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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두뇌의 양성소, 대학연구소 <2>
2부. 대학연구소의 역할과 성과I
대학에 설치된 연구소들은 대학의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로 꼽히고 있다. 대학에 설치된 연구소 소속 연구자들의 피땀으로 맺어진 결실은 결과적으로 얼마나 해당 대학이 우수한 연구력과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연구자들의 연구성과 특히 SCI 논문 수와 같은 가시적인 결과에 열을 올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우리 대학들의 연구환경이 그다지 좋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깜짝 놀랄만한 연구 성과를 기대하는 것이 과욕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대학으로서는 연구소가 내놓은 각종 성과들로 경쟁력을 평가받는 시스템 안에 있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우수한 연구소, 연구실의 사례를 대학당국이 더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글 싣는 순서

1. 대학연구소의 현주소

2. 대학연구소의 역할과 성과I

3. 대학연구소의 역할과 성과II

4. 해외 선진연구소가 주는 교훈

5. 대학연구소의 비전과 전략

(1)한양대 나노소자개발사업단

지난해 3월 원자힘 현미경(Atomic Force Microscope) 리소그래피 기술의 고속화 실현을 위한 세계 최고속 AFM 리소그래피 시스템과 고속 나노패턴 제작 전용 고감도 레지스트가 한 대학의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고 과학기술부가 발표했다. 세계 최고 속도의 원자힘 현미경 리소그래피 시스템을 개발한 주인공은 한양대 나노소자개발사업단 이해원 소장이 이끄는 연구팀. 이 연구팀은 과기부의 21세기 프로티어 연구개발사업으로 추진 중인 테라급 나노소자개발사업단 소속으로 지난 2000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7년동안 ‘고속 AFM 리소그래피용 고감도 레지스트 및 공정기술 개발’ 과제를 진행시켜왔다.

기존의 광 리소그래피 기술이 가지는 해상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저렴한 장비를 제공하기 위해 최근 다양한 차세대 리소그래피 기술들이 연구되고 있는 가운데 AFM 리소그래피 기술은 나노구조물을 쉽게 형성 제어할 수 있는데다 가격이 저렴해 세계 여러 연구소에서 활발하게 연구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은 나노구조물의 형성 속도가 기존의 광 리소그래피 기술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상용화에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이 사업단의 이해원 교수 연구팀에서 개발한 고속 AFM 리소그래피 전용 시스템은 광 리소그래피의 고속 나노 구조물 형성속도와 AFM 시스템의 고해상성 기술을 접목해 종전보다 10배 이상 빠른 속도에서도 원하는 위치에 정확하게 나노 구조물을 형성할 수 있게 돼 관련학계와 업계로부터 주목을 끌었다. 특히 이 시스템은 속도의 한계를 극복해 고속 AFM 리소그래피 원천 기술 확보는 물론 차세대 리소그래피 기술로서도 상용화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자체 개발한 고감도 레지스트를 이용해 반응이 일어나는 전압을 기존보다 5V 이상 낮추면서 고속에서 나노 구조물을 형성해냈다. 고감도 레지스트 개발은 향후 나노구조물 패턴형성기술을 고속화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 기술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이 연구팀은 표준과학연구원, (주)나노포커스 등과 함께 산학연 공동연구를 통해 고속 AFM 리소그래피 통합시스템 연구와 초정밀 다중벽 탄소나노튜브 AFM 탐침을 이용한 10 나노미터 이하 패턴 제작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고속 AFM 리소그래피를 위한 전용 시스템과 고감도 레지스트, 수 나노미터급 패턴 제작 공정 기술은 이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사업단에서는 지난 2002년 유기물 레지스트 자체개발로 원자힘 현미경을 이용, 나노패턴 제작 속도를 100배 이상 향상시킨 바 있으며 재차 10배 이상의 고속 시스템을 개발해 기술력을 인정받게 됐다.

이번 연구성과는 랭뮈르(Langmuir)지와 나노테크놀로지(Nanotechnology)에 게재됐고 국내외 특허 4건이 출원, 1건이 등록됐다.

사업단 소장인 이해원 교수는 “2005년 전세계 AFM 시장이 2,000억원에서 2010년 3,000억원 정도로 약 1.5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 고속 AFM 리소그래피 전용기술이 상용화되면 광 리소그래피, 전자빔 리소그래피 기술을 부분적으로 대체해 나노패턴 공정 분야에서 틈새시장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특히 지금까지 나노-바이오 분야에서 적절한 리소그래피 장비가 없어 나노-바이오소자 패턴 제작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됨으로써 향후 큰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2)카이스트 생물공정연구센터

1990년 한국과학재단의 ERC로 선정된 후 10년간 최우수 연구센터로 평가받아온 한국과학기술원 생물공정연구센터는 숙신산과 같은 primary metabolites들의 효율적인 생산 원천기술개발. 알코올과 같은 바이오 연료물질의 대량 생산기술개발, 생분해성 고분자 개발 등의 성과와 함께 세계 최고로 인정을 받는 유용한 대사 산물을 대량 생산하는 박테리아 공장을 갖췄다는 점에서 전세계 관련 학계, 산업계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센터는 또 ACS, ISBP, 메타볼릭 엔지니어링, 바이오케미컬 엔지니어링 등의 저명 국제 학술회의, UQ와 노스웨스턴대학 등 해외 유수 기관과 공동 연구 협약을 맺고 활발한 국제 공동 연구를 벌이고 있기도 하다.

