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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보호법안 혼란 부채질
2년 계약 초과시 정규직 전환… 계약직 수명만 단축시킬 뿐
오는 7월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교직원 고용문제에 다양한 변수가 발생, 학교 인사정책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저마다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하는 등 내부 논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비정규직 보호법의 취지대로 모두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방침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년을 초과해 고용하는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규정은 계약직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부메랑 효과로 표출되고 있다.

지난 20일 노동부가 비정규 보호법안 시행령을 입법예고하자 전국교수노동조합은 즉각“비정규직법안을 폐기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박사학위 소지자의 경우 2년을 초과해서 고용되면 무기계약으로 전환해야 하는 직종에 포함시키지 않고 ‘기간제 특례’를 적용한 탓이다.

고학력자나 고소득자를 굳이 법으로 보호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노동부의 설명에 대해 교수노조는 “법의 취지에는 동의하나 ‘박사학위자’는 고소득을 보장하는 고학력의 자격증이 아니며 박사급 시간강사나 연구원을 비정규직법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 것은 학문의 종속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대학의 자율적 자활능력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박사학위자에 대한 특례가 차라리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까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대학들이 재정적인 문제를 이유로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 대신 계약 해지 등 고용을 중단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 대학 관계자는 “박사급은 특례가 적용되기 때문에 고용문제가 예전에 비해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없을 것 같다”며 “다만 예술 분야나 실무중심 분야는 석사급 인력이 많아 고용 의무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관련 조치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대학의 경우 비정규직 보호법에 따라 무기한 계약 조건을 해야 하는 2년 이상 고용 직원들은 대부분이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학은 향후 교직원 채용 방침도 계약 기간에서 연장이 불가능함을 명문화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이 관계자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연금, 보험, 복지 수준 모두를 정규직 수준으로 적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등록금에 의존하는 학교의 재정으로는 감당하기 힘든게 사실"이라며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면 새로운 직원을 선발하는 게 났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연구중심 대학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연구보조원 등의 인력은 박사급이 아닌 경우가 대다수인데 프로젝트에 따라 고용 기간이 늘어나도 정규직 전환은 생각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포스텍 서판길 연구처장은 “연구비도 부족한 상황에서 학교에다 인건비를 달라고 할 수도 없으니 해임 외에는 방법이 없는 난감한 입장”이라며 “연구분야에 대해서는 예외조항을 만들어달라고 노동부에 신청을 해 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비정규직 보호법안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대학은 일반 기업체와 다른 특수한 상황임을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7일 열린 전국대학 산학협력단장·연구처장협의회 춘계세미나에서는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대학가의 고민이 공론화됐다. 이상윤 연세대 법학과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비정규직 보호법이 대학의 교원을 상시근로자로 볼 것이냐는 문제에서부터 교수가 고용해 학교에 소속된 연구원도 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까지 무수한 논쟁거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교수는 현재 대학이 취할 수 있는 해결방안은 계약만료기간이 도래하지 않은 직원에 대해서는 계약 만료와 함께 당연퇴직시키고 2년 넘게 고용한 인력은 평가를 통해 법이 적용되는 오는 7월 1일 이전에 일부는 정규직화하고 일부는 퇴직하는 방안이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비정규직 보호법은 대학의 채용 정책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모 대학 관계자는 “비정규직 보호법에 따르자면 앞으로 계약직 고용은 2년을 넘지 않도록 엄격하게 운영될 것이며 꼭 필요한 분야가 아니면 비정규직을 쓰는 분야도 줄이는 등 굉장히 보수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학 재정이 정부의 지원 없이 등록금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지금 대학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부미현 기자 (mhbu@unn.net) | 입력 : 07-04-30 오전 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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