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는 울산의 국제화에 발맞춰 세계 최고의 학부를 만들어낸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2010년까지 모두 100여억원을 투자해 조선해양공학부를 세계 최고의 학부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최초의 국립대법인인 울산과학기술대 설립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신설 대학과 울산대의 공존에 대해서도 대학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울산 유일의 종합대학으로서 울산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자라온 울산대가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기 때문.
정정길 총장은 국립대 신설을 대학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세계 일류 대학으로 가기 위한 발전적 모티브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 총장은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대학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교육부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대학이 엘리트 교육에서 대중교육으로 변화한 만큼 교육부가 지원을 통해 대학과 학생들이 살아갈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대 총장실에서 임기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정 총장으로부터 울산대의 비전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09년이면 울산과학기술대학이 설립된다.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가.
“울산 전체로 봤을 때 국립대 설립은 도움이 된다. 등록금이 저렴할 경우 학생들이 빠져나갈 우려도 있지만 수 년 안에 격차가 해소될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지금 울산대는 조선해양공학, 기계자동차공학, 화학공학의 경우 세계적인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호주 정부가 발표한 나라별 대학 평가에서도 국내 대학 중 30개교 안에 들었다. 지방에 다수의 국립대가 있지만 울산대는 지방에만 머물지 않고 국내 최고, 세계 일류 대학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취임 4년째를 맞고 있다. 그 동안 목표를 얼마나 이뤘다고 평가하는지.
“욕심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방대학으로서는 상당한 성과를 이뤘다. 우선 최근 신입생 수능성적이 굉장히 좋아졌다. 올해 정시모집에서 전년도에 비해 합격자평균 점수가 12.71점 상승했다. 대다수 지방대의 경우 신입생 성적이 떨어지고 있는데 반해 점수가 올랐다는 것은 큰 성과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누리사업과 BK사업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결과라 생각한다. 또한 조선해양공업 세계 일류화 프로젝트를 현대중공업과 재단에서 전폭 도와주고 있어 좋은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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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인원 본지 회장(왼쪽)과 대담하고 있는 정 총장. |
-울산대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무엇보다 교수 수준이 우수하다고 자부한다. 재단에서 교수채용에 대해 일체 간여하지 않고 학교에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 특히 학교가 필요로 하는 건물 신축 지원이나 조선해양공학 일류화사업도 재단의 적극적인 지원이 밑바탕이 되고 있다. 이런 부분들이 울산대의 경쟁력 기반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립대가 재단전입금 많지 않아 고민인데 울산대는 어떠한가.
“어느 정도 지원을 바탕으로 학교가 자구노력을 기울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재단의 지원은 한국에서는 최고 수준일 것이다. 하지만 교수 충원을 위한 비용 등까지 재단에 기댈 수만은 없다. 한 해 몇 십 억씩 도움을 요청할 수는 없지 않나. 학교 운영비에 대해서는 등록금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등록금 문제가 해마다 대학가에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유독 심한데 해결방법은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경우, 지난 한 해 전입금이 8천억이 넘는다. 등록금은 1인당 3만4천불이었다. 고려대의 다섯 배 수준이다.
그런 대학들과 경쟁하고 따라가려면 엄청난 경비가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학습 시설비를 비롯해 교수 연구 인센티브도 돈이다. 이 같은 요인으로 등록금이 올라간다. 대학교육이 대중교육화하면서 교육비에 부담을 느끼는 가구가 많아졌다.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는다는 것은 1등부터 80등까지 보낸다는 얘긴데 극빈층 빼고 다 대학에 입학하는 상황이다. 교육부가 대학 인가를 지나치게 많이 했다. 대다수 고교졸업생이 대학에 가는데 정부에서 손 놓고 있으면 안 된다. 국립대학에만 운영비를 지원하는 건 넌센스다. 국립과 사립대 불문하고 집안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대대적으로 장학금을 지원해야 한다.
-3불 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에 대한 생각은.
“뜨거운 감자다. 입학자율화와 고교평준화는 대폭 자율화하는 방향이 맞다. 하지만 기여금 입학제는 좀 문제가 있다 본다. 1억원을 내면 합격이고 9천만원을 내면 불합격시킨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실제 어떻게 운영되든지 돈 많은 순서대로 진행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에 대한 견해는.
“3불 정책이 대표적인데 대학의 다양성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교육부가 제일 잘못한 것은 대학을 너무 많이 인가한 것이다. 지금 지방대 대학원은 텅텅 비어있다. 대학들이 난리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에 마음대로 살아가라고 하면 살 길은 없다. 교육부가 간섭한다고 느끼는 쪽은 사실 큰 대학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내버려두면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고민에 빠져있다. 정부 차원의 구제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산업분야에서는 세계 경쟁을 논하는데 대학은 우물 안 경쟁에 급급하다는 얘기가 있다.
“문제는 학생 교육과 교수들 연구의 질이다. 외국과 경쟁이 어려운 부분이다. 외국서는 여건이 되니까 중간고사 답안지에 교수 코멘트가 들어가고 시험도 자주 치르는 등 학생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형 강의실에다 조교도 없는 교수들이 시험을 한 번 치르면 채점하느라 힘이 소진된다. 학생도 배우지 못하고 교수도 연구능력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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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담 후 대학본부 앞에서 이 회장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정 총장. |
-우리나라 지방대의 공통적인 고민이 우수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대책은.
“울산대는 어느 정도 성공케이스라고 본다. 학생들을 해외 연수도 보내고 서울 자매결연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학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단 지방대가 아이디어를 짜내고 정부가 재정적인 지원을 뒷받침 해 줘야 한다. 사회 풍조 개선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나라를 이끌어 가는 리더 중 상당수는 연구소가 아닌 현장을 뛰어다닌 분들이 많다. 학업성적이 좀 모자라도 강인한 정신력과 인화력,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 그건 지방대가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학생들을 기업들이 모집해야 한다. 의식을 바꾸기 위한 캠페인도 필요하다."
대담=본지 이인원 회장, 정리=부미현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