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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희 총장 “책임감 있는 여성 리더 길러낼 때”
[총장인터뷰]‘자유교육’ 바탕한 토론식 전인교육 강조
우수인재 길러내는 ‘학부중심대학’ 만든다
“21세기는 여성적 지도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입니다. 덕성여대는 책임감 있는 차세대 여성 전문 리더를 길러내기 위해 ‘학부중심대학’으로의 발전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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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년째에 접어든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은 “여대가 전문화된 여성인력을 길러내는 든든한 요람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각종 대학평가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는 덕성여대의 브랜드 이미지를 확실히 구축하고, 도심에 자리잡은 운니동 캠퍼스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지 총장은 덕성여대의 교육철학인 ‘자유교육(Liberal Education)’에 바탕한 능동적·전인적 교육으로 책임감 있는 여성리더 양성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교육’은 단편적 지식을 수동적으로 습득하는 교육 방식을 벗어나, 덕성여대가 1960년대부터 시작한 일련의 교양교육 세미나 프로그램을 가리킨다.

지 총장은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는 상황에서 대학은 사회가 필요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역설하고, 덕성여대를 학부중심대학, 최우수 교육중심대학으로 만들어나가겠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 지 총장 취임 후 덕성여대는 언어교육원과 커리어개발센터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수시 합격생을 대상으로 한 언어교육원의 기숙식 영어교육 프로그램은 국내 대학으로서는 첫 시도이다. 커리어개발센터의 1대1 시스템 매칭을 통해서는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학교 차원의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대학행정과 관련, ‘협의를 통한 변화’를 강조했다. 지 총장은 “학내 분규가 해결돼 이제는 구성원들이 합심해 발전할 때”라며 “노조, 학생회와의 파트너십을 갖고 장기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운영의 효율성뿐 아니라 민주적 협의과정 바탕 위에 대학 발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최근의 3불정책 폐지 주장에 대해서는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지 총장은 “3불정책 폐지가 불러올 사회 전반에 대한 파장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대학이 입시정책에 개입하기 전, 교육과정에 내실을 기했는지에 대해 자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과의 일문일답.

- 취임 후 1년이 지났다. 그간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학내분규로 인한 잡음이 원만하게 해결된 것이 눈에 띄는 변화다. 교수·학생·노조 등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 ‘이제는 합심해서 발전해나갈 때’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지난 1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민주적 합의를 통해 각종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체 이사 7명 중 개방 이사를 4명으로 하는 것으로 정관을 개정했다. 여타 대학들보다 개방 이사가 많은 것은 그간의 상황을 고려한 특수성 때문이고, 올해 안으로 정이사 체제 전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장관을 역임했는데, 관료조직과 비교하면 대학의 운영은 어떤지.

“대학에는 협의를 통한 변화가 필요하다. 사실 대학은 사회 변화를 ‘선도’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할 뿐 아니라 변화 속도를 따라가는 것도 늦다. 변화의 속도는 바뀌어야 하지만, 대학은 기업이나 행정조직과는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갈등이 첨예화되면 대학은 본래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 속도가 조금 느리더라도 파트너십을 갖고 ‘포지티브 방식’의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취임 후 교수들의 의무 연구실적을 강화했는데, 풀 건 풀고 드릴 건 드리는 협의과정을 거쳐 갈등 없이 진행했다.”

▲ 본지 이인원 회장(오른쪽)과 대담하고 있는 지은희 총장.

- ‘CEO 총장’ 등 총장이 경제적 운영에 주력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은데.

“대학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에는 공감한다. 다만 발전기금 모금이 총장의 주업무가 돼선 곤란하다. 대학 교육의 본말이 전도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졸업생에 의한 발전기금 등이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이는 학교 위상과 긍지가 높아져야 가능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정부의 대학 지원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현재 대학 진학률은 83%로 ‘의무교육’이나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정부도 국공립대뿐 아니라 사립대에도 지원을 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사립대에도 10% 대의 재정 지원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학에서 길러내는 인력이 한국 사회를 운영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므로, 사회의 운영 수준을 높이려면 대학에 대한 지원도 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올려야 할 것이다. 재정이 부족하다는 게 정부의 변이지만, 대학 교육에 대한 지원이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

- ‘자유교육(Liberal Education)’이란 어떤 것인지.

“덕성여대의 기본적인 교육철학으로 능동적·적극적인 토론식 교양교육을 가리키며, 요즘 대학들이 시행하는 세미나 프로그램의 효시라 할 수 있다. 1~4학년 때까지 ‘인간과 사회’·‘인간과 철학’ 등 15~20명 단위의 소규모 세미나를 통해 자율적·주체적 사고를 정립하는 덕성여대만의 독특한 교육방식이다.

예전에 강의할 때 유용한 교육 프로그램이라 판단해 총장 취임 후 이를 확대하고 있다.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학부대학에서도 토론식 수업을 경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것이라 세미나 프로그램 이수를 장려하고 있다.”