생물공학 관련 제품의 파이럿 연구 등을 통한 대량 생산 연구는 이 센터 고유의 사업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센터 보유의 파일럿 플랜트 시설은 교육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여러 산업체와 연구소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 센터에서 발표된 논문만 756편, 특허도 244가지에 이르는 성과는 센터의 연구활동의 범위와 심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한국과학재단으로부터 연간 10억원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시행하고 있는 ‘바이오기술개발사업’ 즉 게놈정보 활용 통합 생물공정 원천기술 개발 사업이다. 이 연구는 지난 2005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3년째를 맞고 있으며 2011년까지 프로젝트가 지속될 예정이다. 산업체와 연계해 산업자원부로부터 지원받는 팜유 유래 바이오디젤기술 개발과 고지혈증 치료제 의약중간체 원료제조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다.

생물공정연구센터는 국제공동연구를 위해 향후 바이오센츄리연구소와 연계 운영할 예정이다.

이 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이상엽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국내 최초로 지난해 말 미국과학발전협회(AAAS)의 펠로우로 선임됐으며 올 초에는 와일리-VCH사 발간 생명공학저널 Biotechnology Journal 수석편집인에 선임되기도 하는 등 학계와 산업계에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인물이다.

연구센터 소속 최종현 연구교수는 “초기에는 17대학 40여명의 교수가 컨소시엄 형태로 6개의 연구실을 통해 공동연구를 진행해 센터는 학문융합의 모체 역할을 담당했다”며 “연구자들이 함께 모여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며 우수한 실적을 거둘 수 있었고 최우수 연구센터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한국과학기술원 단독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생물공정’ 분야 국내 대표적 센터로서의 위치를 여전히 지켜내고 있다.

(3)포스텍 지능초분자연구단

포스텍에는 개인 연구실 개념의 연구단들이 상당 수 운영되고 있다. 이들 중에서는 국내외적으로 적지않은 명성을 갖고 있는 연구단들도 있다. 그 중 하나가 지능초분자연구단이다. 이 연구단은 최근 특정세포를 인지하는 나노캡슐의 획기적인 제조법을 개발해 큰 주목을 받았다.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케미스트리 월드 등 학술지에 주요 기사로 소개됐고 독일화학회지로부터는 VIP 논문으로 선정됐다. 의학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법으로 제시되면서 화학계, 나노공학계 뿐만 아니라 전세계 의학계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연구단을 이끄는 연구자는 김기문 교수로 김 교수는 지난해 호암상을 수상했고 연구단의 김동우 박사와 함께 지난달 22일 과학기술부가 선정한 '미래를 여는 우수과학자 11인'에 나란히 꼽혔다.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2001년 제3세계 과학 아카데미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에는 한국과학상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고 화학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안게반트 케미에 가장 많은 논문을 발표한 인물 100인 중 유일한 한국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

김 교수의 지능초분자연구단은 지난 1997년 과학기술부 과학재단이 시행한 창의적 연구 진흥사업 연구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초창기 10억원, 9년간 평균 7억 5,000만원에서 8억원 가량의 연구지원을 받았으며 사업 종료 후 이 사업의 후속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유과제 연구지원 대상으로 다시 선정돼 5년간 4억 5,000만원 가량의 지원을 받게 됐다.

우리 연구 환경에서 창의적 연구 진흥사업 연구지원은 획기적인 지원사업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합성해 국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쿠커비투릴이라는 분자에 대한 다양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분자 가운데 작은 구멍이 있는 쿠커비투릴로 만든 나노캡슐도 만들어냈다. 이 나노캡슐은 표면에 미세한 구멍이 나 있어 특정 분자와 결합할 수 있어 이를 이용해 캡슐표면의 물리적 화학적 성질을 손쉽게 변형할 수 있다. 나노캡슐 표면에 엽산 분자를 도입하면 이 나노캡슐은 종양세포를 인지해 세포 내부로 쉽게 침투할 수 있게 된다.

세계 최초로 쿠커비투릴 동족체와 기능성 유도체 합성법을 발견해 약물 전달, 촉매, 바이오칩, 나노소자, 다공성 물질 합성 등의 활용이 가능해진 것은 이 연구단의 쾌거다.

김 교수는 각종 연구사업을 수주해도 연 1억원 모으기가 힘든 우리 연구 환경에서 일종의 특혜를 입었다는 데 공감했다. 그는 “연구비, 기자재, 공간, 인력 등 여건 마련에서 어려움을 겪는 연구자들이 대부분”이라며 “포스텍의 특성상 그리고 창의과제선정의 혜택을 입은 우리 연구단이 특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연구자들의 의욕과 열의를 발휘할 수 있는 연구환경 조성이 중요하다”며 “연구자들에게는 세계 최고 연구자, 연구집단과 경쟁을 하고 있는 만큼 연구 지원의 뒷받침을 어느 정도 받는냐, 우수 인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지은 국장 기자 (alice@unn.net) | 입력 : 07-06-04 오후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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