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매체의 기억-후기 증후군'전은 전시제목은 어렵지만 이미 요즘 미술계에서는 보편화한 작품 경향을 소개하는 전시다.
동양화과, 서양화과, 조소과, 판화과 등 다루는 매체에 의해 작가의 작품 세계를 구분하던 시대를 지나 장르간 크로스오버를 외치다가 다시 순수 장르의 복권을 주장하는 등 돌고도는 미술계의 담론을 보여주는 작가 10명의 작품들을 모았다.
'소나무 작가'로 알려진 배병우의 사진들은 도자기의 문양, 울산의 반구대 암각화, 스페인 알람브라 궁전, 타히티 섬 등 자연과 역사가 빚은 장관을 사진이라는 매체에 담아냈다.
중견조각가 김광우는 스테인리스 주전자, 전화기, 샤워기, 나뭇가지 등 재료의 특성을 잘 살려 마차, 오토바이, 자전거 등 구체적인 형상을 엮었다.
김신일의 영상은 연필이나 물감, 잉크를 재료로 쓰지 않고 뾰족한 도구로 종이를 눌러 그린 드로잉들로 이뤄지고, 정상현의 영상은 초창기 사진기인 카메라 옵스쿠라를 연상시키는 어두운 상자 안에 평면작품을 집어넣은 이미지를 담고 있다.
정재호는 건물의 다층구조를 그려 입체로 조립한 작품을 내놓고, 정주영은 김홍도나 정선의 산수화일부분을 확대해 대형 유화로 그려내는 작업을 연장시켜 불암산이나 인왕산을 직접 보고 같은 방법으로 그려냈다.
이밖에 클라라 신, 조경란, 홍수연, 홍순명 등도 매체에 대한 고민 끝에 나온 작품을 내놓고 있다. 전시회는 내달 29일까지 계속된다. (☎ 02-880-9509)