- 각종 대학평가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반면, 외부에는 덜 알려진 감이 없지 않다.

“덕성여대만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획기적으로 이미지를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데, 결국 교육과정에 내실을 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 생각한다. 우수 교원을 확보하고, 장학금 제도를 마련해 우수학생을 유치하도록 할 것이다.

2013년까지는 경전철도 들어와 근접성이 좋아질 예정이다. 이외에도 도심에 위치한 운니동 캠퍼스를 충분히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학생들의 취업률 제고를 위한 경력 관리·개발을 위한 프로그램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취임 직후에 커리어개발센터를 설립했고, 언어교육원을 2006년 2학기에 개원해 국제화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 남녀공학으로의 전환 계획은 없는지.

“현재로선 그런 계획이 없다. 지금은 여성 지도력, 여성 전문인을 가장 필요로 하며, 또 집중적으로 키워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여대에서 길러진 여성이 그러한 리더십을 비교적 잘 교육받아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선 우수하고 탄탄한 기반을 마련하고, 여대만의 특성화를 완성한 이후에 전환을 논의하는 게 더 의미 있을 것이다. 내부 논의를 통해서도 창학 100주년을 맞는 2020년 쯤에 공학으로의 전환을 검토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 ‘평화학’을 소개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는데.

“취임 때부터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의 시대는 갈등조정능력·분쟁조정능력의 개발이 요구될 것으로 본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평화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학문이 필요하다. 관련 대학원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준비해나갈 것이다.

21세기의 화두는 평화·환경·여성이라고 한다. 커리큘럼에도 대학이 이러한 화두를 담아내고 의제화 할 필요가 있는데, 덕성여대는 이런 준비가 덜 됐다. 세가지 화두에 대한 학문적·교육적 논의가 가능한 토대를 취임기간 동안 만들고 싶다.”

- 3불정책 폐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어떤 의견을 갖고 있나.

“이 시점에서 집중적으로 3불정책 반대를 주장하고 나서는 것은 문제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3불정책이 폐지되면 사회적 양극화가 보다 더 심화될 것이다. 우선 기여입학제는 한국사회의 정서와 안 맞는다고 생각한다.

본고사를 주장하는 대학들은 일류 대학들인데, 최고의 학생을 선발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대학은 학생을 키워내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학생을 잘 길러내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 학생 선발권에 있어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고교등급제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고교별로 수준이 다르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고교등급제를 시행했을 때 사회적으로 미치는 파장을 생각하면 역효과가 더 크다.”

- 궁극적으로 입시를 대학의 자율성에 맡겨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현재의 한국 상황이 아니라면 그 논리가 맞을 수 있다. 수능시험을 프랑스의 ‘바깔로레아’처럼 자격시험화 하자는 것은 결국 본고사 부활로 직행할 것이다. 작금의 한국 입시가 대학의 자율성에 맡겨질 경우 공교육이 훨씬 더 피폐해질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대학은 인재를 길러내는 곳이지, ‘선별’하는 곳은 아니다.

그러나 정관 하나 고치는 데도 교육부를 오가야 하는 것처럼, 대학의 자율성을 확보해야 할 영역이 있다는 대학측 주장에는 공감한다. 기본적으로 입시 제도에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특히 현행 입시 제도의 수능점수 9등급화는 과도하다. 수능 등급화로 변별력이 떨어지고, 대학들이 학생 선발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고려가 부족했다.”

- 총장으로서 향후 계획과 구상이 있다면.

“덕성여대는 지니고 있는 자산이 굉장히 많다. 재정 상황도 그렇거니와, 어떤 교육철학으로 학생들을 길러내느냐에 대한 확신도 있다. 설립자 차미리사 선생으로부터 이어져온 주체적 여성상에 바탕해 ‘자유교육’의 전인교육을 통한 차세대 리더 양성에 힘을 쏟겠다.

총장으로서 ‘당당하고, 유능하고, 책임감 강한 여성 인재’를 양성하고 싶다. 그간 여성의 권익 신장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책임감’에 역점을 둬야 할 것이다. 공동체, 한국사회, 세계의 변화에 능동적이고 책임감 있게 대처해나가는 여성 인재를 덕성에서 길러내도록 하겠다.”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 약력

- 이화여대(1969) 및 동대학원(1978) 사회학과 졸업

- 한국정신대문제 대책협의회 상임대표 및 기획위원장(1992~2002)

-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1996~2002)

- 여성부 장관(2003~2005)

- 현 덕성여대 총장

- 현 국가중앙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

- 현 국가인권위원회 정책자문위원장

<대담=본지 이인원 회장, 사진=한명섭 기자, 정리=김봉구 기자>

김봉구 기자 (hr_bong@unn.net) | 입력 : 07-04-12 오후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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