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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원점수 공개 판결에 대한 의미
김경성 서울교대 교수(초등교육과)
지난달 27일에 항소심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성적뿐 아니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결과까지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에 대하여 교육인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수능 및 학업성취도 결과 공개는 학교 간, 지역간 과열경쟁과 서열화를 촉진시키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막기 위해 곧바로 상고하겠다는 취지의 발표를 하였다.

이와 같은 국가시험 성적의 공개여부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닌 오래전부터 교육계에서 논의가 되어 오던 것이며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으나, 결국 교육계 내부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여 법정으로 가서 그 정당성을 가리게 된 것이다.

이처럼 국가시험 성적의 결과 공개의 정당성에 대한 시시비비가 우리 사회에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다보니, 정작 그 내용에 대한 교육적인 의의와 타당성에 대해서는 거의 논의가 되지 않고, 오로지 그것에 파생되어 미래에 나타날지도 모를 ‘사회적인 문제점’에 대해서만 초점이 맞추어 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므로 수능 원점수 공개 판결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각도에서 그 의의를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무엇보다도 ‘국민의 알 권리’와 교육소비자의 ‘요구’에 더 무게를 두었다고 할 수 있다. 즉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진학을 위한 필수 자료로서 성적의 공개를 요구하였으며, 그 요구가 미래의 나타날 지도 모를 부작용에 기초한 ‘행정적인 판단’보다 우선한다고 판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수능점수 공개가 학교 간, 지역 간의 과열경쟁의 우려에 대한 반론을 들 수 있다. 수능점수를 공개하면 과열경쟁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공개하기 이전에도 이미 과열경쟁이 존재해 왔다는 것이다. 또한 학교 간, 지역 간의 교육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어떤 나라에서나 너무도 당연한 현상이며, 현실적으로 인정을 해야 한다. 즉, 국가시험성적의 공개를 막는 것이 교육격차 및 과열경쟁을 막는 최선의 방안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셋째, 현재 우리나라와 미국과 FTA의 협상의 타결로 이제는 더 이상 대부분의 자국 상품에 대한 보호막이 없어져서, 선진국과 모든 면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현재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상황은 엄정한 ‘약육강식’과 ‘무한경쟁’ 이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판결은 현재의 무한경쟁시대에 걸맞는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30년이 넘게 실시되어 온 국가시험 성적을 공개하지 않음으로 하여 국가시험의 내용이 학문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차단되어 왔다. 결과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학문적 연구가 가능했었더라면 피할 수도 있었던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므로 시험을 실시한 후에 적절한 형태와 방법으로 국가시험의 결과와 관련된 자료에 접근하여 연구할 수 있게 된 것은 우리나라 관련 학계에 매우 고무적인 일일 것이다.

다섯째, 우리나라가 OECD에 가입한지가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에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OECD에 가입해 있는 다른 선진국의 예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즉, 미국, 영국 등의 나라에서 국가시험의 성적을 국가경쟁력의 차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매년 매스컴과 인터넷에 공개하여 의도적으로 ‘교육적 책무성’ (Educational Accountability)을 강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론적으로 관계 당국에서도 더 이상 점수 공개를 사법적인 판단에 의존하여 시비를 가리는 데에 정력을 낭비하지 말고, 어떤 방식으로 공개하여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교육적으로나 국가경쟁력 향상의 측면에서 총체적으로 더 보탬이 되는 가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7-05-07 오전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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