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의 지난 1년간의 행보는 무척이나 바빴다. 취임 3개월째인 지난해 10월, 파주시와 30만평 규모의 글로벌 교육연구복합단지 조성을 위한 MOU를 체결한 것을 필두로 올해 2월에는 종합 국제화 전략 ‘글로벌 이화 2010(GE 2010)’ 프로젝트를 발표해 이화여대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역사학자인 이 총장의 셈법에 따르면 개교 121주년인 올해는 회갑 2주기를 다하고 3주기째에 들어서는 중요한 시기. 올 1학기에는 학제간·국가간 교류와 통섭학문을 연구하는 이화학술원, 영어전용단과대학 스크랜튼대학을 신설해 새로운 60년을 준비하는 인프라를 탄탄히 갖춰왔다.
‘이니셔티브 이화(주도적 이화)’를 모토로 내걸고 강력한 추진력을 선보인 이 총장의 집무실은 의외로 본관 입구에 위치했다. 권위와 카리스마보다는 소박함으로 대학을 이끌어나가는 이 총장의 자세가 엿보이는 대목. 성실함과 근면함으로 상대를 대하는 이화여대의 독특한 고집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신뢰와 나눔의 국제화 ‘호평’
이배용 총장의 지난 1년을 요약하는 키워드는 단연 ‘국제화’이다. 대학가에 유행처럼 번지는 국제화가 아닌, 실질적 미래전략을 세운다는 의지가 ‘GE 2010’ 프로젝트에 담겼다. △인성·외국어 교육을 담당하는 파주 교육연구복합단지 △해외석학과의 국제·학제간 교류를 증진시키는 이화학술원 △국제화교육 전진기지 스크랜튼대학 등은 이러한 바탕 위에 추진된 것이다.
이화여대 국제화 전략의 핵심은 ‘신뢰의 국제화’로 일컬어진다. 지난 5월 17일, 중국 베이징대가 국내 대학으로는 최초로 ‘이화여대의 날’을 정해 기념키로 한 것은 이러한 국제화의 결실이다. 김효근 국제교류처장은 “베이징대가 세계적 명문으로 떠오른 지 몇 년 안됐지만, 이화여대는 한·중 수교 이전인 91년부터 베이징대와 교류해왔다”면서 “상호 신뢰관계를 구축, 상대가 어려울 때도 선린관계를 유지해온 게 성과를 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3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나눔의 국제화’도 눈에 띈다. 인도·태국·몽골·카자흐스탄 등 40여명의 우수한 개도국 학생들을 선발, 등록금·체제비·항공료 전액과 다양한 교과과정을 제공하는 ‘이화 글로벌 파트너십 프로그램(EGPP)’이 대표적 사례다. 차세대 여성 리더 네트워크를 지향하는 EGPP는 2008년부터 삼성 재단의 후원을 받아 인원을 50명까지 확장한다.
“역사의 긴 호흡으로 씨를 뿌린다”는 이 총장의 철학이 국제화 전략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것. 600여개 해외교류대학과 맺어진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외국인 학생 하나하나에 신경쓰는 서비스 정신이 입소문을 타고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임기중 세계 각국 20개 거점캠퍼스 구축
지난 2월 ‘GE 2010’ 프로젝트 발표와 함께 국제교류처를 신설, 전진배치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주관부서가 추진동력 역할을 담당하면서 이 총장 취임 이전과 비교해 올 2학기에는 △교환·방문학생 파견 70% 증가 △해외 교환·방문학생 50% 증가 등 전반적 향상이 뚜렷하다.
양적 확대 뿐 아니라 질적 확대에도 주력한 점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특히 ‘아웃바운드 국제화’의 장기전략을 위한 포석으로 세계 각국에 들어서는 해외 거점캠퍼스는 1:1 교류협정 체결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의미가 있다. 현재 뉴욕과 베이징에 거점캠퍼스를 설립했으며, 지도교수를 파견해 가동할 예정이다. ‘이화 인 뉴욕’은 뉴욕대·콜롬비아대·뉴욕주립대·뉴저지주립대 4개대, ‘이화 인 베이징’은 베이징대·칭화대·중국인민대학·중앙민족대학 4개대와의 각종 교류 프로그램을 관장하게 된다.
당초 뉴욕·베이징·유럽의 ‘트라이앵글’ 거점캠퍼스를 기획했으나 내용을 수정, 이 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2010년까지 해외 거점캠퍼스를 20개 수준으로 늘린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거점을 다변화해 8월 말 하와이를 시작으로 LA·런던·파리·베를린·취리히·상하이·봄베이 등을 대상으로 하는 가칭 ‘이화 에브리웨어 프로젝트’ 시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교환·방문학생 지원업무 담당 사무소로 시작해 차츰 살을 붙여나갈 전망이다.
이와 같은 인프라 구축을 통해 현재 이화여대생의 40% 가량에게 주어지는 해외체험 기회를 2010년 70%까지 올린다는 방침. 이화여대에 입학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국제 경험을 쌓을 수 있게끔 한다는 얘기다.
◆특성화·차별화로 승부한다
지난 3일, 문화·예술의 중심지 뉴욕 무대에 이화여대생 40여명이 등장하는 자그마한 ‘사건’이 터졌다. 바로 올해부터 이화여대 예술대학과 뉴욕대 음악대학이 처음 시작한 서머 워크숍 ‘IMPACT(Interactive Multimedia Performing Arts Collaborative Technology)’ 프로그램의 성과였다. 단과대학간 교류를 통한 국제화에 성공했다는 점이 이채롭다.
김효근 국제교류처장은 “단과대학별 특색에 맞춘 해외교류를 시작하고 있는 단계”라며 “이번 뉴욕대와의 ‘IMPACT’ 프로그램은 첫 성과로, UCLA·UC버클리 등과도 단과대학간 교류 프로그램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차원 국제화 드라이브의 부력을 타고 단과대학별 국제화 프로그램도 힘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대학에 교수가 학생을 직접 인솔해 방문하는 ‘VSP(Visiting Student Progrm)’도 개발해 2학기부터 본격운영에 들어간다. 10~20명의 학생들로 이뤄진 10개 팀을 운영,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 기존 교환학생 제도를 인문·사회계 학생들이 ‘독차지’하는 현상을 감안, 이를 보완한 것. 다양한 특성화 국제화 전략의 일환으로, 이공계·예술계 학생들에게도 폭넓은 해외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07학번부터 영어강의 4과목 이상 의무수강 △연내 영어강의 비율 20% 달성 △모든 전공에 해외교원 1명 이상 확보 △해외교원 전담서비스 마련·주거 제공 등 국제화 기반을 다지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국내 학생 뿐 아니라 외국인 학생·교원 유치에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