기계공학과 학과장 등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