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대학들이 주로 활용하는 ‘BTO(Build Transfer Operate)’ 방식의 민자건설 유치사업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사회기반시설에대한민간투자법(이하 민투법)’ 시행령 7조 적용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기 때문. 시행령 7조의 “제안서 검토·평가시 최초제안자에 대해 총평가점수의 10% 범위 안에서 우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논란의 핵심이다.
◆"최초제안자에게 특혜… 실질적 수의계약"
5월 초 BTO 형식의 ‘국제인문관 및 개교 50주년 기념관 건립 기본계획’을 고시한 서강대의 사업설명회에는 총 19개 업체가 참가했다. 내달 15일 사업계획서를 접수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일정이지만, 참가업체 대다수가 사업계획서 제출 자체를 포기했다. 최초제안자에 대한 가산점이 너무 지나치다는 이유다.
이들은 지나친 가산점 부여는 ‘수의계약’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다. 서강대는 사업시행자 지정에 있어 “최초제안자에게 민투법 시행령 7조를 준용해 총평가점수의 3%에 해당하는 가산점을 부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업설명회에 참가한 한 업체 관계자는 “총점 1,000점의 3%면 30점인데, 5등급으로 나뉘어진 평가항목 등급간 점수차가 0.5점에 불과해 사실상 뒤집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가산점을 1% 부여한 숭실대의 경우나 등급간 점수차가 1점인 일반적 경우에 비하면, 이는 의도했든 아니든 최초제안자에 대한 특혜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공고를 통해 다수 사업자에게 참여기회를 부여하고, 공정경쟁에 의한 우수사업자를 선정한다는 BTO 사업의 ‘공개경쟁 원칙’이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민자건설 유치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가산점 제도가 되려 참가업체의 의지를 꺾어버린다는 문제 제기도 잇따르고 있다.
사업계획서를 작성·제출하는 과정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점도 업체들의 부담이다. 최초제안자에 대한 우대가 보장된 상황에서의 만만찮은 ‘초기 비용’때문이다. 실제 그간 대학들이 진행한 BTO 사업에 계획서를 최종제출한 업체는 한두군데 정도인 경우가 많았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문제의 핵심은 지나치게 높은 가산점과, 반대로 등급간 격차가 좁은 배점”이라며 “사업 최초제안자와 대학이 ‘짜고 치는 판’에 타 참가업체들은 들러리를 서는 격”이라고 말했다. 사업 공고에서부터 설명회 개최, 계획서 접수로 이어지는 공개 절차가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겉치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BTO사업, 안전성이 공정성보다 우선"
민자건설을 유치하는 입장인 대학의 셈법은 업체측과 다르다. 대학 관계자들은 “어느정도의 기득권, 또는 반대급부가 없다면 과연 사업 제안이 들어오겠느냐”고 반문했다. 민간사업자의 최초제안시 ▲제안의 독창성과 ▲투자 비용·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게 대학측의 변이다.
서강대 관계자는 “최초제안 내용을 ‘수정공고’할 경우 10%가 아닌 5% 내에서 가산점을 부여하는데, 경쟁이 가능한 적정 수준이 3% 정도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 입장과 달리 최초제안자는 가산점이 적다는 입장인 반면, 타 업체들은 너무 많다는 의견”이라며 조정이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등급간 점수차가 적어 후발업체가 불리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최대한 많은 업체에게 평가받을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반론을 폈다. ▲건설계획 ▲재무계획 ▲사업개발계획 ▲시설관리 및 운영계획 ▲전략적 사업추진계획 등 크게 5개 항목을 평가, 항목별 배점이나 총점이 만점대비 80% 미만일 경우 평가대상에서 아예 제외시키기 때문이다.
최근 BTO 기숙사 건설사업자 선정절차를 진행한 숭실대 관계자도 “외부에서 가산점이나 등급간 점수차를 문제삼는 것을 다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공고에서 제시한 기준은 최소한의 자격요건일 뿐, 평가과정에서 나름의 기준을 적용해 차등을 두는 것은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업체들이나 대학 내부에서도 자신의 입장에서 유·불리를 따지기 때문에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것을 경험했다”면서 “객관화·정량화 된 기준이라면 이에 승복하는 것이 사업 추진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대학 건설사업에는 공정성보다는 안정성이 우선 검증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숭실대 관계자는 “대학이 공정경쟁체제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사업이 장기간 표류될 경우 상당한 타격을 입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사업적 파트너십이나 지명도, 대학과의 신뢰관계 등을 감안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업계획서 작성·제출시 발생하는 초기비용이 ‘찔러보는’ 업체를 걸러내는 기능을 한다는 견해도 있다. 업체의 최종목적이 사업 수주라면 그만한 초기비용을 감수하고 투자할 ‘의지’가 있는지 확인하는 기제가 된다는 것. 사업의 윤리성보다는 시장에서의 타당성이 판단의 준거가 돼야 한다는 결론이다.
◆사업평가 투명성 확보, 시장여건 개선 필요
최초제안자에 대한 가산점 부여를 골자로 하는 시행령 7조의 궁극적 목표는 민자사업 유치 활성화다. 세부 적용의 정도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지만 대학과 업체 모두 그 필요성만큼은 인정하고 있으며, 시행령 자체에 대한 거부나 탄원 움직임 또한 아직 없다.
현재로선 갖가지 사례들의 자율 조정을 통한 모범적 ‘정형(正形)’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시급하다. 대학가에 민자건설 유치 바람이 분 것은 작년부터로, “대학과 업체 모두 경험이 부족하고 판단의 준거가 정립되지 않은 탓에 잡음이 발생한다”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사업계획 평가에 앞서 항목·지침·세부 판단기준 등을 공개해 투명성을 제고하고, 객관적·정량적 기준에 따라 평가받고 승복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결국 대학가 민자사업의 향후 전망은 대학과 업체가 한걸음씩 양보, 시장상황에서 통용가능한 구조를 만들어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