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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교式 대학 혁신 '제동'
학생들 본관점거 "학제개편 반대"
'고객 만족' 경영혁신 재검토 필요
'오영교식 대학 혁신'에 제동이 걸렸다. 동국대의 구조조정 작업이 내부 구성원의 반발에 직면, 차질을 빚고 있는 것.

동국대 문과대학 등 5개 단과대 학생들은 22일 오후 교내 본관으로 진입해 학사지원본부 교무팀을 점거했다. 학교측의 일방적인 학제개편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이유다. 현성은 문과대학생회장(국문 3)은 "학교측이 학제개편안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 수렴하지 않았다"며 "몇 차례의 면담에서도 학생들의 의견보다는 '학교 발전을 위한 일이니 받아들이라'는 식이었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학생들은 23일 밤 정성호 문과대 학장(철학)의 중재로 본부측과 대화를 가졌고, '이번과 같은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교수·학생과 논의하겠다'는 본부측의 입장을 듣고 24일 오전 점거를 풀었다.

동국대는 지난달 20일부터 해당 학과에 통보된 '학과편제 및 정원 조정안'으로 논란을 겪어왔다. △독어독문학과와 북한학과의 폐과 △불교대, 문과대, 사과대, 공과대, 나노정보대 등 5개 단과대에 대한 110명의 정원 감축 △인접학문 간의 협력을 위한 트랙제 도입 △BT, NT, IT, CT 분야의 특성화를 위한 단과대학 신설 및 명칭변경 △단과대학의 개편으로 인한 학과 이동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번 학제개편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독어독문학과와 북한학과는 폐과 방안. 본부측은 “지난 4년간의 학과정원 대비 재학률 등을 지표로 삼아 사회적인 수요가 줄어든다고 판단되는 학과를 폐과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동국대가 정원 감축을 추진하는 것은, 전임 총장 때인 지난해 10월 교육부 구조개혁 선도대학에 선정된 데에 따른 것이다. 당시 동국대는 2008학년도까지 총 518명을 감축하기로 하고 총 87억 6,100만원을 지원받았다.

그럼에도 학교 안팎에서는 이번 학제개편을 '오영교식 구조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종옥 교수회장은 "경영 논리로 이번 학제개편을 졸속으로 추진했다"며 "학과도 잘 못하면 폐과가 될 수 있다는 '충격 요법'을 쓰려고 한 것 같은데 폐과대상을 선정하는 기준도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동국대는 지난해에도 서울과 경주캠퍼스를 합해 213명을 감원했다. 그럼에도 올해가 같은 진통은 없었다. 구성원들이 동의하는 수준에서 감원이 진행됐다는 얘기다. 비교적 정원 규모가 큰 경영대에서 70명을 감축하는 등 수긍할 만한 방법을 택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재학률을 중심으로 정원을 감축했다. 이에 반발하는 구성원들은 재학률이 곧 학과의 경쟁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며, 학문의 다양성 차원에서도 이같은 구조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본부측이 지난달 20일 제시한 학제개편안은 특성화 방안도 제시돼 있다. 조의연 경영관리실장은 "단순히 구조조정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수요가 늘고 있는 생명과학, 에너지기술 등의 단과대학을 신설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며 "신입생 정원 감축이 초점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학제 개편을 통해 특성화를 추구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동국대는 이번 학제개편안에서 ‘ABC+α’으로 대변되는 아시아, 생명공학, 영상문화, IT(정보기술)와 ET(환경에너지)분야를 특성화하기 위해 단과대 신설 방안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호응도는 낮았다. 특성화에 따른 지원책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이종옥 교수회장은 "구조개혁 선도대학으로 선정되면서 지원받은 87억원 중 쓰고 남은 35억원만 지원한다고 하니 호응하는 학과가 없었다"고 전했다.

동국대의 학제개편안은 아직 최종 확정된 안은 아니다. 동국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독문과와 북한학과는 학부제로 유지되는 쪽으로 의견이 조율되고 있다. 독문과의 경우 철학과·윤리문학과와 묶어 학부제를 시행하고, 90명의 정원은 65명으로 감축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반대가 많다. 현성은 문과대학생회장은 "폐과에 대한 반발이 심하니까 학문적 유사성도 없는 학과를 억지로 묶으려 한다"며 "학부제는 그 폐해가 지적돼 2003년 폐지됐는데, 별다른 검토도 없이 또 다시 추진하겠다는 것이냐"며 비판했다.

오영교 총장은 취임 초 108 프로젝트를 선포하며 대대적 혁신을 예고했다. 108프로젝트는 내부 고객이 만족하고, 외부 고객이 감동하는 '월드 와이드 동국(World Wide Dongguk)'을 비전으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5대 혁신분야와 108개 개혁과제를 제시한 경영지침으로 제시했다. 5대 혁신분야는 ▲신경영시스템 창출 ▲교육·연구 시스템 혁신 ▲최적의 교육·연구환경 구축 등이다.

108프로젝트는 한 마디로 '고객만족에 입각한 자율과 책임의 경영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오 총장도 이를 "고객과 성과 중심의 경영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수요자와 성과를 중시하겠다는 약속은 최대 수요자인 학생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있다. 오 총장이 '고객만족'을 내걸고 추진하는 '혁신'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07-05-24 오후 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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