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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이 대세다"
국내 석학 23인 '미래 학문과 대학을 위한 범대학 콜로키엄' 첫 모임
"기계공학자가 박테리아 관찰하고, 화학자는 전자공학 단련해야"
"학문의 틀을 허물고 이제는 서로 소통해야한다. 대학 교육과 조직도 세분화와 전문화에서 통합과 융합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대학가에 '통섭(統攝·Consilience)' 바람이 불고있다. 사전적 의미로 '사물에 널리 통함, 서로 사귀어 오감'을 뜻하는 이 말은 전문화로 분화된 대학의 학문이 이제는 서로 소통하고 융합해야 급변하는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다는 반성에서 나왔다.

통섭의 사례는 경북의 한동대가 개교 초기인 1995년 부터 개설한 복합전공 교육이 손꼽힌다.

개교 13년차에 불과한 이 대학은 학문간 통합을 원하는 기업의 요구를 받아들여 학문간 통합을 시도했다. 그 결과 탄생한 학과가 '전산정보학부', '경영경제학부', '생명식품학부', '산업정보디자인학부'. 이름부터 생소하지만 학문간 연계교육이 시너지를 발휘, 교육효과도 높이고 기업이 원하는 인재도 배출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김영길 한동대 총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복합전공 교육은 인접한 전공 교육으로 교육효과를 높일 뿐 아니라, 기업들이 원하는 교육"이라고 학문간 소통을 강조했다.

국내 통섭론을 공론화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도 적극적으로 학문간 융합을 시도하고 있는 사례로 꼽힌다. 그는 작년 9월 이화여대에 통섭원을 만들고, 이번 학기부터 대학원에 에코과학부를 신설하는 등 학문간 벽을 허무는 일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재천 석좌교수는 김광웅(행정학) 서울대 명예교수와 공동으로 이 같은 학문간 소통과 교류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국내 명망있는 교수 23명을 초청, 29일 오후 서울대 교수회관 귀빈실에서 첫 모임을 갖고 통섭과 미래대학을 논했다.

'미래학문과 대학을 위한 범대학 콜로키엄' 주제로 열린 이날 첫 모임에는 이장무(기계공학) 서울대 총장, 김남두(철학), 김빛내리(생물학), 김완진(경제학), 김형준(재료공학), 박은정(법학), 서유헌(약학) 등 서울대 교수를 중심으로 연세대 민경찬(수학), 성균관대 이정모(인지과학), 이화여대 채현경(음악학), KAIST 정재승(바이오시스템학), 서울여대 문영빈(신학) 교수 등 인문과 사회, 자연계열 등 다양한 학문 분야 교수들이 참석했다.

▲ 이장무 서울대 총장(맨 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한명섭 기자

모임을 주도한 최 교수와 김 교수는 이날 '21세기 지식의 나무(체계)'라는 제목의 공동발표문을 통해 "학문이 너무 세분되어 학문간 교류없이 유아독존하는 것은 학문으로서의 가치도, 현실세계에 대한 기여도 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통섭은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의 통합을 지향하는 새로운 학문의 입장"이라며 "미래의 학문은 인지과학의 이름으로 학문을 하나로 묶거나 큰 학문을 보는 이른바 통섭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기계공학자가 박테리아를 관찰해야 하며, 물리학자가 화학식을 외우고, 화학자는 전자공학을 단련해야 국제 경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콜로키엄에 참석한 다른 교수들도 각기 전공분야와 인접학문의 융합을 역설했다. 물리학과 신학을 전공한 문영빈 서울여대 교수는 "학문간 벽을 허물면서도 전문성을 인정하는 새로운 틀이 나와야 한다"며 "종교와 과학처럼 자연과학과 인문학도 연결고리를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문의 통합과 함께 대학의 조직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정모(인지과학) 성균관대 교수는 "교육부가 대학에 협동과정을 만들었지만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하고 "단기 성과에 급급하지 말고 최소한 4~5년은 내다보며 장기적으로 지원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덕환(화학) 서강대 교수도 "대학이 다른 사회와 함께 변화해아 함에도 지난 10년 동안 대학은 돈을 쫓았다"며 "이번 모임을 계기로 이를 성찰하고 학문과 대학 사회의 통합을 위한 공통 인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최근의 인문학의 위기와 관련한 해법도 '통섭'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빛내리(생물학) 서울대 교수는 "국가발전은 인재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인재의 정상적 양성을 위해 직업별 보상체계가 부적절해 우수한 인재들이 의대와 한의대로 쏠리는 현상을 바로잡아야한다"고 말했다.

이날 첫 모임을 가진 범대학 콜로키엄은 올해 6월과 10월 두 차례 더 열린 뒤 내년부터는 분기별로 모여 학문간 통섭과 미래대학의 모델 논의를 전 대학가로 확대시킬 계획이다.

한용수 기자 (unnys@unn.net) | 입력 : 07-03-30 오전 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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