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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강의 확대 학생·교수들은 '불만'
"지식 전달에 한계...자율에 맡겨달라"
학교는 "글로벌 교육·외국인학생 유치에 도움"

대학가에 영어강의 확대 열풍이 불고 있다. 대학들은 국제화 교육, 외국인 학생 유치 등을 위해 영어강의 비율을 점차 확대하고 있지만, 교수와 학생들은 불만을 제기한다. 영어로 지식을 전달하고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학가 영어강의 확대 경쟁

국내 대학 중 영어강의 비율을 선도적으로 높여온 대학은 고려대다. '2010년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을 목표로 내건 어윤대 전 총장은 2003년 취임 직후부터 영어강의 비율을 확대시켜 갔다. 2004년 17.9%로 시작한 영어강의 비율은 어 총장 재임 말기인 2006년 하반기에 34.8%로 올라섰다. 2007년 8월 현재 고려대 영어강의 비율은 36%에 달한다.


영어강의 비율에서 상대적으로 고려대보다 뒤진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KAIST 등이 이 대열에 동참했다.


서울대는 2006년 전체 강의 5%에 불과했던 영어강의 비율을 올해 1학기에는 10%까지 확대했다. 연세대는 현재 21%인 영어강의를 2010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이화여대는 07학번부터 재학생의 영어강의 4과목 의무수강을 추진, 올 연말까지 영어강의 비율을 20%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KAIST는 더욱 강도높은 드라이브를 걸었다. 2007년 학부 신입생부터 100% 영어강의를 실시하고 있다. 2010년까지 전 과정 영어강의가 목표다.


급속한 영어강의 확대로 부작용이 뒤따른다. 의욕만 앞섰을 뿐, 전공지식을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04학번부터 영어강의 5과목을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고려대의 장보라(경영·06학번) 씨는 "처음보다는 영어강의를 이해하는 수준이 많이 나아졌지만, 아무래도 영어로 강의를 하면 전달력은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대학 식품공학과 김진수(가명·06학번) 씨도 "영어강의가 전공 지식을 전달하는 데 한계를 갖는다"며 "알아들을 수 있는 한국인 교수의 강의는 발음이 안 좋고, 외국인 교수의 강의는 발음은 좋지만 알아들을 수가 없어 영어실력 향상에도 별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영어강의내용 이해하기 힘들어"

올해부터 영어강의 수강시 성적표에 이를 표기, 영어강의 수강을 장려하고 있는 연세대생들도 수업의 질적 하락을 우려했다.  


이 대학 전기전자공학과 이현수(가명·03학번) 씨는 "영어실력도 따라가지 못하는데 영어강의만 무조건 진행하라고 하면 수업의 질이 낮아질 것"이라며 "교수도 영어강의에 익숙하지 못해 수업 이후에 한글자료를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07학번부터 '영어강의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는 이화여대생들도 전공지식 전달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우려를 표한다. 사회과학부 박미현(가명·06학번) 씨는 "영어가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학생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심도있는 전공수업을 영어로 진행했을 때 과연 내용이 온전하게 전달될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인문과학부 강은민(가명·07학번) 씨는 "07학번부터 영어강의를 의무적으로 들어야 한다는 게 불만"이라며 "이전 학번들처럼 자유 의사에 따라 영어강의를 수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이런 불만은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고대신문이 지난해 3월 37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6%가 '영어강의에 불만족한다'고 답했다.


불만족하는 학생 중 42.5%는 '영어수준이 너무 높아서 수업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답했다. '영어강의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63.8%의 학생이 '학생들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입학한 신입생부터 100% 영어강의를 실시하고 있는 KAIST는 신입생의 약 44%가 영어강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 대학 교육혁신본부가 지난달 21일부터 31일까지 07학번 신입생 19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 영어강의의 주요 용어와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대답이 43.9%나 됐다.


특히 '영어강의를 통해 영어 듣기 실력이 향상되었는가'라는 문항에는 응답자의 60.1%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영어강의가 영어실력 향상에도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교수들도 불만이다. 고려대 사범대 교수는 "영어강의를 확대하려는 데만 초점을 맞추기 보다 전공별 학문의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범대 학생들의 경우 현실적으로는 영어보다 임용고시가 더 중요하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배려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연세대 강사도 "수치 달성에 급급하기보다는 단과대학별 특성을 고려한 영어강의 확대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랭귀지 위주 영어강의를 밀어붙이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영어실력이 떨어지는 단과대학의 경우 텍스트를 활용한 강의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학으로선 영어강의 확대 필요"

그럼에도 대학들이 이처럼 영어강의 확대를 강하게 추진하는 이유로는 해외 취업·진학을 대비한 글로벌 교육강화란 '명분' 외에도 외국인 학생 유치 증대와 대학평가의 국제화 지수 제고 등이 꼽힌다.


김효근 이화여대 국제교류처장은 "영어강의 확대가 선행돼야 외국인 유치도 용이해진다"면서 "영어강의 확대시행은 국제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고려대의 한 교수는 "대학들이 영어강의를 확대하는 이유는 세가지라고 본다. 하나는 글로벌 교육을 위해서이고, 외국인 학생 유치를 위한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세계 대학평가나 정부 연구지원사업의  평가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더 타임스' 평가의 경우 '외국인 학생·교수 비율'이 △교수 1인당 논문인용수 △학자 동료평가 △교수 대 학생 비율과 함께 중요한 평가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그는 "영어강의를 하는 교수들은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는 점에서, 학생들은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불만을 제기하지만 학교 입장에선 할 수밖에 없는 게 영어강의"라며 "졸업 후 대기업이나 다국적기업 등 국외무대에서 활동할 인재를 키우려면 불만이 있다 하더라도 끌고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하영 · 김봉구  기자>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07-08-03 오전 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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