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들어 대학의 신(新) 트렌드를 선도한 곳도 고려대다. 백주년 삼성관이나 엘지-포스코 경영관, 하나스퀘어는 첨단화된 캠퍼스의 표상이다. 과거와 현재, 전통과 첨단이 공존하는 곳이 바로 고려대 안암캠퍼스다.
새천년 들어 고려대의 변화 속도는 빨랐다. ‘막걸리 고대’를 ‘와인 고대’로 바꿔 부를 정도의 변화였으니 몇몇은 약간의 현기증도 느껴야 했다. 2003년, 변화의 신호탄은 중앙광장에서 쏘아 올려졌다. 지상에는 녹지공간을 조성하고 지하에는 대형 지하주차 공간을 배치한 중앙광장은 대학 캠퍼스의 개념을 획기적으로 바꿔 놨다. 고려대가 중앙광장을 완공시켜 ‘차 없는 캠퍼스’를 만들자, 많은 대학들이 이를 벤치마킹했다.
고려대 중앙광장은 개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1단계 사업이다. 2000년 6월 착공해 20개월이 걸려 완공했다. 8,400여 평의 시원하게 뻗은 녹지공간과 잔디광장은 정문을 들어서는 이들을 기분 좋게 맞이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앙광장은 대운동장이었다. 이곳은 한국전쟁 때는 국군과 미군의 주둔지로, 4.19혁명 때는 도화선이 된 데모대의 집결지 사용됐다. 현대사의 굴곡을 지나온 중앙광장 지하는 이제 최첨단 시설을 갖춘 열람실과 학생 편의시설이 들어섰다. 커피점, 편의점, 학생서비스센터, 학생상담센터도 중앙광장 지하에 위치해 있다. 1,100석의 열람실은 학생들의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해 줬다.
| |
| ▲ 고려대 캠퍼스의 '변화의 신호탄'은 중앙광장 완공이었다. |
중앙광장은 ‘백주년기념 삼성관’ 지하로 통한다. 이곳에도 대열람실, 멀티미디어 열람실, 영화관, 스터디룸, 노트북룸 등이 갖춰져 있다. 4층 대열람실에서 만난 졸업생 이규진씨(공과대)는 “중앙광장 지하 열람실과 백주년 기념관 열람실이 확충되면서 자리 부족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했다.
백주년기념관 바로 뒤에 위치한 엘지-포스코 경영관(엘포관)은 첨단과 세련미가 만나는 곳이다. 지상 6층 규모의 내부는 전체가 대리석으로 깔려있다. 반원형의 계단식 강의실 천장엔 ‘집음 장치’가 설치돼 있어 마이크가 필요 없다. 경영대 수업을 들으러 온 정영주(영문 3)씨는 “강의실이 반원형의 계단식으로 되어 있어 앞에 덩치 큰 남학생이 앉더라도 수업에 방해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엘포관을 나와 녹지캠퍼스까지 이어지는 자유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최근 완공된 해송법학도서관과 만날 수 있다. 지상 3층, 지하 2층 규모로 건립된 해송도서관은 법학 관련 장서 3만 8,000여권을 보유하고 있다. 고려대 관계자는 “단과대 도서관으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이며, 특히 디자인은 뉴욕의 콜롬비아 법대와 동경대 법학도서관의 첨단화되고 투명한 이미지를 차용했다”고 밝혔다.
법과대에서 본관을 지나 서문 쪽으로 오다보면 국제관과 타이거 플라자를 만날 수 있다. 2004년 10월 문을 연 타이거 플라자는 추진 당시 학생들간 뜨거운 찬반 논쟁을 일으켰다. 당시 학생들 중 일부는 자신들의 공간에 상업시설이 들어선다는 데에 반대했다. 한 문과대 학생은 “타이거 프라자가 생기기 전에는 학생들이 이곳에 모여 족구 등 공동체 놀이를 즐기던 공간이었다”라며 “그런 곳에 상업시설이 들어온다고 해서 반대 의견도 많았지만, 지금은 학생들이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
| ▲ 엘지-포스코 경영관은 첨단화된 캠퍼스의 표상이다. 사진은 엘포관 라운지 |
타이거 프라자는 1~3층까지는 스타벅스, 프로랑스 등 상업시설이 들어서 있지만 4층에는 학생들을 위한 공간인 ‘고대 마루’가 있다. 이곳에는 원탁 테이블 20대와 컴퓨터 10여대가 설치돼 있어, 공동 과제물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학생들이 많다. 근처 우당 교양관과 국제관에서 교양수업과 외국어 수업을 듣는 저학년 생들이 대부분이다. 2층 스타벅스 커피점에서 만난 한 학생은 부산에서 친구를 만나러 고려대를 찾아왔다고 한다. 그는 “정문에서 여기까지 걸어오는 동안 깨끗한 환경과 잘 꾸며진 조경이 있어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인문사회계에 비해 소외감을 느껴왔다는 자연계 캠퍼스는 어떨까. 인문계 캠퍼스 서문을 나와 조금만 올라가면 자연계 캠퍼스 북문이다. 북문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공간이 ‘하나스퀘어’다. 지상 1층과 지하 3층으로 된 공간이지만, 의외로 내부 분위기가 밝다. 천장과 전면유리를 통해 자연채광이 지하 1층까지 전달되기 때문이다. 고려대 장동식 전 관리처장은 “2002년 인문계 캠퍼스의 '중앙광장'에 이어 자연계 캠퍼스의 ‘하나스퀘어’가 완성됐다”며 “이는 문화 공간 증대와 녹지 확보, 환경 친화 등의 효과를 거두는 그린캠퍼스의 완성을 뜻 한다”고 말했다.
| |
| ▲ 백주년기념삼성관. |
하나스퀘어 지하에 또 하나 눈에 띄는 곳으로 영풍문고가 있다. 240평 규모에 장서 수만 해도 5~6만권이다. 서점에서 만난 박병훈씨(전기전자전파공학부 4년)는 “하나스퀘어가 생기기 전에도 구내서점이 있었지만 전공·어학 서적이 전부였다”라며 “이곳에 오면 일반 서적을 많이 접할 수 있어 시간이 빌 때 많이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 생활 마치고 복학해 처음 느낀 심정이 격세지감이었다. 후배들이 부럽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여전히 진화 중이다. 동원 리더십센터, CJ 식품관, 바텔-KU연구소 등이 올해나 내년 초 완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지금 군에 입대하는 고대생들도 다시 학교로 돌아올 땐 격세지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고려대 구성원들은 고대의 아름다움은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입을 모은다. 한 법과대 교수는 “캠퍼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이라며 “시설이 열악했던 과거나 환경이 현대적으로 많이 개선된 지금이나 여전히 고려대의 아름다움은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