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U 이사회는 당초 지난 4월 30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이사들의 일정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연기됐다. 지난 달 9일과 31일에도 이사회 개최가 추진됐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결국 이사회는 6월 중 개최될 예정이다.
이사회 개최 일정이 지연되자 ICU 안팎에서는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허운나 총장은 “이사장(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께서 통합 반대의견을 포함,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며 “지금까진 (이사장이) 통합 쪽 의견을 듣다 반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부도 이사회 개최 이유를 '여론 수렴 작업 때문'이라고 답하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워낙 이해 관계자들이 많은 중요한 사안이라 여러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지연되고 있다”라며 “6월 중에는 개최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통부로서는 ICU 이사회를 더는 연기할 수 없는 입장이다. 총 15명의 이사 중 7명이 다음달 15일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에 이사회가 열리지 않아 올해 예결산도 통과시켜야 한다.
일각에서는 기존 통합 쪽으로 흐르던 ICU 안팎의 기류에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ICU 이사 A씨는 “여러 사람들이 장관에게 ICU의 독자생존(민영화)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도 “이사회에서 구성원 의견과 동떨어진 결론을 낼 수는 없기 때문에 (노준형 이사장이) 여러 채널을 통해 구성원 의견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에 열리는 이사회에서는 통합이든 민영화든 결론이 날 것”이라고 확인했다.
ICU의 통합 전망을 가늠하는 가장 큰 변수는 정보통신부의 의지다. ICU 설립을 주도하고, 매년 ICU에 75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정통부의 의지에 따라 ICU의 통합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정통부가 ‘구성원 의사에 반하는 무리한 통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은 중요한 대목. ICU 구성원 의사가 향후 통합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현재의 ICU 구성원 의견을 정확히 파악하긴 어렵다. 찬성이나 반대 주장도 그에 따른 조건이 충족됐을 때를 전제로 하고 있다. ICU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교수사회에는 통합에 대한 찬·반 의견이 공존한다. 여기엔 학교발전을 위한 고민과 정부 지원이 끊길 것에 대한 불안감이 깔려있다. 정통부는 지난 2004년 감사원이 ‘법적 사립대학인 ICU에 대한 정부지원’을 지적한 이후 국정감사 때 마다 야당의원들의 공격을 받아왔다. 이 여파로 지난 해에는 ICU에 대한 예산이 90억에서 75원으로 깍여 배정됐다. KAIST처럼 특별법을 제정, 정통부 산하로 법인화되지 않으면, 지속적인 정부 지원을 담보할 수 없다는 뜻이다.
공학부의 B 교수는 "점차 학문간 통섭이 요구되는 환경에서 우리가 가진 IT와 KAIST가 가진 BT, NT를 합쳐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의견과 ICU의 정체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의견이 공존한다"라며 "다만 통합이 되면 예산 부분에 대한 시비는 없을 것이란 의견이 많고, 공학부 교수들의 경우 통합에 대한 긍정과 부정이 반반"이라고 전했다.
사실상 흡수통합시 발생할 불이익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경영학부의 C교수는 "KAIST가 과거 한국과학기술원(KIST)과 통합했을 때도, 소수인 KIST쪽 인사들이 인사권이나 대학원생 선발권에서 철저히 배재됐다"며 "경영학적 마인드를 갖고 보면 흡수되는 쪽이 내걸었던 조건 등은 통합 이후에는 잘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직원들의 경우 부정적 의견이 다수다. 직원 역시 흡수 통합에 따른 불이익을 우려한다. ICU 직원인 D씨는 "직원들은 전반적으로 통합에 부정적"이라며 "작은 조직이 큰 조직에 흡수되면 소수에 해당하는 쪽은 어려워지는 게 현실이고, 고용승계 부분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경우 통합논란 초기에는 '통합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찬성' 쪽 의견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KAIST와의 통합 문제가 불거진 지난해 12월, 이 대학 학부 총학생회(회장 이동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무려 96%가 통합에 반대했다. 그러나 이후 나온 학교측의 민영화 방안에 대한 현실성 여부가 미흡하고, 정부 지원이 끊기는 데에 대한 우려가 있어 찬성쪽 의견이 늘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대학 재학생인 E씨는 "지난해 12월보다는 찬성 쪽 의견이 많아진 것 같아 전체적으로 어느 쪽이 많은 지는 잘 알 수 없다"라며 "아무래도 학교 쪽의 민영화 방안에 신뢰가 가지 않았고, KAIST와 통합되면 재정적인 부분에서는 안정을 찾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ICU의 민영화 방안은 △정보통신부(이하 정통부)가 2012년까지, 5년간 매년 ICU 예산 중 75억 원을 지원하고 △민간 컨소시엄을 만들어 현행 정부주도의 지배구조를 민간 주도형으로 단계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