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교육 주도권이 가톨릭에서 국가로 이전되면서 확립된 강력한 공교육 전통을 중심으로 엘리트 교육도 병행하는 이원적인 교육 체제를 도입하고 있다.
최근엔 대학의 국제 경쟁력이 저하되는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개혁이 추진되긴 하지만, 중등 교육 단계의 공교육은 전반적으로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학교 4년 과정과 고등학교 3년 과정을 거치면서 학생들은 성적과 적성에 맞는 계열을 선택하게 되고, 이는 고등학교졸업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를 계열별로 치르면서 자연스럽게 대학으로 이어진다.
합격률이 80% 안팎인 바칼로레아만 통과하면 80여 개에 이르는 전국의 국립대학들에 시험 없이 입학해 저렴한 학비로 공부할 수 있다. 다만 엘리트 양성을 위한 고등교육기관인 그랑제콜에 들어가려면 고교에 있는 준비반에서 2~3년 더 공부한 뒤 치열한 경쟁 시험을 치러야 한다.
일반 대학은 대중적인 고등교육 및 석.박사 학위 과정을 포함한 순수 학문 교육을 담당하는 반면, 그랑제콜은 국가기관 등 현업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전문 고급 인력을 배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대학입학 전형에서 프랑스 고교의 내신 성적은 계량화를 통해 비교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대학 면접관의 판단 자료로만 활용되는 정도다.
그러나 고교 과정에서 학생들은 철저한 진로 지도를 받으면서 적성과 능력에 따라 적정 분야를 선택하는 과정을 거칠 뿐 아니라, 유급 및 월반 제도가 효과적으로 운영돼, 내신의 부담이 없다고 해서 학생들이 학업을 게을리 할 수 없는 체제로 돼 있다.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학생 학업 성취도에 관한 상담을 수시로 갖고, 성적에 이상이 생기는 학생의 부모는 교사에 의해 학교로 '소환'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학급에 따라 많을 경우 학생의 20% 안팎이 유급된다. 대학 입학 때 내신성적을 제출해야 할 부담이 없는 대신, 학교 공부를 소홀히 할 수 없게 한 이런 체제로 인해 공교육이 안정되고 있다.
직업 고교의 경우, 일반계 고교와는 달리 2년제로 운영되는데, 이 곳에서 취득한 기술 자격증이 취직을 보장하고 있고, 자격증을 취득한 학생들이 대학 입학을 원할 경우 일반 고교로 편입해 기술 바칼로레아를 준비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도 바칼로레아 합격률이 높고 그랑제콜 입학생을 많은 배출하는 명문 고교들이 있어, 부모들이 좋은 학군 쪽으로 이사하는 경우도 있으나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지는 않는다. 또 이들 5대 명문고 중 4개가 공립학교일 정도로 공교육이 정상화돼 있다.
이에 따라 프랑스 교육 체제에 대한 문제 제기와 논쟁은 주로 대학 교육에서 제기된다. 프랑스 대학의 국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자,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나친 국가 개입과 고등교육 평준화의 폐해라며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개혁의 골자는 재정, 직원 채용, 학생 선발, 강의 과목 개설 등에서 대학에 대폭 재량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민간으로부터 예산 조달 활성화, 석사 과정 선발시험 도입, 대학 운영위원회 내 학생 대표권 축소 등이 구체 조치들이다.
사르코지는 향후 5년간 500억 유로 투자를 약속하면서 대학들에도 자체 예산 확보 노력을 요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대학에 선발권을 주고, 등록금을 인상하라고 프랑스에 권고했다.
그러나 교원들과 학생들이 프랑스의 평등 가치를 훼손하는 미국식 경쟁 지상주의 발상이라며 강력 반발하자 정부가 석사 과정 선발 시험 도입을 포함한 일부 개혁안을 철회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역대 대통령과 총리들을 다수 배출한 국립행정학교(ENA) 같은 그랑제콜도 효율적인 인재 양성이란 순기능을 인정받아 왔지만, 폐쇄적인 엘리트주의를 지속시킨다는 비판의 소리를 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