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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출판부 위기 극복에 동분서주
대학·정부·독자들의 관심이 최대의 지원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출판부를 대학의 ‘심장’이라고 표현했다. 사람들의 지식건강을 위해 끊임없이 새롭고 맑은 지식의 피를 공급한다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요즘 대학출판사는 거친 을 몰아쉬고 있다. 교재 시장은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인데다 학술서적들은 서가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을 소비하지 않는 사회에서 대학출판부는 지금 위기에 직면해 있다.

△대학출판부는 ‘외롭다’

성균관대 출판부에 들어서면 사무실 한쪽에 자리 잡은 서가가 눈에 들어온다.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는 표지의 서적들은 소장가치를 느낄 만큼 정성이 묻어난다. 성균관대의 특성화 분야인 유학 관련 서적을 비롯해 사회과학, 예술분야 등 희곡시리즈 등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이 책들이 독자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성균관대 출판부 김종우 마케팅 담당은 “책을 열심히 만들어도 일반 출판사처럼 홍보에 투자를 많이 할 수 없기 때문에 판매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독점적인 위상의 유학관련 서적도 매출이 미미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학 도서관이나 국공립 도서관에 납품을 하려해도 지나치게 낮은 단가를 요구하는 탓에 기운만 빠진다. 성균관대 손호종 출판부 부서장은 “어떻게 보면 대학출판부에서 팔리지 않는 책을 만들어내는 것은 숙명적인 일인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국내 대학들 중 가장 역사가 깊은 이화여대 출판부도 학술서적 판로 확보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있다. 최민숙 출판부장은 “국책기관과 국공립 도서관들이 한 권씩만 사준다고 해도 대학출판부들은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논문 위주의 실적 평가 때문에 교수들의 저술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고 있어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선(先)인세를 지불하는 일반 출판사와의 경쟁은 엄두도 내지 못할 상황인데 대학의 가장 큰 자산인 저자 확보에도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형식상으로는 대학의 부속기관이지만 자체 수익으로 운영비를 감당해야 하는 현실도 녹록치 않다.

△전문성-대중성 사이의 딜레마

대학출판사라는 간판은 ‘득’이 되기도 하고 ‘실’이 되기도 한다. 대학의 이름을 걸고 낸 서적인 만큼 질적인 수준을 담보한다는 기대감을 준다. 하지만 브랜드 네임으로 수익이 나오는 곳은 서울대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오히려 학술서적을 버거워하는 독자들에겐 고리타분하다는 이미지가 더 강하게 작용한다.

그렇다고 해서 수익을 위해 대중적인 책을 만든다는 일은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손호종 출판부서장은 “전문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방법을 찾아내는 게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15만부 이상 팔린 ‘며느리에게 주는 요리책’을 펴낸 이화여대 출판부도 기획 당시 이 책의 성격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다. 언뜻 보면 대학출판부가 낼 소재의 것이 아니지만 우리 문화를 알린다는 의미에서 밀어붙인 경우다.

이화여대 출판부에서 가족 브랜드로 설립한 출판사 ‘글빛’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려는 시도로 관심을 끌었다. 최민숙 출판부장은 “‘글빛’은 대학출판사의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대중에게 고품격의 문예물을 소개한다는 취지로 선보인 첫 대학출판사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희망 놓지 않는 출판부

경희대 출판국은 최근 분위기가 고무돼 있는 상황이다. 올 초 취임한 조인원 총장이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출판국을 키울 것임을 공공연히 밝혔기 때문. 이에 따라 겸임이었던 출판국장과 과장도 전임 교수와 직원으로 배치됐다. 모토는 ‘제2의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출판부’다. 발전계획을 구상하고 시스템 정비에 나서는 등 새로운 시작을 위해 분주하다.

정광식 과장은 “대학출판부는 학교의 지원이 뒷받침 되면 장기적인 계획 아래 목표를 실현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노력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도 올해부터 판로 확보를 위한 작업에 돌입한다. 수요층 DB화 작업을 통해 기획 단계에서부터 예상 독자들의 참여를 유도할 생각이다. 지난해 대한민국 학술원 지원 도서에 7종이 선정되고 문화관광부 우수 도서에 5종이 선정되는 등 큰 성과를 거둔 것도 힘이 됐다.

최근에는 이기동 교수의 20년 노력이 담긴 사서삼경 강설 시리즈를 완간하면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례적인 주문량을 보이면서 학술서적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

이화여대는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세계적인 인터넷 검색 사이트 구글과 영문 도서 검색을 위한 협의를 가졌다. 이제 세계 시장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로 구성된 편집진과 기획팀의 아이디어는 힘겨운 출판시장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관심과 지원 ‘절실’

대학출판인들은 한결 같이 대학과 정부, 독자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국민들의 지식 건강을 챙기는 일이 대학만의 몫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대학출판부협회 박방배 사무총장은 “대학출판부의 결과물은 1년이면 몇 종의 도서가 나와서 얼마만큼 유포시키고 있느냐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학출판부의 사업을 수익사업과 신념사업 중 무엇이냐를 묻는다면 결국 신념사업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면서 “대학출판부가 발전지향적인 전문도서를 계속 발굴할 수 있도록 적절한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문화관광부와 학술원의 우수도서 지원 사업 확대 △도서관의 적극적인 도서 구입 △대학본부의 학술서적 예산 쿼터제 마련 등을 촉구했다.

부미현 기자 (mhbu@unn.net) | 입력 : 07-04-10 오전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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