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68개(4년제 대학교, 전문대학, 실업계 고교) 학교기업의 수익창출을 위해선 교육과 수익을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교기업의 본래 목적이 ‘현장실습과 재정확충’이지만, 학생들의 실무교육에 치중해 수익창출에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됐다는 '뒤늦은 반성'이 학교 기업 현장으로부터 확산되고 있다.
8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004~2006년 3년간 144개 학교기업에 투자된 자금은 700억원에 달하나 같은 기간 이들 학교기업이 올린 매출액은 절반 수준인 360억원.
대부분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투자 회수율은 '제로'. 일반 사기업들의 사업성 분석에 따른다면 즉각적 청산 대상이다.
정부는 그동안 학교기업에 380억원의 국고를 지원했다. 대학들도 대응자금 형태로 총320억 원을 투자했다.
교육부는 투자액 대비 매출액이 적은 상황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최근 3년 간 학교기업의 매출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자위하는 모습이다.
2004년 전체 학교기업의 매출액이 15억 원에 불과했으나 2005년과 2006년 각각 116억 원과 230억 원으로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매출액 증가도 일부 소수 학교기업의 '선전'에 기인한 것으로 대다수 학교기업을 운영하는 대학들의 현실과는 다르다. 실제 경희대 학교기업 한방재료가공의 지난해 매출액은 60억 원으로 같은기간 국내 학교기업 총 매출액의 1/4를 차지했다.
지난 2004년 도입된 학교기업은 지식전달 위주의 종전 교육방식을 탈피, 현장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하지만 학생들의 실습참여 등 교육 부문이 지나치게 강조된 나머지 기업 본연의 수익 창출 노력은 희석됐다.
노태정 동명대 산학협력단장은 “학교기업은 교수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사업화해 수익창출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지금처럼 학생들의 현장실습이 강조된 상황에선 이익을 증가시키는데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의 학교기업에 대한 현행 평가방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현행 평가틀이 학생들의 현장교육에 무게를 두고 있는 점이 학교 기업의 매출과 이익 증대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교육부는 '대학자율화 추진계획’을 통해 학교기업에 대한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종전 금지업종으로 분류됐던 102개 업종을 21개로 축소하고, 학교기업을 교지 밖에 설립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학들은 대체로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학교기업에 대한 근본적 개선안이 필요하다고 피력하고 있다.
학교기업이 ‘현장실습과 재정확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교육부의 지원을 받는 대학들은 평가 자체에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교육부가 재정지원을 하면서 학생들의 교육 부분, 즉 실습, 인턴십 부분만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평가 등에서 이런 교육 부분을 축소하고 매출액 등 수익구조에 점수를 주는 쪽으로 정책방향이 선회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포스텍 생명공학센터 송완흡 행정지원팀장은 “교육중심 학교기업과 수익중심 학교기업의 정책운영을 따로따로 집행하는 것도 검토할 부분”이라며 “학생들의 현장실습에 무게를 둔 학교기업에는 정부의 계속 지원이 필요하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학교기업에 대해선 지금보다 더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기업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기술지주회사 설립과 업종의 ‘선택과 집중’에 달려 있다. 기술지주회사는 초기 자본을 대학이 조달한 뒤 일반 주식회사처럼 주식 공모를 통해 자금을 모으고 이를 대학의 여러 학교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 대학본부는 지주회사가 되고 각 학교기업들은 자(子)회사가 되는 형태. 다른 기업과의 합작은 물론, 매각도 가능하다.
이 경우, 벤처기업의 주도권이 기업에 있었다면, 대학이 경영권을 갖게 되는 셈이다. 교수들은 기술을 개발하고 경영은 학교가 맡아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기술지주회사를 추진 중인 대학은 경희대, 한양대, 포스텍, 경남정보대학 등이다.
노태정 단장은 “기술지주회사법은 뛰어난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대학에겐 환영할 만한 것이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기술지주회사의 상속세, 증여세 일부 조항과 이중과세, 지분에 대한 비과세 문제 등이 해결되면, 많은 학교기업들이 회사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뛰어난 기술력이 없는 대학이라면 업종의 ‘선택과 집중’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 업종을 다양화하기 보다는 집중이 필요하다. 경상대 학교기업 ‘가스트’가 이런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가스트는 소고기, 돼지고기 등 육류의 가공과 저장처리업을 하는 학교기업. 앞으로 영농조합과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하는 축산컨설팅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여타 많은 대학들이 스포츠센터나 골프연습장 등의 사업에 관심을 갖는데 반해 대조적이다.
또 한편으로는 업종 선택에 있어서 좀 더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팔아먹을’ 기술이 많지 않다면,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성창근 충남대 교수는 “남들 다 하는 제과제빵, 자동차정비 같은 일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학교기업의 특성을 살려 창의적인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