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강의는 기본, 외국인 교원 확보 주력
신임교원들에게 영어강의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필수요건’이냐 ‘우대사항’이냐의 차이는 있지만, 대학들은 우선적으로 영어강의가 가능한 교원을 찾고 있다. 영어강의 능력은 심사과정에서 확실한 플러스 요인이 된다. 서강대 관계자는 “지난번 교원 채용에서도 영어강의를 ‘의무화’ 하지는 않았지만, 채용 결과 영어강의 가능자가 뽑혔다”고 말했다.
영어강의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 채용조건에 명시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여타 주요대학들이 영어강의를 필수요건으로 명시한 데 반해, 서울대는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았다. 서울대 관계자는 “단과대 별로 다르지만 영어강의를 의무사항으로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미 지원자들이 영어강의를 기본 요건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외국인 교원 채용방식도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타 대학들보다 한발 앞서 채용일정을 시작한 성균관대가 대표적인 사례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외국인 교원의 경우 기존 국내 일정에 맞추기 힘든 측면이 있어 채용일정을 앞당겼다”면서 “현지까지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하는 ‘서치&리크루트’ 방식으로 우수 외국인 교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도 올해부터 1년 후 발생하는 교원 T.O를 미리 공개해 장기간 모집하는 방식을 단과대 별로 시험적용하고 있다. 이 대학 관계자는 “외국인 교원 모집이 확대되려면 현재 방식과는 다른 패턴이 돼야 할 것”이라며 “국내 기준 적용이나 학기 단위의 빠듯한 채용 일정의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교원 채용의 ‘양극화’ 현상은 각 대학의 사정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 주요대학은 스타급 해외석학 교수 채용에 적극 나선 반면, 지방대학은 주로 ‘교양영어’ 과목 담당 원어민 모집에 머물렀다. 한 지방대학 관계자는 “재정 상황이 열악한 지방대에서 원어민 교원이 아닌 외국인 전공 교수를 채용하기는 어렵다”면서 “대학간 국제화의 ‘질’ 차이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선택과 집중’ 통한 ‘맞춤형 교수’ 뽑는다
교원 채용에 나선 대학들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한 것은 눈에 띄는 대목. 대학 차원 중장기 발전전략이나 특성화 분야 교원 충원을 우선순위로 삼는 것이다. AACSB(경영대학인증)·ABEEK(공학교육인증)의 기준 충족을 위해 교원 확보에 힘쓰는 경우도 보인다.
4월 말 채용일정을 마감한 연세대는 ‘5-5-10’ 프로젝트 참가 교원 확보에 역점을 뒀다. ‘5-5-10’ 프로젝트란 5개 분야를 5년 내 세계 10위권으로 발전시킨다는 내용으로, 이번 연세대의 교수 채용은 관련분야 우수연구인력 확충에 무게중심을 뒀다는 평을 받고 있다.
AACSB 인증을 준비하는 각 대학의 경영대는 전임교원 확보가 필수적이다. ‘전임교원 확보율 75% 이상’이 평가항목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AACSB 인증을 준비하는 연세대·서강대·한양대 등은 경영학 분야 교원 채용에 앞장서고 있다. ABEEK를 비롯한 여타 인증도 교원충원율과 교수-학생비율을 중시하고 있어, 공과대학 등 관련분야 교원 채용이 많은 편이다.
모집 교원의 성격에 따라 요구사항이 다르게 적용되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교육·연구 중 한쪽에 방점을 찍는 ‘맞춤형 교수’ 채용을 원한다는 것이다. 대학들이 교원인사제도 혁신을 통해 ‘교육중심 교수’의 강의 비중을 높이고 의무 연구실적을 완화하는 동시에, ‘연구중심 교수’의 책임강의시수를 줄이고 이에 상응하는 연구실적을 요구하는 경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세종대는 전임교원과 별도로 모집하는 초빙교수(강의전담교수)에게 1학기 12시간 이상 강의를 명시하고 있다. 이 대학 관계자는 “책임강의시수를 6시간 이하로 줄여주는 ‘연구교수’ 형태는 신임교원 채용요건에 없다”면서 “전임교원이 된 후 연구성과 평가를 거쳐 적용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대학들은 4차까지 전형절차를 세분화, 기존 서류·면접심사에 강의 및 연구계획서 제출과 시범강의·관련분야 세미나 심사를 추가 반영하는 추세다. 대학이 요구하는 전문능력을 갖췄는지 면밀히 확인하고, 현장에서 능력을 실제 발휘할 수 있는지를 본다는 의미다.
◆‘현장의 필요’ 따른 단과대별 분권화 예상돼
서울대는 올해부터 다른 대학들과 달리 채용일정을 단과대 별로 진행해 눈길을 끈다. 채용에 관한 기본사항만 대학 본부에서 검토해 승인하고, 채용의 세부 내용과 일정은 단과대 자율에 맡기는 것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작년까지 대학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채용일정을 진행한 결과, 분야별 특수성과 단과대 내부 사정을 고려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 이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홍보기간 연장이 절실한 단과대가 있는가 하면, 전형 심사시간이 더 필요한 단과대도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외국인 교원 및 우수교원 확보를 위해서는, 신축성 있는 채용 일정과 방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서울대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우수교원 확보에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첫 시험적용이라 향후 수정·보완 절차가 뒤따르겠지만, 단과대에 자율성을 주는 추세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대학들도 우수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현재 BK21사업단·누리사업단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수시·상시채용의 전면확대를 검토 중이다. 실제로 한양대는 공개채용과 특별채용을 번갈아 시행하고 있다. 학과가 필요로 하는 조건에 부합하는 지원자들을 끌어모으려면 단순경쟁이 되기 쉬운 공개채용보다 특별채용이 보다 적합하다는 취지에서다.
한편 채용방식은 인터넷 채용 사이트나 학교 홈페이지에 공고하는 형식이 자리잡았다. 교수채용 정보 사이트 ‘하이브레인넷(http://www.hibrain.net)’ 백승곤 부장은 “대학들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인터넷 상으로만 채용공고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인터넷 채용은 세계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장점도 있어,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