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비정규법안이 시행됐다.정확하게는 ‘기간제 및 단시간 노동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과 IMF 경제위기의 광풍 중에 도입된 ‘파견법 개정안’ 그리고 위 법률 대상에 적용되는 ‘차별금지 조항’이다.
요즘 노동부는 ‘이제 비정규노동자도 보호받게 되었다’는 광고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고, 법안의 개가인양 몇몇 금융·유통회사에서 대규모 정규직화를 실시한다는 보도도 요란하다. 시행 전에 맞춰 공공부문 비정규직 7만5000명의 정규직화도 예고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법안 시행 전 대규모 계약해지와 0개월, 1개월 계약서 등 파행적 고용조건 강요, 그리고 외주회사 전환으로 더 불안한 고용상황에 놓이게 된 비정규노동자들의 고통에 찬 목소리도 낭자하다. 도대체 어찌된 영문일까?
과거 법률상 1년으로 제한된 고용계약 기간을 넘어서 2년, 3년, 5년, 7년, 심지어 10년 이상 상시고용처럼 비정규직을 남용해 온 현상을 바로잡는다고 도입된 게 정부·여당이 주도한 기간제법의 2년 기간제한이다. 상시·지속적으로 활용하던 기간제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강제가 약하게나마 생긴 것이다. 그 인원을 교체하는 것이 불리하고, 잠시라도 쉬었다가 고용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업체별로 돌려 막기 식으로 고용하는 여건도 안 된다. 그래서 정규직으로 전환하자는 계획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이 정도로 상시, 지속적 업무이고 필수적인 인원에 해당한다면, 원래부터 정규직으로 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마저 비정규직으로 뽑았다 정규직 전환 대상자로 선정되는 선처에 의존한다면 도대체 정규직은 얼마나 남아날 것인가? 눈앞의 몇 명 정규직화 뒤에 숨은 이 무서운 악영향은 차별과 불평등 심화라는 시대의 질곡을 더 깊게 하지 않겠는가?
더 큰 허점은 외주화다. 차별금지 조항의 도입으로 특정 사업장에 고용된 정규직 노동자와 동등·유사한 노동에 종사하는 비정규노동자를 차별 처우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외주화는 이를 완전히 비껴갈 수 있다.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더라도 같은 사업체에 고용되지 않았을 때 적용되지 않는 법의 맹점 탓이다. 차별금지는 선포되기는 했는데, 실제 작동은 안 된다. 빠져나갈 구멍이 많아 건질게 없는 성긴 그물, 얼기설기 보호망이기 때문이다.
이 법안에서 빠진 특수고용의 노동자성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따로 논의되고 있으나, 노동3권이 보장되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논의는 아주 빠져 있다. 기간제가 외주도급 노동자로 더 열악한 처지로 전락하는 사태를 못 막는 것은 아예 간접고용에 대한 어떤 방비책도 없이, 뒷문을 확 틔워주었기 때문이다.
이 법은 극히 일부 그나마 대단치도 않은 포장에 현혹되어서 안 될 빈 깡통이다. 대학에서 대다수 용역으로 고용된 시설관리 노동자는 최저 생존비에 미달하는 최저생계비 인상액만 바라봐야 하는 처지인 건 그대로다. 그나마 대학이 용역업체를 바꾸면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나앉을 지도 모르는 신세도 여전하다. 치솟는 등록금에도 대학 강의의 절반을 최저생계비도 안 되는 강사료를 지불하는 시간강사에 의존하는 사태에도 아무런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박사 학위자는 대학에선 이런 열악한 처지인데도, 개업이 가능한 전문직 고소득자와 똑같이 기간제한 적용의 예외로 치부되어 평생 기간제 신세를 면할 길이 없다.
시대의 지성인을 육성한다는 대학은 비정규직 착취의 음습한 지층 위에 앞으로도 계속 서있을 것이다. 비정규법이 바뀌지 않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