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위원회 한나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임해규 의원은 “로스쿨법은 당내에 합리적인 이견이 큰 데도 사학법 재개정을 위해 양보하는 것이지 연계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지난 2일 저녁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임 의원은 “개방이사 추천위원회에 대학평의원회와 이사회 측이 반반씩 참여하는 것은 서로가 명분과 실리를 찾는 길”이라며 “열린우리당은 이념적이 아닌 좀더 ‘실사구시’적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4월 임시국회를 평가한다면.
“사학법도 그렇고, 로스쿨법도 그렇고, 우선 국민께 죄송하다. 두 법 모두 너무 오래 끌어왔고, 어찌 보면 4월이 가장 통과시키기 좋을 정도로 성숙된 시기였다고 본다. 6월 국회로 가면 대선에 더 가까이 가고, 9월은 또 바로 대선의 격랑에 들어가게 된다. 책임 소재를 떠나 국민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 4월 국회가 최적기였는데도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사실 양당 정책위의장, 교육위 간사, 정조위원장 간에 합의된 안이 있었다. 서로가 한걸음씩 양보한 안이었다. 개방이사 추천위원회 구성비율을 대학평의원회(대평)와 이사회 측이 반반으로 하되 대평 산하로 한다는 거다. 사학에서는 독립기구로 하든지 이사회 산하로 하자고 주장했는데, 그것을 양보했다. 개방이사 추천의 중심을 대평으로 한다는 점에서 개방이사제의 명분을 살렸다. 대신 반반씩 구성하면 합의제로 해야 되니까 이사회에 너무 적대적이지 않은 사람을 추천할 수 있어 실리는 사학 쪽에 주는 안이다. 그런데 열린우리당 의총에서 안 받아들여졌다. 대평 산하에 추천위를 두자는 것은 사학에서 굉장히 반발이 컸던 안이었다. 본회의장까지 갔으면 합의했던 그 안이 다수를 얻었을 거라고 본다. 열린우리당이 너무 이념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좀더 ‘실사구시’적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
- 사학법과 연계시켜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도 있다.
“워낙 중요한 사안이어서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것은 그간 다 했다. 학교급식법, 장애인 등에 관한 특수교육법이 그렇다. 인적자원개발 기본법이라고 하는 중요한 법안도 통과됐다. 국민연금법은 그 자체가 난항을 겪어서 안 되는 것이다. 연계를 한다고 하지만 로스쿨법을 제외하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법안 중에서 안 된 건 아무 것도 없다.”
- 특히 로스쿨법과 사학법을 연계시키는 것에 비판이 큰데.
“로스쿨법은 교육위에 같이 걸려 있는 법이다 보니 그렇게 된 거다. 또 로스쿨법은 그 자체에 논쟁이 많고, 한나라당 내에서도 반대가 만만찮다. 반대하는 쪽도, 고비용 문제라든지 합리적인 이견들이 있다. 로스쿨법은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엄청 양보하는 것이다. 당내 이견이 크지만 사학법이 워낙 중요한 법이고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로스쿨법은 조건 없이 양보하겠다, 그러니 사학법 재개정 해 달라, 간청하는 것이다.”
- 로스쿨법의 경우 내용은 정부안 그대로 가는 것인가.
“지난해 소위 합의 이후에 새로 제기되는 몇 가지 쟁점이 있어 추가 논의를 해야 한다. 논의라고 하는 게 서로가 법안 형태로 개정안을 합의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고 이런 방향으로 하자는 데에는 일정하게 합의가 있어야 한다. 핵심은 입학정원이다. 인원수가 늘어나지 않으면 국제 수준에 맞는 변호사는 양성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법률서비스 향상에는 한계가 따른다. 법과대학 유지 여부, 비로스쿨 출신자에게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주는 문제 등도 해결되어야 할 쟁점 가운데 하나이다.”
- 로스쿨은 자유투표하자 그랬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사학법이 합의가 되어서 올라가면 로스쿨도 지금 교육위에 올라와 있는 법안을 합의처리하자는 거다. 표결하지 않고. 표결로 가게 되면 한나라당도 김기원 의원 안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김 의원 안이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로스쿨안이 될 거라고 본다. 표결로 되더라도 우리는 한나라당의 사학법 재개정안이 통과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내에도 찬성이 6대 4 또는 5.5대 4.5 정도로 조금 더 많다. 그게 서로가 명분과 실리를 찾는 길이다.”
- 6월 처리 전망은.
“최선을 다해 로스쿨법과 사학법이 통과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개방이사 추천위를 과반으로 하느냐, 반반으로 하느냐가 현실에서 무슨 큰 차이가 나겠느냐. 너무 이념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열린우리당도 그때 되면 좀더 전향적으로 임할 것으로 기대한다.”
- 과반수냐 반반이냐가 큰 차이가 없다면 한나라당도 양보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게 바로 실리와 명분을 가르는 지점이다. 한나라당은 사실 개방이사라는 제도 자체를 무력화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지금처럼 반반으로 하고 대평 산하에 추천위를 두면 무력화가 안 된다. 대평에서 추천한 사람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볼 때 여기서 추천한 이사를 최소 50%는 넣을 수 있다고 본다. 과반으로 하면 사학에서 도저히 받을 수 없다. 합의의 마지노선이라고 봐야 한다.”
- 등록금 관련 법안들이 상정돼 있다. 통과 가능성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어려움이 있을 뿐이지 등록금이 너무 오르고, 대학에 국가재정이 좀더 투여되어야 한다는 데는 아무도 이견이 없다. 어떤 형식으로든 다뤄져서 통과될 것이라 본다. 다만, 등록금 인상을 막는 규제적 측면은 가장 약한 쪽으로 되거나 안 될 가능성도 있다. 아무래도 재정확보책 쪽에 논의가 집중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예산 확보와 관련해 신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만큼 대학 부양 쪽은 원활하게 될 소지가 있다.”
- 재정확충에 대한 방안은 있나.
“고등교육 재정을 교부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좀 어렵다고 본다. 대신 세금을 감면하거나 수익용 기본재산을 좀더 수익성 높은 쪽으로 운용하는 데 따른 실질적인 지원책, 묶여 있는 땅을 풀어주는 등의 여러 가지 재정지원책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 여러 가지 제도나 법들을 정비하는 작업이 수반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 3불 정책 논란이 뜨겁다. 교육위에 서로 상반된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데.
“힘의 균형이 워낙 팽팽해 이번 국회에서 논의는 될 수 있겠지만 처리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3불 정책은 교육부에서 만든 일종의 지침이다. 대통령령으로 대학이 좀더 자율적으로, 다양하게 선발할 수 있는 길을 다 막아버려서는 안 된다. 고교등급제만 하더라도 개념 규정도 없이 그냥 ‘고교등급제’ 이래 놓고 너무나 큰 규제를 하려 한다. 법 차원에서 몇 가지 원칙을 두자는 것이 한나라당 입장이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입시 사정을 하게 하되 고교 교육을 헤치지 않도록 하는 책무 등을 두자는 안이다. 대통령령에 따라 관료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안 된다.”
- 고등교육평가원 설립 법안도 관심사인데.
“한나라당은 반대다. 통과 안 시킨다. 평가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주도해서 만드는 것은 안 된다. 미국 같은 경우 별도의 평가기관을 두는데, 그런 식으로 학문 하는 쪽의 자율영역에서 하라는 주문이다. 평가를 하려면 평가를 할 수 있는 집단에서 해야지 관료 집단이 주도하면 안 된다. 지금 낸 법안은 교육 관료들이 주도하는 평가원이다, 반대이다.”
- 제1당 간사로서 교육위 운영의 방점은 어디에 둘 생각인가.
“영어교육 진흥에 관한 법이라든지 고등교육 질적 제고를 위해 제도를 정비하는 법 등은 중요한 법안이다. 대선 때문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법안 처리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쟁점이 많은 법안들은 빨리빨리 뒤로 미루고, 중요한데 쟁점이 상대적으로 적고 공감대가 형성된 법은 빨리빨리 처리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